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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209] "의료대란에 눈감은 여야는 홍길동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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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209] "의료대란에 눈감은 여야는 홍길동인가"
  • 서길원 大記者
  • 승인 2024.03.13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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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길원 大記者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일을 놓아두고, 곁 가지를 붙들고 표를 달라는 오늘의 여야 정당은 ‘아비를 아비라고 부르지 못하는 홍길동‘이 아니고 무엇인가

정부의 의대 정원 2000명 증원 추진으로 촉발된 정부와 의사 집단의 갈등이 파국으로 치 닫으며 대한민국 의료 현장이 무너지고 있다. 

정부도 의사들도 국민의 건강과 목숨을 지키기 위한 것이라고 하는데 그 사이에서 볼모로 잡힌 국민들의 애꿎은 생명이 바람 앞의 촛불처럼 위태롭다. 지금 이 순간에도 어디에선 가는 살릴 수 있는 생명이 속절없이 꺼져가는 경우도 없지 않을 것이다. 

전공의에 이어 의대 교수들마저 ‘할 테면 해 보라’는 듯이 집단 행동에 나서겠다고 팔을 걷어 부치고 으름장을 놓고 있는 양상이다. 의대 정원 확대에 대한 국민들의 압도적 지지로 힘을 받던 정부도 선처 카드를 꺼내며 복귀를 거듭 호소하고 있다.

이쯤 되면 “정부는 의사들을 이길 수 없다. 의사들을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한 것 자체가 어이없을 정도로 어리석은 발상”이라고 목소리를 높이던 전 의사협회장의 말이 결코 빈말이 아닌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행정 처분 절차가 완료되기 전에 전공의가 복귀하게 되면 그 전공의에 대해서는 최대한 선처를 할 예정이다. 전공의 분들께서는 빨리 현장으로 돌아와 주시기를 간곡히 부탁 드린다.”

읍 소인지 호소인지 모를 담당 부처 조홍규 보건복지부 장관의 이 같은 발언은 의사들이 갖고 있는 특권은 정부도 이길 수 있다는 막강한 힘을 보여주고 있는 현실이다.

앞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법과 원칙에 따라 엄중하게 나갈 수밖에 없다”거나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이 “처분은 불가역적”이라고 했던 것은 ‘실행 가역적’이었다는 것의 실토라고 밖에 해석이 안된다. 정부 위의 의사를 보는 국민들은 민망하다.

의대 정원 확대에 반발하는 의사들은 ‘이번에도 마지막 승리자는 우리’라는 자만심으로 가득하다. 정부와의 싸움에서 단 한 번도 져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과거 2000년 의약분업 제도가 시행되자 의사들은 휴진 등의 집단 행동으로 맞서 의료 수가 인상, 전공의 처우 개선 등과 함께 의대 정원을 10% 감축하는 전과를 올렸다. 

2014년에는 정부가 원격의료 도입을 추진했지만 의사협회가 총파업을 선언하며 집단 휴진을 강행했고 결국 정부는 철회했다.

2020년 코로나19로 의료계에 비상이 걸렸을 때, 정부는 의과대학 정원 확대를 강행하려 했지만 이 역시 의사협회의 총파업 결정과 전공의들의 집단 휴진으로 인해 백기를 들고 말았다. 당시 의과대학 학생들이 의사 국가시험도 집단으로 거부했는데 “재 응시는 불가하다”고 천명했던 정부는 응시 기회를 다시 부여했다.

어쩌면 이번 사태도 의사들의 수를 늘려야 한다는 국민들의 염원과 달리 의사들의 승리로 끝날지 모른다. 의사들의 승리는 그들을 대한민국 초 특권층의 특권층으로 남겨 놓고, 초등학생들까지 의대 진학에 목을 매는 ‘웃기는 나라’를 말한다.  

교훈은 ‘그래서 의사들이 증원 돼야 한다. 의사들이 변호사 수 만큼 많아지는 세상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총선을 한 달 남짓 남겨 놓고 있는 여야 정치권은 섬 뜻한 용어로 상대 당에 대한 흠집 내기에는 혈안이면서도 유독 ‘의대 정원’만은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과문한 탓인지 모르겠지만 더불어민주당은 물론 정부 정책을 뒷받침할 국민의힘에서 조차 가타부타 논평 한 줄 낸 기억이 없다. 총선을 앞두고 표 계산의 셈 법을 어떻게 하는지 모르겠다.

지금 대한민국에서 무너지는 의료 현실보다 더 중요한 현안이 어디에 있는가. 보수적 가치도, 진보적 가치도 아니고 국민의 근본적인 생명 가치다.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일을 놓아두고, 곁 가지를 붙들고 표를 달라는 오늘의 여야 정당은 ‘아비를 아비라고 부르지 못하는 홍길동‘이 아니고 무엇인가. 그런 홍길동이지만 그는 나라라도 바로 세웠다. 당신들은 어떤 나라를 세우려 하는가.  

[전국매일신문] 서길원 大記者
sgw3131@jeonm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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