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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상헌의 하제별곡] 정치용어 ‘금도’의 정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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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상헌의 하제별곡] 정치용어 ‘금도’의 정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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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2.06.21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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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상헌 언어철학자·시민사회신문주간

한덕수 국무총리의 금도는 어떤 깃발인가?

보도 한 대목, 한덕수 총리가 문재인 전 대통령의 양산 집을 찾았다. 인용한다. 

... 그(총리)는 "마을 풍광이 참 좋다. 그러나 마을 곳곳이 집회로 인해 몸살을 앓고 있다."며 "합법적인 집회와 시위는 존중돼야 마땅하지만, 금도를 넘는 욕설과 불법시위는 법에 따라 엄정하게 처리돼야 한다"고 말했다.

‘금도를 넘는다’ 표현은 당연히 ‘아름다운 마음이 넘쳐흐른다’는 말이리라. 어, 그런데 문맥(文脈)이 통하질 않네... 욕설과 불법시위가 그렇게 아름다울까? 

‘산전 수전 공중전 다 치렀다’는 한덕수라는 ‘개인’의 문자(文字) 속이 마치 무지의 표본 같다. 사전과 저 말의 고사(故事)를 살펴 얼른 머릿속을 청결히 할 것. 그는 개인이기에 앞서 공인(公人)이다. 산만한 언어로는 바른 생각을 할 수 없다.

금도(襟度)는 ‘남을 낙낙히 받아들이거나 감싸는(포용하는) 큰 그릇’이다. 옷깃 襟자는 가슴이나 마음을, 도구의 뜻 度는 큰 그릇을 가리킨다. 비유적인 말이다. 사람은 무릇 금도를 가져야 한다. 도량(度量) 아량(雅量) 포용력 등이 금도와 비슷한 말이다. 

말의 뜻도 모른 채 남을 헐뜯기 위한 쌈박질의 용어로 오용하고 남용하는 정치동네의 공부 부족한 이들을 꾸중해야 할 그릇이라야 총리 쯤 할 수 있는 거다. 재상(宰相)들의 우두머리 영의정(領議政)은, 단언컨대 현자(賢者)라야 한다.  

금지(禁止)와 ‘넘어서는 안 될 선(線)’이란 말을 연결한 개념으로 함부로 써대는 말인 듯, 그러나 원래 ‘금도’란 말에 그런 더러운 뜻 없다. 말을 더럽히는 것은 세상 더럽히는 것이다. 

이번 일을 계기로 총리는 금도(의 본디)를 살리기 위한 언어와 사회의 개혁을 지시하는 것이 어떨지. ‘바른 말에 깃드는 착한 마음’ 이런 취지로.

또 하나, 법과 원칙에 따라야 한다는 대통령의 말에 대해 ‘법과 원칙의 뜻’을 잘 가르쳐주어야 총리다. 법대로, 원칙에만 따른다면 나라의 우두머리인 대통령은 뭐 하러 있는가. 

‘느그도 했으니 우리도 한다, 왜 떫으냐?!’하는 식의 중3 ‘일진’ 여학생 수준의 발언이 신문에 나면, 이는 창피다. 말 골라서 하는 것이 금도(襟度)의 하나다. 총리는, 말 안 되는 왕 따독거리듯 좋은 영의정 되어 정권을 가르치고 조정해야 한다. 

금도타령 뒤에 숨어 ‘합법적인 시위...’ 따위 하나마나한 소리 하는 것은 총리의 역할이나 자세가 아니다. 그 ‘합법’이 ‘법과 원칙’인가? ‘금도 지키라’ ‘금도 벗어났다’는 소리가 이제는 그의 입에서 나오지 않기를 바란다. 다른 상하 공복(公僕)도 매한가지다. 

세금으로 월급 받는 이들은 납세자에게 경건하라. 비판이나 대책에 구체성이 없는 것은 할 말과 실력이 없는 까닭이다. 그걸 가리려고 동원된 기술적 (정치)용어가 ‘금도’인 듯하다. 언어는 또 하나의 실존(實存)이다. 이 실존이 딴 생각을 품고 있다면, 늘 본질과 비교해야 한다. 

국민들은 지켜본다. 시간은 흐른다. 국민을 속이고자 현혹하지 말라. ‘정직하자’는 말이다. 모두가 옷깃 안 가슴에 스스로 경계하는 마음 품으라. 이게 襟度의 전제(前提)다.      
  
[전국매일신문 칼럼] 강상헌 언어철학자·시민사회신문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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