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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필의 돋보기] 김장 공동체 문화적 가치 반드시 보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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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필의 돋보기] 김장 공동체 문화적 가치 반드시 보전해야
  • 최승필 지방부국장
  • 승인 2021.11.14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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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필 지방부국장

요즘 각 가정마다 1년 중 가장 중요한 연례행사인 ‘김장 담그기’가 한창이다.

특히 과거 마을의 김장 공동체끼리 김치를 나누던 전통 미풍을 살려 오늘날에는 본격적인 김장철을 맞아 지역사회와 자원봉사 단체 등이 참여한 가운데 어려운 이웃 및 사회적 약자를 위한 ‘김장나눔’ 행사가 전국 곳곳에서 진행되고 있다.

우리 민족의 대표적인 음식인 ‘김치’를 함께 담그며 정을 나누고, 그 안에 담긴 진정한 나눔의 의미를 되새기고 있다.

‘김장 담그기’는 그 역사만큼이나 오래됐다. 마을의 이웃 주민들이 품앗이를 통해 집집마다 돌아가며 김장을 했고, 함께 참여한 이웃들에게 식사를 제공하며 담근 김치를 나눠주는 것은 오랜 풍습으로 정착하게 된 것이다.

‘김치’가 우리나라 문헌에 처음 등장한 것은 고려시대 이규보의 ‘동국이상국집(東國李相國集)’이다.

이규보는 가포육영(家圃六詠)이라는 시를 통해 ‘무는 장을 곁들이면 여름철 석 달간 먹기 좋고, 소금에 절여 아홉달 간 겨울을 대비한다’고 기록돼 있는 것으로 보아 무를 저장해 두고 먹던 김장 풍속의 존재를 확인할 수 있다.

조선 헌종 때(1843년) 정학유가 지은 ‘농가월령가(農家月令歌)’에는 무와 배추 등 재료 수확부터 배추절임 및 퇴렴, 양념 전처리, 항아리 준비, 독 묻기까지 많은 절차가 추가된 김장 작업 내용이 자세하게 묘사돼 있다고 한다.

이처럼 조선 후기 이래 배추로 만든 김치가 김장의 주종이 되면서 배추절임과 김치 소 준비, 버무리기 과정까지 준비가 복잡해지고 더 많은 노동력을 필요로 하게 됐다.

또 지금 가장 흔히 쓰는 말인 ‘김치’의 어원이 되는 단어는 조선시대에 ‘침채(沈菜)’라는 용어로 등장한다. ‘침채’는 채소를 소금물에 담근다는 뜻의 한자로, 후에 딤채-짐채-김채-김치로 변화됐다는 주장이다.

김치를 주종으로 하는 김장 시기는 11월 들어 입동을 사이에 두고, 겨울이 빨리 오는 산간에는 1주일가량 빠르게, 서울 등 수도권 지역은 1주일 늦게 하고, 남쪽지방으로 내려갈수록 늦어지지만 보통 12월 중순까지 김장을 끝낸다.

또 지역 및 집집마다 김치의 맛이 다른 것은 기후와 젓갈과 양념 넣기가 다르기 때문이다. 북쪽 지역인 함경도와 평안도 등 추운 지방은 기온이 낮기 때문에 소금 간을 싱겁게 하고, 양념도 담백하게 해 채소의 신선미를 그대로 살린다.

반면 남쪽 지방은 소금 간을 세계하고 빨갛고 진한 맛의 양념을 하며, 국물을 적게 만드는 것이 특징이라고 한다.

제주도에서는 겨울에 기온이 높고 채소를 구하기 어렵지 않아 김장이라는 것이 별도로 존재하지 않고 백김치와 동지김치, 솎음 배추김치, 배추통김치, 전복김치 등이 있다고 한다.

이처럼 김치 담그기가 지역, 사회, 경제, 문화 차이를 넘어 우리나라 전역에 걸쳐 가족의 일상 속에서 여러 세대에 전승되며 반복해서 행해지고 있는 생활관습이라는 점을 인정받게 됐다.

지난 2013년 12월 김치 담그기 김장문화(kimjang, making and sharing kimchi)가 유네스코 인류 무형문화유산 대표목록으로 선정됐고, 2017년 11월 15일 김치 담그기가 국가무형문화재 제133호로 지정된 것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사실은 ‘김장’이 현대사회에서 가족 공동체 뿐 아니라 김장 공동체로 우리 사회를 결속시키는 중요한 계기가 되고 있다는 점이다.

경기 화성시 새마을회와 각 읍·면·동 새마을회는 본격적인 김장철을 맞아 지역의 홀몸 노인 등 취약계층을 위한 사랑의 김장나눔 행사를 연일 개최하고 있다.

화성시 새마을회는 지난 9일 새마을회관 주차장에서 새마을지도자 및 부녀회원 등 70여 명이 참가한 가운데 1만5000포기의 김치를 담가 지역의 저소득가정과 홀몸 노인, 다문화 가정 등 1270가구에 전달한 가운데 마도면 등 각 읍·면·동에서도 ‘김장나눔’ 행사를 이어가고 있다.

어려운 시기일수록 이웃과 함께 나누는 따뜻한 ‘나눔도시 화성시’를 만들기 위함이다.

서울 강남구와 충북농협 등도 지난 12일 새마을부녀회 등이 참가한 가운데 관내 취약계층 및 복지시설에 전달하기 위한 ‘사랑의 김장 나누기’ 행사를 개최하는 등 전국 곳곳에서 김장나눔 행사가 펼쳐지고 있다.

봉사활동 참가자들은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해 그동안 진행되던 김장 봉사활동에 어려움이 많았으나 올 행사는 위드 코로나 시기를 맞아 그 어느 때보다 특별함을 더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웃과 함께 훈훈한 정을 나누는 ‘김장 문화’는 구성원 간 협력 증진과 화합 및 결속은 물론, 사회적 나눔 등 다양한 기능을 하고 있다. 소중한 김장 공동체의 문화적 가치를 반드시 보전해야 하는 이유다.

[전국매일신문] 최승필 지방부국장
choi_sp@jeonm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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