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매일신문
지면보기
 표지이미지
지방시대
지면보기
 표지이미지
정부 판단결과 지켜보자
상태바
정부 판단결과 지켜보자
  • .
  • 승인 2016.01.25 10:4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현저한 저성과자를 해고할 수 있게 하고 취업규칙 변경 요건을 완화하는 내용의 정부 행정지침이 22일 전격 발표됐다.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은정부세종청사에서 '공정인사' 및 '취업규칙 지침' 등 양대 지침을 발표했다. 공정인사 지침은 '직무능력과 성과 중심 인력 운영'과 '근로계약 해지' 등 두 부분으로 이뤄졌다. 논란이 된 근로계약 해지 부분에서는 '징계·정리·통상(일반)해고' 등의 해고유형과 유형별 정당한 이유와 절차 등 제한사항을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지침에서는 대다수 성실한 근로자는 일반해고 대상이 될 수 없음을 분명히 밝히고, '극히 예외적으로 업무능력이 현저히 낮거나 근무성적이 부진해 주변 동료 근로자에게 부담이 되는 경우' 등을 해고요건으로 규정했다. 이 경우에도 해고가 정당하려면 엄격한 기준과 절차를 갖추도록 했다. 지침에 따르면 노동조합, 노사협의회, 근로자 대표 등이 참여해 평가기준을 마련, 실행하면 객관적이고 공정한 평가로 인정받을 수 있다. 현저히 업무능력이 떨어진다고 평가되면 먼저 교육훈련을 통한 능력개발의 기회를 줘야 한다. 훈련 이후에도 개선이 없는 경우 배치전환 등으로 재도전 기회를 주는 등 해고회피 노력을 해야 한다.
이러한 노력에도 업무능력 개선이나 태도 변화가 없는 경우 불가피하게 해고 정당성을 인정받을 수 있다. '취업규칙'은 채용, 인사, 해고 등과 관련된 사내규칙을 말한다. 현행 근로기준법은 임금피크제처럼 근로자에게 불이익을 주는 취업규칙 변경은 노조나 근로자 과반수 대표의 동의를 받도록 했다. 하지는 취업규칙 지침에서는 합리적인 임금피크제 도입에 대해 노조가 협의를 거부하고 동의하지 않는 예외적인 경우 '사회통념상 합리성'에 따라 취업규칙 변경의 효력을 판단토록 했다. 사회통념상 합리성의 판단 기준으로는 ▲ 근로자의 불이익 정도 ▲ 사용자 측의 변경 필요성 ▲ 변경된 취업규칙 내용의 적당성 ▲ 다른 근로조건의 개선 여부 ▲ 노동조합 등과의 충분한 협의 노력 ▲ 동종 사항에 관한 국내 일반적인 상황 등 6가지를 제시했다.
정부가 노동계와의 협의 없이 결정돼 시행에 들어가게 된 것은 유감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한국노총에 수차례 협의를 요청했는데도 번번이 무시당한 상황에서 이 지침의 '시급성'을 감안할 때 더는 기다릴 수 없었다는 정부의 설명에는 수긍할 만한 측면이 있다. 행정지침의 결정 이전에 이해당사자의 의견을 충분히 듣고 반영하는 것이 최선이겠지만, 그것이 도저히 불가능할 때는 정부의 판단으로 결정해 시행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정책 결정권자는 그에 따르는 정치적, 행정적, 법적 책임을 지면 되는 것이다. 이제 양대 지침의 적합성과 적법성은 실제 시행의 결과로 판단할 수밖에 없게 됐다. 새로운 제도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기존의 법과 판례에 의해서도 가능한 내용을 정리해 알림으로써 고용관계의 예측성을 높이고 불필요한 분쟁을 최소화하겠다는 뜻이다. 정년 60세 시대를 맞아 기업들이 과도한 연공제 중심의 임금 체계를 직무와 성과 중심으로 개편하고, 그 결과 청년들을 더 많이 뽑도록 유도하기 위해서는 이와 같은 지침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정부의 설명대로만 된다면 노동계나 근로자가 양대 지침을 경계하고 두려워할 이유가 없는 셈이다. 정부는 기업들이 제멋대로 근로자들을 해고하고 함부로 취업규칙을 변경해 근로조건을 악화시키는 데 이 지침을 악용하는 사례가 없도록 근로감독을 철저히 하고 지침의 취지와 구체적인 시행방안에 대한 홍보 계획을 꼼꼼하게 마련해 차질없이 시행해야 할 것이다. 비슷한 취지로 마련된 통상임금에 관한 지침이 오히려 개별 사업장에 혼란을 야기하고 '줄소송' 사태를 불러온 것을 반면교사로 삼아 향후에도 지침을 더욱 정치하게 가다듬기를 바란다. 또한, 기업들도 이 지침이 법적 효력이 없는 하나의 가이드라인에 불과하며 기존의 법과 판례의 범위를 넘어 무리하게 근로자를 해고하거나 취업규칙을 개악하는 명분으로 활용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