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매일신문
지면보기
 표지이미지
지방시대
지면보기
 표지이미지
[김연식 칼럼] 슬픈 경계선
상태바
[김연식 칼럼] 슬픈 경계선
  • 김연식 논설실장
  • 승인 2021.04.19 10:2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연식 논설실장

대만의 인류학자이며 저널리스트인 아포는 ‘슬픈 경계선’이라는 책을 통해 국경지역의 아픈 역사를 조명했다. 한국을 비롯한 연변 동남아 등 아시아 각국을 여행하며 침탈과 반목의 시대를 경험한 그는 동서남북 어디라도 맹목적으로 다닐 수 없었다고 했다. 인류가 선을 그어 놓은 곳곳이 충돌과 전쟁 갈등으로 경계되어 있으며 지금도 아픔은 사라지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해방과 동시 미국과 소련이 38선이라는 것을 갈라놓았고, 6.25전쟁을 통해 휴전선이라는 경계가 또 다시 그어졌다. 한반도 북쪽에는 두만강과 압록강을 경계로 북한과 중국이 마주보고 있다. 하지만 접경지역 대부분은 조선족이 많이 거주하기 때문에 한글과 한자로 된 간판과 한국어 중국어가 혼용되고 있다. 국경은 분명하지만 사람들의 경계는 아직도 모호한 것이다. 중국인인가? 아니면 한국인인가? 조선족인가? 뭐라고 말 할 수 없는 경계지역에 그들은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육지속의 섬이다. 분명 대륙과 연결되어 있지만 우리나라에 들어오려면 비행기나 배를 타야 가능하다. 물론 해외에 나갈 때에도 비행기를 타거나 배를 타야 이동이 가능하다. 육지와 붙어 있지만 육지를 이용할 수 없는 섬이나 다름없는 나라이다. 이유는 북한과 적대적으로 대치하고 있기 때문에 육지인 북한을 경유할 수 없기 때문이다. 슬픈 일이 아닐 수 없다. 때문에 정치권은 북한을 경유해 철도의 유라시아 연결 등 러시아 유럽 중국을 향해 끊임없이 육로진출 방안을 추진해 왔다.

그러나 결과는 어떠한가? 분단이후 70년이 넘도록 아직까지 한 발짝도 움직이지 못하고 있다. 물론 남북화해 모드가 조성될 당시 금강산 관광과 동해북부선 등을 통해 일시 왕래는 했지만 중국과 러시아로 연결된 경우는 한 번도 없다. 그럼에도 왜 우리정부는 대륙을 향한 몸짓을 포기하지 않고 있는가? 북한이라는 큰 장벽이 있는지 알면서도 수많은 돈을 들여 북한에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돌아오는 것은 핵무기와 전쟁위협 뿐인데...

대한민국 남한에도 육지속의 섬이 있다. 그 많은 고속도로와 고속철도 하나 구경할 수 없는 슬픈 주민들이 살고 있는 동네다. 바로 폐광지역이다. 태백 삼척도계 정선 영월 등 우리나라 근대화의 등불이었던 폐광지역은 점점 쇠락하고 있다. 대한민국 정부가 육지속의 섬으로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그 흔한 고속도로 하나 건설해 달라고 십 수 년을 졸라도 정부는 묵묵부답이다. 수도권과 영남 충청 호남권 등 어디를 가더라도 고속도로가 거미줄처럼 얽혀 있고, 고속철이 시원하게 뻗어 있는데 폐광지역은 고속버스 하나 구경할 수 없는 대한민국 부속도서이다.

한때 대한민국 모든 가정에 따뜻한 연탄을 공급해 추운 겨울을 나게 하고, 전국 곳곳의 화력발전소에 석탄을 공급해 전기를 만들었던 광부들의 도시가 폐광지역이다. 그런데 정부는 이런 도시를 왜 홀대하는가? 왜 슬픈 국민으로 살게 하는가? 북한은 장벽이 많아 가지 못한다고 하지만 폐광지역은 고속도로와 고속철을 건설하지 못할 장벽이 하나 없다. 마음만 먹으면 할 수 있는 일이다. 왜 정권과 정치권은 마음을 먹지 못하고 방치하는가? 왜 폐광지역이 북한보다 관심을 받지 못하는 지역이 돼야 하는가?

문재인 대통령에게 권하고 싶다. 이제 임기가 1년여 남았다. 청와대에서 헬기를 이용하지 말고 승용차로 폐광지역을 한번 방문해 보길 바란다. 얼마나 많은 시간이 걸리는가? 여기에 살고 있는 사람들도 대한민국 국민이다. 폐광지역 주민들이 왜 고속도로 건설을 원하는지 한번 살펴보기 바란다. 역대 대통령은 집권 전 폐광지역을 찾아 폐광지역의 아픔을 대변이라도 하는 듯 했지만 집권 후에는 안중에도 없었다. 지금까지 그래왔다. 앞으로 또 그럴 것이 뻔해 보인다.

문대통령은 촛불정국으로 탄생한 정권 아닌가? 서민과 소외된 지역을 위해 한 번 더 살펴보는 그런 대통령이 되길 바란다. 대한민국 총리도 마찬가지다. 영호남 충청권 등 자동차로 이동이 편리한 지역만 가지 말고 험난한 길도 다녀보길 바란다. 국토교통부장관 재정기획부장관 행정자치부장관 국회의장은 폐광지역의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 이 지역에 특별대우를 하라는 것이 아니다. 북한보다 관심을 받지 못하는 지역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올해로 시 개청 40주년을 맞이하고 있는 도시에 고속도로 하나 없는 슬픈 현실을 어떻게 설명해야 하는가? 이런 나라가 대한민국 맞는가? 정부에서 더 이상 무관심해서는 안 된다. 폐광지역 주민들이 슬픈 경계선에 있는 슬픈 주민이 되지 않도록 문재인대통령과 정부는 고속도로 건설방안을 시급히 마련하길 촉구한다.

[전국매일신문] 김연식 논설실장
ys_kim@jeonmae.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