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매일신문
지면보기
 표지이미지
지방시대
지면보기
 표지이미지
[최재혁의 데스크席] ‘춘래불사춘’
상태바
[최재혁의 데스크席] ‘춘래불사춘’
  • 최재혁 지방부국장
  • 승인 2022.02.24 14:1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최재혁 지방부국장
최재혁 지방부국장
최재혁 지방부국장

봄은 우리 곁에 조금 더 오고 있다. 아직 추울 날이 있고 눈도 더러 치겠지만 봄의 입김이 도처에 닿는 듯하다. 그렇게 자꾸 불러야 봄도 번쩍 눈을 뜨고 달려올지 모른다. 봄이면  흔히 인용되는 당나라 시인 동방규(東方逵)의 소군원(昭君怨)이란 시의 “호지무화초 춘래불사춘(胡地無花草 春來不似春)”이란 “오랑캐 땅에는 꽃도 풀도 없으니 봄은 왔으나 봄 같지 않은 봄이로다”는 뜻이다. 그는 봄 날씨를 얘기했을까 봄을 맞는 마음을 얘기했을까? 물론 현실을 개탄하는 마음을 읊었다.

입춘(立春)을 시작으로 봄의 도래를 알리는 우수가 지났다. 3월 5일이 경칩이다. 땅 밑에서 겨울잠을 자던 동식물들이 일제히 지상으로 얼굴을 내미는 해빙의 계절이 된 셈이다. 그러나 이러한 자연의 이치와는 달리 그 자연 속에서 사는 인간세상은 봄이 왔는지 겨울의 계속인지 영 감이 잡히질 않는다. 맹위를 떨치던 추위도 한층 누그러졌다. 계절적으로 추웠던 겨울이 가고, 이제 따스한 봄이 다가왔음이 느껴진다. 반짝추위가 잠시 기승을 부리지만 전반적으로 봄기운이 감돈다.

봄은 경이로운 계절이다. 봄은 생명이 되살아나는 기적의 계절이다. 봄에 돋아나는 나무 잎사귀마다 온 산천의 모든 나무들은 순위를 정하듯이 자기의 피어오르는 시기를 알고 질서 있게 그 자태를 나타낸다. 꽃이 피면 세상은 밝고 따뜻해진다. 꼭 닫혔던 창문들이 열리고 사람들의 마음도 함께 열린다. 여인들도 고운 옷을 입고 나들이를 나선다. 그녀들은 자신이 꽃이 되고 싶어 한다. 가만히 귀 기울이면 봄이 오는 소리가 들린다.

죽었던 땅에서, 벌거벗은 나무에서, 메마른 가지에서 새싹이 움트고 꽃이 피는 소리가 들린다. 식물은 서로 약속이나 한 듯 일제히 종류별로 새순이 나오고 꽃을 피운다. 신기한 생명의 부활이다. 그 누구도 생명의 기운이 솟구치는 그 생명력을 막을 수 없다. 생명의 충만함이 놀랍고 신비롭다. 사람들이 긴 겨울을 견디고 봄을 기다리는 이유는 자연에 약동하는 생명의 기운을 느끼고 싶기 때문이다. 어느덧 다가온 봄기운에 꽃망울이 터지면서 온 땅이 생명으로 충만해진다. 피어나는 생명이 터지는 봄의 소리가 들린다. 귀를 기울여 봄이 오는 소리를 들어보자! 새 움이 터지는 소리가 들리는가? 땅이 갈라지는 소리가 들리는가? 봄의 전경이 기별해 온다. 눈을 뜨라! 귀를 기울여라! 냄새를 맡아 보라! 봄이 왔다고, 봄의 생명이 살아났다고,

아무도 막을 수 없는 생명이 메마른 우리에게 선물로 또 주어진다. 시인 도종환의 ‘다시 오는 봄’이란 시도 있다. ‘햇빛이 너무 밝아 눈물 납니다/살아 있구나 느끼니 눈물 납니다/기러기 떼 열 지어 북으로 가고/길섶에 풀들도 돌아오는데/당신은 가고 그리움만 남아서가 아닙니다/이렇게 살아 있구나 생각하니 눈물 납니다’ 생명이 돋아나고 생명이 넘치는 봄이 오는 것이 삶의 의욕을 북돋아 주고 살아있구나 생각하니 눈물이 나고 감사가 치솟는다. 시인은 봄이 와서 좋은 것은 ‘아! 내가 살아 있구나’하고 느끼는 느낌 때문이라고 한다. 피어나는 아름다운 꽃, 지저귀는 새, 움트는 생명들, 그 자연 속에 내가 살아 있다는 느낌이 이 봄에 더욱 우리를 흥분시킨다. 이웃에게 감동을 주고 그 감동이 내게로 돌아와 내 가슴을 울렁이게 하는 기쁨이 이 봄에 우리 모두에게 행복했으면 좋겠다. 봄은 생명의 계절이기에 우리의 육체적 영적 생명이 되살아나기를 기원한다. 매화, 산수유, 개나리 등 일찍 피는 봄꽃들은 싹을 틔우고, 꽃망울을 맺는다. 초목들에게도 생기가 느껴진다. 봄 기운은 하루가 다르게 퍼지건만 한켠에서는 여전히 춥다. 서민의 삶이 그렇다.

몸과 마음이 여전히 움츠려지는 한겨울 같은 삶이다.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다. 이제나저제나 삶이 좀더 나아지기를 기다렸건만 끝내 오지않을 것 같아 두렵다. 코로나 상황은 더 심각해지고, 서민 경제불황에다 정치적 혼돈까지 겹쳤다. 오미크론 코로나 확진자가 폭증하고 이번주 20만명 선을 내다봤다. 치솟는 이자와 물가가 서민 가계경제를 더욱 더 옥죈다. 북한은 핵 재무장에 나서고, 미사일을 연거푸 발사한다. 미·중 간, 미·러 간 대립은 극한으로 치닫는다. 새해들어 국내와 국제정세의 불투명성이 더 커졌다.

한치 앞도 내다 보이지 않는 불안감으로 삶에 대해 공포감이 엄습한다. 계절은 따스한 핑크색인데 서민의 삶은 차가운 겨울빛 회색이 더 짙어진다. 이번 봄 역시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서민들이 삶의 희망을 노래하는 봄이라기 보다는 두려움과 무서움에 떨어야 하는 봄이 될 것 같다. 언제쯤 서민에게 진정한 봄이 올 수 있을까?

하지만 계속된 ‘코로나19’에 우리의 몸과 마음은 여전히 꽁꽁 언 추운 한겨울이다. 봄이 왔지만 봄 같지 않은 왕소군의 ‘춘래불사춘’인 셈이다. 개나리와 진달래, 벚꽃 등 봄꽃의 형형색색 화사함에 절로 탄성을 지르고, 사람들과 거리낌없이 만나 즐거운 일상을 나누며 봄나들이 가던 그 날이 마냥 그립다. 우리가 아무리 현실을 외면하고 애써 비켜가려고 해도 피할 수 없는 것처럼, 우리 곁에 다가온 따스한 봄의 입김 또한 외면할 수 없다. 비록 봄이 와도 온 것 같이 느껴지지 않는 암담한 현실이지만, 다가오는 봄의 소리에 귀 기울이며 희망을 가져보자. 봄이 늘 쉽게 오진 않는다. 겨울 끝은 길어서 꽝꽝 언 강과 개울과 길이 다 풀릴 때까지는 시간이 필요한 것이다.

흔히 대동강 물이 풀린다는 우수 지나고 경칩까지 지나야 봄이 완연해지곤 한다. 자연의 일이 그러할진대, 설 지나고 바로 입춘이라니 너무 이르다는 느낌이었다. 그래서 그렇게 다가오는 새봄을 잘 맞으라고 조상들은 아직 추운 겨울 끝자락에 입춘을 매화 꽃잎처럼 올려놓았으리라. 입춘대길 건양다경(立春大吉 建陽多慶, 봄이 시작되니 크게 길하고 경사스러운 일이 많이 생기길 기원한다).

[전국매일신문] 최재혁 지방부국장
jhchoi@jeonmae.co.kr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