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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상헌의 하제별곡] Yuji(유지)의 언어학적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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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상헌의 하제별곡] Yuji(유지)의 언어학적 분석
  • 전국매일신문
  • 승인 2022.08.09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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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도 안 되는’ 나라꼴도, 참 걱정일세.

언론 기사 한 대목이다. <강민정 의원은 “김건희 여사의 박사 논문은 타인의 논문 ‘디지털 콘텐츠와 사이버 문화’와 단어 두 개 빼고 토씨까지 같다.”며 “제목에 ‘Yuji’라는 말 들어간 논문도 문제다.”라고 지적했다.> 

먼저 명토 박을 말이 있다. 이 ‘Yuji’를 설명하며 ‘황당한 오타’라고 쓴 언론이 있다. 오타(誤打)는 ‘실수로 타이핑(타자)을 잘못했다,’는 뜻이다. Yuji는 실수가 아니다. 오역(誤譯)이란 표현을 쓴 언론도 있으나 이 역시 적확(的確)하지 않다.

장본인만큼 유명한 말이 된 Yuji, 모르면서 (남의 글을) 베꼈거나, ‘Yuji’를 뭔가 뜻이 있는 단어로 알았던 것으로 보아야 할까. 물론 두 경우 다 잘못이다. 실수에 의한 오타나 번역의 착오인 오역이 아닌, 오류(誤謬 잘못)인 것이다.  

그 ‘Yuji’는 아마 [유지]라고 발음해야 할 것 같다. (영어)사전엔 없다. ‘박사’만 아는, 또는 박사학위를 따기 위해 필요한 고도의 전문용어인가?

검색해보니 ‘온라인 운세 이용자들의 이용 만족과 불만족에 따른 회원 유지와 탈퇴에 대한 연구’라는 그 논문의 영문 제목에 들어있는 단어 ‘member Yuji’ 관한 논의였다. ‘회원(會員) 유지(維持)’를 저렇게 쓴 것이다.

회원들은 서비스에 만족하지 못하면 탈퇴할 것이다. 이 경우 서비스 사업자는 탈퇴를 막아 기왕의 회원 수를 지켜야 할 것이다. ‘어떤 상태나 상황을 그대로 보존하거나 변함없이 계속하여 지탱하는 것’이 유지의 뜻이다.

유지는 한 단어다. 그러나 ‘변함없이 지탱한다’는 뜻을 이루기 위해 ‘밧줄’의 뜻 維(유)와 ‘가지다’의 뜻 持(지)의 두 한자가 합친 것이다.

한자의 뜻이 속살이 되어 유지라는 (한국어의) 한자어를 이룬 것이다. 유지의 속뜻이다. 예를 들자면, 한국어는 韓國語, 단어는 單語, 한자는 漢字가 각각 그 단어의 속뜻(한자)이다. 

한국어 구조(構造)에 대한 이런 이해 없이 ‘유지’라는 말을 ‘변함없이 지탱한다’는 대충의 뜻으로 아는 이가 이(이미지)를 영어로 옮기는 과정에서 생겨난 해프닝으로 보인다.

한국어 ‘유지’에 대응하는 maintain(메인테인)이나 keep(킾)과 같은 영어 단어 대신 한국어 발음 [유지]를 영자로 표시했을 것이라는 추측이다. 

한영(韓英)번역기가 그렇게 번역했을 수도 있다. 기계를 믿은 데서 생긴 참사(慘事)였을까. 인공지능(AI)을 바탕으로 한 언어 간 통역과 번역의 수준은 매우 빠르게 향상되고 있다. 

‘오로지 한글’이나 ‘한글이 세계 최고’라는 한글순혈(純血)주의, 맹목적 애국주의가 부른 결과가 아닌지에 대해서도 국어당국이나 전문가들은 주시해볼 필요가 있다. 우리 언중(言衆)의 상당수는 한글과 한국어의 차이를 모르거나 이해하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다.         

논문은 통과됐고 그녀는 박사님이 됐지만, 말과 글은 뜻 통하는 것이 전제조건이다. 영어를 쓰는 사람들이 ‘member Yuji’를 ‘회원 수를 변함없이 지탱한다.’로 알아들어야 말이 된다. 말은 적혀 있지만 뜻을 이루지는 못한, 어불성설(語不成說)의 사례다. ‘말도 안 돼.’인 것이다.

‘김건희 박사’와 배우자 윤석열 대통령의 언행이, 또 ‘대통령 내외’라는 특수한 직책이 빚어내는 의도나 정책이 어불성설의 얼룩을 사방에 흩뿌리고 있는 듯하다. 진심으로, 두 사람과 주변이 잘 하기 바란다. 

국민이 저들을 걱정하는 이런 모습, 위험하다. 겨레의 마음만은 어질게 유지돼야 하느니.

묵시론적(的) 싱징일까? ‘김건희의 Yuji’는 경계 위에서 아슬아슬하다. 

[전국매일신문 칼럼] 강상헌 언어철학자·시민사회신문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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