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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장면과 송로버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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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장면과 송로버섯
  • 박희경 지방부국장 포항담당
  • 승인 2016.08.24 15: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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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 너무 덥다. 22년만의 폭염이라던가. 연일 35도~40도를 육박하는 더위가 한반도를 펄펄 끓게 만든다. 아마도 8월말까지는 더위가 숙지지 않을 것이라는 기상대 예보다. 소나기라도 한 자락 뿌려주면 그나마 잠간이라도 더위를 식힐 텐데 말이다. 에어컨을 사용하려 해도 전기누진세 때문에 멈칫거리는 사람이 어디 필자뿐이겠는가.
짜증이 난다. 불쾌지수마저 극에 달한 폭염이다. 우리서민은 왜 정부만 생각하면 짜증이 날까. 왜, 젊은이들은 헬조선이란 말을 만들어냈는가. 날씨가 더워 불쾌지수가 높았을 뿐이라고 하기엔 정부가 하는 짓들이 국민들에게는 너무 동떨어진 생각에 약이 오른 것이다. 가정용 전기누진제를 한시적으로 조정하겠단다. 아이고, 고맙습니다. 할 줄 알았던 모양이다.
자장면 얘기 하나 하자, 축사에 딸린 쪽방에서 이른바 '축사노예'로 생활하면서 강제노역에 시달리던 지적장애인 고모씨(47)가 꿈에 그리던 어머니, 누나와 극적으로 재회를 했다고 한다. 그는 재래시장 중국음식점에서 자장면을 먹은 뒤 “19년 만에 자장면을 처음 맛봤다. 그는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음식”이라고 "어머니에게 사드리고 싶다"고 말했다고 한다.
그는 19년 만에 처음 먹어본 자장면이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음식이라고 말한 축사노예로 살았던 고 씨는 자장면이 이렇게 맛있는 음식인 걸 모르고 살았던 것이다. 발음과 표기가 다른 자장면과 짜장면, 전 국민적 관심사가 되었을 만큼 대표적 서민 음식으로 자리 잡은 자장면. 그에게는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음식’이었고 우리가 즐겨먹는 음식이다.
또 다른 고급음식 이야기도 해보자. 바로 송로버섯. 땅속의 다이아몬드, 프랑스 루이 14세가 즐겨먹은 음식, 그 버섯을 찾기 위해 특별히 훈련시킨 개나 돼지가 동원된다 하고, 쉐프들은 그 귀한 버섯을 기름에 담궈 향을 우려낸 뒤 고급음식에 한 두 방울씩 떨어뜨려 풍미를 더하기도 한다는 송로버섯이다. 물론 서민들이야 구경도 할 수 없는 귀한 음식이다.
서민들이 이름도 들어본적 없는 송로버섯, 거기에 캐비어 샐러드, 샥스핀, 바닷가재, 한우갈비, 능성어 요리 한마디로 거창하다 못해 입이 딱 벌어진다. 새누리당 신임대표를 환대한 청와대의 밥상이 논란이 된 건, 그 고급스런 메뉴들 때문만은 아니었을 거다. 찔끔 누진제 인하로 여전히 에어컨을 상전처럼 모셔야 하는 사람들, 그나마 에어컨도 없는 쪽방촌 사람들이 그 광경을 보고 무엇을 느꼈을까.
아마도 욕이 튀어나왔을 것이다. 청와대 참모들은 그렇게 머리가 돌아가지 않는가. 세상 살기 너무 힘들어 자신의 목숨을 끊는 국민들도 있다는데 그런 진수성찬으로 약 올릴 이유가 뭔가. 계속되는 실업난. 빚에 빚으로 추경을 걱정해야 하는 궁핍한 나라, 청와대는 밥 한 끼 가지고 뭘 그러느냐 싶기도 하지만, 그런 여러 가지 사정들이 묘하게도 겹쳐 떠오르니까 사람들은 좀 허탈했을 것이다.
아니 허탈했기보다 가장 먼저 욕이 튀어나올 수밖에 없다는 것을 몰랐을까. 청와대 변명은 '음식 재료로 조금 쓰인 것일 뿐' 그 날의 메뉴 논란에 대한 해명이다. 이쯤 되면 청와대 메뉴에 욕이 튀어나오고 눈 흘겨야 하는 시민들 입장이나 그 메뉴 별거 아니었다고 해명해야 하는 청와대 입장이나 참 딱해 보이기도 하다.
재래시장에서 서민이 먹는 소라과자가 무엇인지도 몰랐던 대통령이 그렇게 ‘국민만 보고 가겠다.’라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겠는가. 제발 송로버섯 하나만으로 끝났으면 한다. 청와대도 정부도 조금은 서민생활을 이해해 달라고, 국민만 보고 가겠다는 그 말을 믿을 수 있는 대통령이 돼 달라고, 정부가 돼달라고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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