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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혁의 데스크席] 봄은 아직도 저 멀리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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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혁의 데스크席] 봄은 아직도 저 멀리서
  • 최재혁 지방부국장
  • 승인 2022.02.10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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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혁 지방부국장

‘중국의 4대 발명품’은 ‘종이, 나침반, 화약과 인쇄술’이다. ‘중국의 4대 요리’는 ‘베이징 요리, 상하이 요리, 사천요리, 광둥요리’를 친다. 그렇다면 중국을 대표하는 4대 미녀(美女)는 누구일까?

춘추시대 말기 월(越)나라의 ‘沈魚 西施(심어 서시)’, 한(漢)나라 원제의 후궁인 ‘落雁(낙안) 王昭君(왕소군)’과 삼국지에 나오는 동한(東漢)시대의 ‘閉月(폐월) 貂蟬(초선)’그리고 양귀비 미모에 반해서 함수화(含羞花)가 꽃잎을 말아 올렸다는 당나라의 ‘羞花(수화) 楊貴妃(양귀비)’를 중국의 4대 미녀로 손꼽는다.

그런데 ‘봄이 오더라도 진정 봄을 느낄 수 없다’는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란 말의 유래는 어디에서 어떻게 왔을까? 이는 중국의 4대 미녀인 ‘落雁(낙안) 王昭君(왕소군)’과 연관이 있음을 알았다.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란 말이 있다. 봄이 왔건만 봄 같지 않다는 뜻이다.

사철가가 절로 나는 봄이다. 그러나 연초부터 온 세계를 공포에 떨게 하는 ‘코로나19’의 광풍으로 사람들 마음은 봄을 즐길 여유가 없다. 이 또한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다. 중국의 4대 미인으로 꼽히는 여인이 있다. 이들의 경국지색(傾國之色)은 ‘침어낙안 폐월수화(魚落雁 閉月羞花)’라는 말로 표현한다.

달도 부끄러워 모습을 감춘다는 폐월(閉月) ‘초선’, 하늘을 날던 기러기가 넋을 잃고 날갯짓을 잊고 땅에 떨어진다는 낙안(落雁) ‘왕소군’, 꽃이 부끄러워 움츠렸다는 수화(羞花) ‘양귀비’, 그리고 놀란 물고기가 헤엄치는 것을 잊고 바닥에 가라앉았다는 침어(侵魚) ‘서시’를 가리킨다.

왕소군은 한나라 원제 때 궁녀로 절세 미녀였다. 원제는 화공 모연수에게 모든 궁녀의 얼굴을 그린 화첩을 만들게 했다. 궁녀들은 화공에게 뇌물을 바치며 예쁘게 그려줄 것을 간청하곤 했지만, 도도한 왕소군은 그렇게 하지 않아 못생기게 그려진 탓에 왕의 눈에 들지를 못했다.

얼마 후 흉노왕이 한나라 여인으로 왕비 삼을 것을 청하자, 원제는 화첩을 보고 왕소군을 보내기로 결정했고 그녀는 내키지 않은 오랑캐 땅으로 길을 떠나게 된다. 때마침 기러기 떼가 머리 위를 날자, 그녀는 비파를 연주하면서 노래를 부른다.

‘오랑캐 땅은 화초도 없으니(胡地無花草) 봄이 와도 봄 같지 않구나(春來不似春)’그녀의 처연한 노랫가락에 모두 넋을 잃었고, 하늘을 날던 기러기도 날갯짓하는 것을 잊어버려 땅으로 곤두박질을 쳤다. ‘낙안’과 ‘춘래불사춘’이란 말은 여기서 유래한다.

1980년 봄 당시, 신군부의 서슬 퍼런 위세에 꽁꽁 얼어붙은 정국을 ‘춘래불사춘’이라 말해 인구에 회자(膾炙)되었고, 이후로 필객들이 즐겨 인용하는 구절이 되었다. 배꽃이 물결치고 하얀 달마저 둥실 떠오르는 십오야. 나주 배 밭에서는 ‘이화에 월백’이란 주제로 마치 이백의 ‘춘야연도리원(春夜宴桃李園)’을 연상하게 하는 봄밤의 향연이 펼쳐진다.

배꽃 필 무렵이면 자연스레 읊조리게 되는 이조년의 <다정가(多情歌)> 이화(梨花)에 월백하고 은한(銀漢)이 삼경인제, 일지춘심(一枝春心)을 자규(子規)야 알랴마는, 다정(多情)도 병인 양 하여 잠 못 들어 하노라. 남녀 간의 그리움을 그린 시로 애송되고 있지만 작자가 충혜왕의 방탕함을 충간하다가 벼슬을 버리고 고향 성주로 낙향하여 임금을 향한 충정과 연군(戀君)의 한을 담아 읊은 시조다.    

그래도 봄이 좋다. 새색시 얼굴의 연지곤지를 떠오르게 하는 홍매와 백매를 시작으로 산수유, 벚꽃, 복숭아꽃, 개나리, 진달래, 철쭉, 유채꽃... 지리산 골짜기서 영산강을 따라 청산도에 이르기까지 온갖 꽃이 앞 다투어 피는 만화쟁발(萬花爭發), 남도 땅은 충만한 꽃 정원이자 열두 폭쯤은 되는 수채화다.

급변한 기온 탓에 혹한, 엄동설한, 동장군이란 말이 겨울 날씨를 대변하기에 무색해지기는 했지만, 그래도 겨울이 지나고 약동하는 봄이 왔다. 만화방창(萬化方暢), 경칩을 전후해 생명체들이 때를 기다린 듯 땅을 박차고 모습을 드러내는 것을 보면 자연의 섭리는 어김없이 봄이다. 봄볕에, 봄꽃에 취하다 보면 몸과 마음이 해이해지기에 십상이다. 화(禍)는 해이해지고 나태해진 데서 생겨나고, 천하의 큰일이라도 반드시 작은 일에서 시작되고, 모든 병은 적게 치료해서 더욱 커진다고 했다.

개구리는 달아나고 뱀은 개구리를 집어삼키려고 뒤쫓아 간다. 죽느냐 사느냐 생과 사의 갈림길에 선 절체절명의 순간. 개구리가 빨리 도망갈수록 뱀은 일부러 천천히 간다. 이때 여유가 생겼다고 생각한 개구리는 속도를 줄이게 되고, 결국 뱀에게 물리고 만다. 인간에게 닥친 재앙과 근심도 이쯤이면 되겠지 하는 안이한 생각에서 비롯되니, 요즘 우리 사회의 이 혼란도 여기에 빗대 생각 한번 해 볼 일이다.

그렇지만 서민에게는 ‘입춘대길(立春大吉)’일 재간이 없다. 가난한 왕소군처럼 ‘춘래불사춘’일 뿐이다. 얼마나 ‘왕짜증’이었으면 코로나19 때문에 담배까지 더 피우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HR 테크기업 인크루트가 성인남녀 1104명을 대상으로 조사했더니 흡연자가 코로나19 이전의 35%에서 40.7%로 늘었다고 했다. 코로나19 이후 다시 담배를 피우게 되었다는 응답이 19%, 새로 담배를 배운 흡연자가 12%였다. ‘골초’가 된 이유는 쉬웠다. ‘스트레스’였다. 건강에 해롭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담배를 찾게 된 것이다. 2년이나 장사를 망친 자영업자들은 말할 것도 없다. 

지난 4일 입춘을 맞았다. 새 봄은 분명히 왔건만 삼천리 금수강산에는 비말(飛沫)로 전염된다는 ‘코로나 바이러스19’가 기승을 떨치고 있다. ‘주역’에 ‘궁하면 변하고, 변하면 통한다(窮則變 變則通)’고 했다. 천지만물은 변화유동(變化流動)하는 것이 진리인즉, 지금의 시련을 우리 모두는 슬기롭게 견뎌낼 것이다. 나무가 가장 예쁜 꽃을 피우기 위해 오랫동안 추운 겨울을 기다린 것처럼. 내년 입춘에는 어떨 것인지.

[전국매일신문] 최재혁 지방부국장
jhchoi@jeonm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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