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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길원칼럼-교황은 갔지만 우리는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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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길원칼럼-교황은 갔지만 우리는 시작이다
  • 대기자/ 호남취재본부장
  • 승인 2014.08.20 0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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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은 이번 방문을 통해 신과 함께 살아간다는 것이 부와 권력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이웃과의 사랑과 연대를 의미한다는 사실을 보여줬다.'평화와 화해'를 위해 한반도를 찾았던 프란치스코 교황께서 4박5일간의 공식 일정을 마치고 돌아갔다.교황의 이번 한국 방문의 공식 목적은 사목방문이지만 단순한 종교적 의미를 초월했다. 소형차의 상징인 기아의 ‘쏘울’을 타고 교황은 사회의 어둡고 구석진 곳을 살피며 가는 곳 마다 평화와 화해를 역설했다. 말로서 강조하고 몸으로 드러내보였다. 돈을 우상으로 섬기는 세태를 비판하고 사람중심 사회를 강조해온 교황은 방한기간 중 집전하는 시복식과 미사를 통해 상처 입은 우리 사회의 이웃들을 마주했다. 교황은 방한 첫 날이던 지난 14일 서울 공항으로 영접 나온 세월호 유족들을 만나 "가슴이 아프다. 희생자들을 기억하고 있다"며 위로한 것을 시작으로 ‘거리의 아픔’을 보듬았다.일본군 성노예 할머니를 만나 아픔을 나누고 이주노동자와 새터민, 밀양 송전탑 건설반대 주민, 제주 강정마을 주민,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 용산참사 희생자 가족 등을 만나 치유의 손길을 내 밀었다.약자와 빈자, 고통 받고 소외된 자들의 아픔을 달래고 분노를 나누면서 화해와 평화의 기도를 올리고 눈물을 흘렸다.신앙의 신념을 지키다 참형을 당한 한국의 순교자 124인을 직접 복자. 복녀로 선포하여 그들의 피를 영광으로 승화시켰다. 방한 마지막 날인 18일에는 서울 명동성당에서 '평화와 화해를 위한 미사'를 열고 한반도의 평화를 간절히 염원했다.가난하고 소외된 자를 중시하면서 갈수록 극으로 치닫는 개인주의와 물질주의를 경계하자고 목소리를 높여 온 교황의 방문을 국민들은 자신들에 대한 치유와 위로로 받아들였다. 교황은 이번 방문을 통해 우리에게 질문을 던지고 있다. 한국사회의 근본 가치는 무엇이며 그 가치가 올바른 방향으로 흐르고 있느냐고 묻고 있다.세월호 참사와 윤일병 구타사망 사건으로 온 나라가 슬픔과 분노에 떨고 있지만 세월호 참사와 윤일병 사건은 되풀이되고 있고 사회는 갈수록 황폐해지고 있다.이러한 상처 입은 국민들을 치유하고 통합해야 할 정치권은 사사건건 상대를 헐뜯으며 분열을 조장하고 고위 공직자들은 공직의 가치를 재화의 가치아래 둠으로써 국민들을 절망케 하고 있다.여기에 남북한은 당장 오늘이라도 총부리에서 화염을 뿜을 듯 대치하고 있고 경제적 불평등은 최악으로 치달아 재물이 곧 선이고 정의라는 돈에 의한 지배가 이뤄지고 있는 것이 오늘의 대한민국이다. 돈에 의한 행복이라는 가치팽배로 인해 돈에 의한 불행에 빠진 위기의 한국사회에 교황은 “구원은 부와 권력이 아니라 고통 받은 이들과 함께 하는데서 이뤄진다”고 가르치고 있다.“우리가 돈과 자부심, 권력에 의존하며 살면 진정한 행복을 느낄 수 없습니다” 교황이 한국방문에 앞서 지난달 24일 공식 트위터 계정에 올린 메시지이다.교황은 또 ‘복음의 기쁨’이라는 권고문에서 오늘날 세계가 직면한 진짜 문제는 무신론자들이 아니라 물질을 우상으로 숭배하는 이들이라고 일괄했다. 인간의 가치가 부의 소유에 의해 평가되는 세상에서 가난한 자들은 열등인간이자 소모적 존재로 취급된다는 것이다. 교황은 이번 방문을 통해 신과 함께 살아간다는 것이 부와 권력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이웃과의 사랑과 연대를 의미한다는 사실을 보여주었다.우리는 권위적이지 않은 교황의 모습에서 참된 권위를 보았고 낮은 곳으로 임하는 교황을 통해 리더의 높은 인간미를 보았다.교황의 이번 방문은 바벨탑을 쌓기 위해 물질만능으로 질주하는 우리에게 인간과 사회의 진정한 가치가 무엇인지 일깨워주는 기회가 됐다. ‘우리’중에서도 이 땅의 지도자역할을 하고 있는 정치인들과 고위공직자들에게 그 기회가 되었길 바란다.교황은 한국 방문을 마치고 돌아갔지만 이제 한국은 교황의 물음에 대한 답을 시작해야 한다. “한국사회의 근본 가치는 무엇인가?”라는 물음에 대한 성찰이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마침 박근혜 대통령이 ‘국가개조’를 말하고 있다. 국가개조는 근본가치를 찾는데서 시작돼야 미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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