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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필의 돋보기] 비정규직을 줄이는 가장 좋은 해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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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필의 돋보기] 비정규직을 줄이는 가장 좋은 해법
  • 최승필 지방부국장
  • 승인 2021.10.31 1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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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필 지방부국장

지난해 10월 청년층 ‘질 좋은 일자리’가 급감했다는 통계자료가 발표된 데 이어 1년여가 지난 현재 비정규직 근로자가 64만 명이나 늘어 사상 처음으로 800만 명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정규직은 10만 명 가까이 감소했다고 한다.

‘상용직근로자’는 임금을 받고 일하는 근로자 중 하루하루 일자리를 찾지 않고, 안정적으로 고용돼 있는 사람을 일컫는 말이다.

통계청에서는 월별 고용동향을 작성할 때 임금 또는 현물을 받기로 한 고용계약 기간이 1년 이상인 사람을 ‘상용직 근로자’로 분류한다.

반면, 계약 기간이 1개월~1년 미만은 임시직 근로자, 1개월 미만은 일용직 근로자로 구분하고 있다.

올 비정규직 근로자가 처음으로 800만 명을 넘어서는 등 역대 최대의 증가세를 보인 것은 지난해 초부터 지속되고 있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한몫을 했을 것으로 보이지만 이미 수년 전부터 나타나기 시작한 비정규직의 증가에 대한 정부 정책 부재가 가장 큰 원인이라는 지적이다.

실제로, 통계청이 발표한 비정규직 규모 추이를 보면 지난 2017년 657만8000명에서 2018년 661만4000명, 2019년 748만1000명, 2020년 742만6000명에 이어 올 8월 현재 806만6000명으로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문재인 정부 첫해와 비교하면 이 같은 올 비정규직 근로자 수는 150만 명 정도가 증가했고, 지난해보다는 약 64만 명이 증가했다.

더욱 심각한 것은 올 비정규직은 전체 임금근로자 2099만2000명 중 무려 38.4%로, 월급쟁이 10명 중 4명 정도를 비정규직이라는 점이다. 지난해 36.3%에서 2.1% 증가한 것이다.

반면, ‘질 좋은’ 일자리로 평가받는 정규직은 1292만7000명으로, 되레 9만4000명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업종별 비정규직은 노인 일자리 및 돌봄 사업 등과 관련 있는 보건업 및 사회복지서비스업에서 22만8000명, 교육서비스업에서 8만5000명이 증가했다.

연령별로는 60세 이상이 27만 명으로 가장 많이 늘었다. 이는 정부가 코로나19 고용 충격에 대응하기 위해 재정을 투입한 단기 일자리를 대거 늘리면서 비정규직 증가에 큰 영향을 미쳤다는 지적이다.

문 정부 들어 오히려 비정규직 지표가 퇴보한 배경을 두고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영향과 함께 최저임금 정책 실패, 정규직 수요 포화 등을 꼽고 있다.

반면, 정부는 비정규직 규모는 증가했지만 비정규직 관련 주요 근로여건 지표는 개선됐다며, 질적인 측면에서의 퇴보는 아니라고 해명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2030 세대가 느끼는 ‘질 좋은 일자리’가 감소한 것은 분명하다.

그리고, 지난해 기업들이 신규 채용을 미루거나 줄이면서 상용직 증가폭이 둔화하는 추세를 보인 가운데 취업을 앞둔 20대 후반부터 30대가 그 영향을 받은 것으로 분석됐으나 정부는 이렇다 할 대책 마련 없이 새로운 연말을 맞게 됐다.

올 취업자 수가 늘었는데도 비정규직 비율이 높아진 것에 대해 통계청장을 지낸 유경준 국민의힘 의원은 경제가 안 좋은 상황에서 정부가 최저임금을 급하게 올린 탓이 크다고 적했다.

주휴수당을 포함해 자영업자가 체감하는 최저임금을 1만 원 이상으로 만들어 버렸으니 감당할 수 있겠냐며 반문한 뒤 이 때문에 청년 단기 아르바이트 일자리와 노인 일자리 등 비정규직 일자리가 늘어난 것이라고도 했다.

지난 1년 전 ‘질 좋은 일자리’가 감소한 가운데 당시 2030청년들은 ‘좋은 일자리를 무엇으로 판단하느냐’에 대해 ‘일과 삶의 균형이 맞춰지는 곳’이 58.9%로 1위를 차지했다고 한다.

다음은 ‘급여·성과금 등 금전적으로 만족스러운 곳’이 51.0%, ‘복지제도가 잘 돼 있는 곳’이 38.4%, ‘회사 분위기가 수평적이고 자유로운 곳’이 17.7%, ‘기업 및 개인의 발전 가능성이 높은 곳’ 10.9%, ‘청년보장 등 오래 일할 수 있는 곳’ 10.8%, ‘기업 네임밸류가 높은 곳’ 1.8%, ‘사회적 가치 실현이 가능한 곳’ 1.4% 순으로 나타났다.

질 좋은 일자리가 점차 사라지면서 청년층의 구직단념자도 속출하고 있다. ‘원하는 임금 수준이나 근로조건이 맞는 일거리가 없어서’(36%), ‘이전에 찾아보았지만 일거리가 없었기 때문에’(23.6%) 구직을 단념한다고 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우리나라가 청년의 경제활동이 이처럼 부진하고, 선진국보다 중소기업 종사자 비중이 지나치게 높다는 분석 결과가 나와 눈길을 끌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은 최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와 통계청 데이터를 활용, 한국 고용시장 특징을 청년실업, 여성 경력단절, 자영업 포화, 성장 멈춘 중소기업, 정규직 과보호로 정리하고, 노동 규제 완화와 영세 기업 경쟁력 제고를 통한 일자리 확대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미국 매사추세츠 공과대학(MIT) 경영대학원에서 조직·서비스 운영을 가르치고 있는 제이넵 톤 교수는 통상적인 기준보다 임금을 높이면서 더 좋은 성과를 거둔 기업들을 연구한 결과 높은 임금과 높은 가격 경쟁력이 공존할 수 있는 이유로 효율적인 운영을 꼽았고,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기업이 더 좋은 성과를 낸다는 결론을 얻어냈다고 한다.

노동 규제 완화를 통해 기업의 고용 부담을 완화하고, 보다 많은 중소기업들이 질 좋은 성장을 통해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야 말로 비정규직을 줄이는 가장 좋은 해법이라는 전문가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전국매일신문] 최승필 지방부국장
choi_sp@jeonm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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