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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혁의 데스크席] 정치가 민생·현실을 외면해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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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혁의 데스크席] 정치가 민생·현실을 외면해서야
  • 최재혁 지방부국장
  • 승인 2022.10.13 1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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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혁 지방부국장

윤석열 대통령의 해외 순방을 놓고 후폭풍이 거세다.하지만 민주당이 순방 외교 전체를 싸잡아 폄훼하는 것은 국익보다는 정파적 이익을 위해 외교까지 정쟁 수단으로 삼으려는 횡포다. 이번 순방에 대해선 미국과 영국도 문제 삼지 않았다. 사람에게는 인격, 인품이라는 게 있다. 인격은 혼자 잘났다 떠든다고 높아지는 게 아니다. 중론(衆論) 즉 여러사람들의 객관적인 평가가 좌우한다. 국가도 국격이 있다. 요즘은 국가 브랜드 가치라 해서 모두 경제적 지표로 국격을 평가하지만 실제 국격은 브랜드 가치와는 다르다.대통령이란 한 나라를 이끌고 가는 리더로서 지지했든 지지하지 않았던 모든 국민과 국가를 대표한다. 그래서 대통령의 말 한마디 행동거지는 아주 중요하다. 대통령의 말과 행동은 국가의 정책 방향과 동일시 한다.

따라서 대통령의 말과 행동은 파급력이 크기에 엄격하게 준비되어야 하며 그래서 의전과 참모진이 사전에 준비를 철저히 해야하는 것은 당연하며 그러기 위해 대통령 주변에 참모진들이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위상이 몰라보게 달라졌다. K팝, K드라마, K영화가 세계를 호령하고 있다. 손흥민과 김민재가 축구변방 한국의 어깨에 힘이 들어가게 한다. 글로벌 경제위기 속에 배터리와 자동차가 선전하고 있고 조선은 호황을 구가하고 있다. 거기에 국산무기까지 힘을 보탰다. ‘K방산’이 최근 잇단 해외 수출 낭보를 전하며 우리나라의 위상을 잔뜩 높였다. 폴란드 대박에서 시작된 우리나라 방산 수출액이 올해 200억 달러를 넘어서 빅4가 될 것이란 전망까지 나온다. 당분간은 수주 호황이 이어질 전망이다. 우리나라는 세계 10위권 경제 강국으로서 우뚝 섰다. 세계인이 주목하고 있다. 외국인들이 부러워하고 시샘할 정도의 발전을 이뤘다.

하지만 진흙탕 국내 정치가 자랑스러운 성취를 여지없이 깎아 내리고 있다. 이병철 전 삼성회장이 4류로 평가했던 우리 정치는 이젠 5류가 됐다. 막장에 빠진 채 허우적대고 있다. 세계의 조롱거리가 되고 있다. 국운 융성의 상승 기운을 받고 있는 대한민국호를 정치가 발목을 잡고 있다. 순방 외교와 관련, 비속어 공방이 꼬리를 물면서 국민을 위한 정치는 ‘실종’됐다. 극렬지지층을 위한 ‘정쟁’만 판을 친다. 민주당은 국회 다수 의석을 등에 업고 윤석열 정부에 계속 다리를 걸고 있다. 좌파 세력도 가세해 어깃장을 놓는다. ‘이xx’ 발언은 더 없는 호재가 됐다. 내홍으로 몸살을 앓는 여당도 이에 질세라 이재명 대표의 각종 의혹을 꺼내들고 집중포화를 날리고 있다. 여야가 서로 국격 훼손에 책임을 묻겠다며 아귀다툼을 한다. 국민은 경제난으로 고통 받고 북한은 연일 미사일을 쏘아대며 위협하는 마당이다.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대응책을 강구하는 모습은 찾아볼 수가 없다. 기대하는 국민이 어리석을 따름이다. 정치가 국민의 기를 살려주기는커녕 피로도만 높여주고 있다. 국민들이 되레 나라를 걱정하는 판국이다. 요즘은 TV 뉴스를 보면 화가 난다. 아니 짜증스럽다는 표현이 더 정확할 거 같다. 매일 뉴스의 첫머리는 여야 정치권의 정쟁이 차지한다. 물가와 환율, 전기와 도시가스 인상 등으로 고통받는 국민은 안중에도 없는 듯하다.

여야 한쪽이라도 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양보하고 타협하는 모습을 보여야 하는데 이런 모습을 찾아볼 수 없다. 서로 ‘네 탓’공방만 펼치는 정쟁만 있을 뿐이다. 이 모습이 국민들 눈에는 마치 제 밥그릇 챙기기에 바쁜 정치인으로만 비쳐진다.야당은 윤석열 대통령의 순방 과정에서 불거진 외교 논란과 비속어 발언, 그리고 박진 외교부 장관 해임건의안 강행 처리와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강하게 질타하고 있고, 여당은 문재인 정부의 대북·안보 논란과 태양광, 탈원전 정책 추궁, 이재명 대표의 대장동·백현동 개발, 성남FC 후원금을 추궁하고 있다.

고래(古來)로부터 당쟁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흔히 조선을 당파싸움으로 얼룩진 시대라고 말한다. 조선 개국 초부터 공신전과 과전 등 토지 분급에서 각종 혜택을 누린 훈구파와 토지 부족 현상으로 과전마저 나눠 받지 못하고 지방에서 세력을 키운 후 중앙으로 진출한 사림파는 부딪힐 수밖에 없었는데 이것이 사실 당쟁의 시작이었다고 한다. 이후 당쟁은 몇 차례의 피비린내 나는 사화를 거쳐 영조의 탕평책으로 순화되기까지 거의 200년 동안 극성을 부렸는데 이 가운데 하이라이트는 이른바 예법을 놓고 격렬하게 싸운 ‘예송 논쟁’이다. 지금 이 시대를 보면서 ‘예송 논쟁’이 떠오르는 것이 무슨 이유일까?

정쟁도 위기 앞에서는 자제해야 한다. 정치인들이 죽기 살기로 싸우고 있을 때 서민들은 고물가, 고금리에 힘들어하고 아파하고 있다. 경기침체와 인플레이션 우려로 주가는 급락했고,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108.93(2020=100)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5.6% 올랐다. 물가상승률은 지난해 3.7%에서 올해 1월 3.6%로 소폭 둔화된 뒤 가파른 오름세를 보였다. 특히 지난 6월과 7월은 각각 6.0%, 6.3% 올라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 11월(6.8%)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보였다.

다행히 지금은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지만 외식 물가 상승률은 9.0%로 1992년 7월(9.0%) 이후 30년 2개월 만에 가장 높았다고 한다. 이처럼 민생과 거리가 먼 정쟁만 부각되다 보니 여야 어느 쪽도 지지하지 않는 무당층이 16개월 만에 30%를 기록했다. 정치 혐오와 무관심을 부추기는 여야의 극한 대치가 고스란히 반영된 결과다. 민생의 현실을 외면한 정치는 있을 수 없다. 정쟁 속에서도 민생만큼은 여야가 머리를 맞대야 한다. 정치권이 제 할 일을 하지 못하고 혼란스러우면 국민들이 더 힘들어진다. 지금은 서로를 탓하기보다 모두를 포용하는 책임 있는 정치가 필요한 시기이다.

윤 대통령도 순방 외교를 계기로 달라져야 한다. 비속어 논란의 경우 아무리 사적 발언이라고 해도 국민 정서와 동떨어진 것이 사실이다. 물론 윤 대통령으로선 자신이 하지 않은 말로 여론 질타까지 받는 상황이 억울할 것이다. 하지만 윤 대통령도 강조했듯이, 국민 뜻을 살피고 받드는 것은 지도자의 의무이자 숙명이다. 국정 동력은 결국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윈스턴 처칠 전 영국 총리는 "내가 실수를 하지 않았더라면 아무것도 이루지 못했을 것"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도 이번 사태에서 교훈을 얻어 심기일전해야 한다.

[전국매일신문] 최재혁 지방부국장
jhchoi@jeonm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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