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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상헌의 하제별곡] ‘옥석구분’의 업그레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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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상헌의 하제별곡] ‘옥석구분’의 업그레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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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2.05.31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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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상헌 언어철학자·시민사회신문주간

화염곤강(火焰崑岡) 옥석구분(玉石俱焚) 세찬 불길(화염)에 곤륜산(곤강)이 휩싸이면 옥(玉)과 돌(石 석)이 함께(俱) 타버린다(焚)는 말이다. 곤륜산은 중국인이 좋아하는 보석인 옥의 주산지다. 공자가 편찬한 경서 서경(書經)의 한 구절이다. 특별한 비유의 단서는 아니되 우리말글에서는 꽤 헷갈린다.

보석인 옥은 돌에 붙어있다. 광산에서 캔 옥광석이다. 큰 불이 나면 그 광석이 품은 옥이 돌과 함께 타버릴 것은 당연한 이치다. 원래 당연한 것(말)은 특별한 의미나 화제(話題)가 되지 않는다. 그런데 이 말이 우리에게 ‘문제적’인 것은 ‘구분’이란 한자어 때문이다.

선거 때면 으레 등장하는 4자성어다. 좋은 후보(玉)와, 상대적으로 평범한 후보(石)를 잘 가려 투표하면 좋은 세상이 될 것이다. 그런 ‘옥석 가리기’를 한자어로 구분(區分)이라 할 수 있다. 함께 탄다는 俱焚과 가린다는 區分이 같은 글자 ‘구분’이어서 문제인 것이다.

그 사람이 그 사람인데 고르고 말게 따로 있나 하는 냉소주의로 생각하자면 ‘옥석구분’이 함께 타버리거나 잘 고르거나 간에 상관없을 수 있겠다. 그런 시니컬한 생각은 어쩌면 인류에게 중요한 신호를 던진다. 

아직 우리는 서양에서 빌려온 그 제도 ‘민주주의’를 못 버리고 있다. 세상 바뀌어 그 옷 벗어던질 시기가 도래했다는 인류사적 조짐을 말하는 것이다. 이런 논의에 서양의 (저명한) 학자나 서양 정치학 철학 따위를 인용하는 것은 어질지 못한 시대착오다. 우리의 명상이 필요하다.

트럼프의 미국, 푸틴의 러시아를 본다. ‘큰 바위 얼굴’의 호손이나 ‘전쟁과 평화’의 톨스토이가 깃발이던 그 나라들인지 의아해하자. 

인류의 상징이 아름다운 마음이 아니고, ‘나만 살자.’는 이기주의나 사람을 잔인하게 죽이는 미사일이냐, 이 인류는 축복을 바랄 자격이 있느냐? 미사일 잘 날아갔다고 눈물의 깃발 흔드는 처량한 저 광기(狂氣)는 사람의 표상으로 적절한가. 

식민지와 노예무역으로 쌓은 서구 문명은 마침내 좀 산다 하는 나라 무기 상인들의 농간으로 무너지고 있다. 그들의 빽 즉 뒷배인 선출직 정치 모리배(謀利輩)들은 소년들의 손에까지 기관총을 쥐어주며 지 정치력 표밭 유지에 급급하다. 

총소리 들으며 종교는 뭘 했던고. 공산주의나 민주주의가 아직 필요한가. 세상 보면서, 글자 배운 것이 부끄러운 이유다. 공자가 이미 오래 전에 옥도 돌도 모두 함께 타버릴 거라는 뜻의 책을 편찬했던 것은, 오늘을 예견함이었을까? 

대항해시대의 해적선 국가들을 피 보지 않고 퇴장시켜야 하는 시점일 터다. 혁명이든 개벽이든 기성의 제도와 권력자들을 몰아내야 하는 것이다. 대안(代案)은 오직 청년인류밖에 없다.

지구별, 플래닛 어스(planet earth)에 불이 붙었다. 망조(亡兆) 확연하다. 옥처럼 아름다운 당신도, 허영(虛榮)의 저 시장 채우는 장삼이사(張三李四)도 모두 불타버리기 전에 본디를 행동하자. 새롭게 펴보는 ‘옥석구분’의 뜻이다. 청년은 듣는가?

[전국매일신문 칼럼] 강상헌 언어철학자·시민사회신문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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