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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혁의 데스크席] 금융시스템 부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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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혁의 데스크席] 금융시스템 부실
  • 최재혁 지방부국장
  • 승인 2022.09.29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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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혁 지방부국장

최근의 시장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물가상승 완화와 연준의 속도조절, 연착륙 에 대한 기대감으로 글로벌(Global) 증시는 잠시 반등하기도 했지만, 달러화($)초강세 속에 증시의 조정양상이 재개되고 있는 분위기다. 3분기 물가 정점론에 무게가 실리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연준 주요 인사들의 금리인상 발언으로 채권시장이 약세를 보이며 미국 국채 10년 물이 3.2%를 상회하는 모습이다.

“주식은 동업이다. 주가는 장기적으로 우상향하며, 한 번 사면 팔지 않는 것이다.” 바로 얼마 전까지 한국의 워렌 버핏, 투자현인 소리를 듣던 어느 유명 인사가 남긴 말들이다. 진실과 착각이 어느 정도 뒤섞인 이 어록은 불과 작년까지만 해도, 아니 어쩌면 지금까지도 많은 개미(개인투자자)들을 설레게 만들었다.

실제로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1년 남짓한 시간동안 주식은 ‘사놓으면 오르는’ 것처럼 보였다. 그렇게 많은 개미들이 자신의 재능을 재발견하며 주식과 가상자산(코인) 시장으로 유입됐다. 투자만이 볼품없는 수저를 바꿔줄 수 있다는 믿음이 종교처럼 정착됐다. 그리고 그 믿음들은 기어이 우리의 가치관에도 균열을 내기 시작했다.

젊은 나이에 코인으로 수십 수백억을 벌었다는 누군가는 투자만이 아니라 남의 인생에 대해서까지 이런저런 훈수를 두기 시작했다. 그래도 사람들은 “가난한 사람과는 토론하지 않는다”는 그의 말에 고개를 조아리며 한마디 한마디를 받아 적었다. 

일은 해서 뭐 하냐는 식의, 타인의 노동소득을 비웃는 말들이 지난해까지 진지하게 받아들여졌다. 연극이 끝나는 데에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한국의 워렌 버핏은 허탈하게도 차명투자 의혹에 덜미를 잡혔다. 어마어마한 팬덤을 거느렸던 테라루나 코인은 바벨탑처럼 붕괴하며 코인시장 전체에 충격파를 남겼다. 2022년 여름, 파티는 끝났다. 한국 주식시장은 세계 어느 곳보다 극악한 난이도를 자랑하며 많은 개미들을 절망으로 몰아넣는 중이다.

주식은 사놓으면 오른다고? 이 말에 대한 반박으로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름은 엉뚱하게도 존 메이너드 케인즈다. 그는 “장기적으로 우린 모두 죽는다(In the long run, we are all dead)”라고 말했다. 내가 산 주식이 언젠가는 오를지 모르지만, 죽고 나서라면 무슨 소용인가? 여러모로 여전히 변동성이 큰 장세가 지속되고 있는 요즈음이다.주식이 동업이라는 말도 마찬가지다. 동업자를 이렇게 취급하는 나라가 다른 선진국 중에도 또 있는지 문득 궁금해지는 것이다. 주가 좀 오른다 싶으면 말 한 마디 없이 물적분할과 유상증자와 전환사채 발행을 남발하는데 어떻게 고운 마음으로 ‘동업’을 지속할 수 있을까?

그런데도 금융당국과 한국거래소는 더 이상 투자 받을 곳이 없어 ‘벼랑 끝 전술’로 주식시장 상장을 택한 적자기업들을 줄줄이 상장시켜주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다양한 특례상장 제도를 구비해가며 돈 잔치 축포 터뜨리기를 부추겼다. 시장이 상승장일 땐 티가 나지 않지만 하락장이 펼쳐지면 모두가 함께 폭탄을 떠안는 구조가 완성된 것이다. 그 절망의 끝자락에서 윤석열 정부는 출범했다.

이 총체적 난국에 등장한 검사 출신 ‘저승사자’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에 거는 기대는 그래서 더 특별하다. 업계 출신이 아니라는 점에 많은 금융인과 언론인들이 여전히 의문을 표시하지만, 지금은 어쩌면 업계 바깥의 시선이 필요한 시점인지도 모른다. 한국 주식시장이 떠안고 있는 리스크의 상당 부분이 도덕적 해이에 관한 것이라면, 상식만 철저히 지켜져도 많은 것이 달라질 것이기 때문이다.

이복현 원장은 지난달 금감원 내에 공매도 조사팀을 신설 외국계 증권사들에 대한 공매도 현황 점검에 나섰다고 말했다. 최근 들불처럼 번진 ESG(환경·사회적 책무·기업지배구조 개선) 펀드의 공시 실태를 점검하겠다고 예고했다. 매일매일이 누군가에는 경고장으로 들릴 법한 행보다. 어쩌면 당분간은 여의도가 조금 더 시끌벅적해질지도 모르겠다.

요즘 주식에 거금을 투자한 사람들을 보면 눈만 뜨면 주식 이야기를 한다. 주식시장이 너무 안 좋기 때문이다. 본인 자산의 대부분을 투자한 사람의 경우 대인기피증까지 생길 정도로 정신적 충격이 심각하다. 본전 생각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다시 주식만 바라보고 있는 모습을 보면 안타까울 뿐이다. 주식은 회사의 성장성을 보고 투자를 하고 그 회사가 이익이 생겼을 때 투자한 것에 비례해 배당을 받는 것이다.

그러나 배당금을 주는 회사들은 거의 없어지고 그냥 주식을 팔고 사는 차익 투자 형태다. 그 회사가 성장 가능성에 대한 정확한 평가는 결과가 나와야 알 수 있는데 사람들의 이익 창출에 대한 욕구가 앞서면서 성장 여부를 섣불리 예측하고 사고파는 형태로 주식시장은 변질됐다. 회사의 성장 가능성보다 투자자들의 수요와 공급의 원리로 움직이게 됐다. 회사에 대한 단순한 정보만 가지고 주식을 하는 시대는 이미 끝났다.
2000년대 초 주식을 인터넷으로 거래할 수 있는 홈트레이닝이 나오기 전에 한 일화가 있다. 모 대기업 사모님이 증권사 직원에게 거액을 특정 주식에 투자를 하면 이를 알아챈 증권사 직원들이 같은 주식에 투자해 많은 수익을 남겼다고 한다. 주식 거래를 스마트폰으로 하는 요즘은 이런 요행은 옛날이야기다. 새로운 정보가 생성되기 훨씬 이전에 우리가 모르는 또 다른 보이지 않는 정보에 의해 주식거래가 이뤄지는 듯하다.

주식은 돌멩이를 사는 것과 같다고 했다. 아무 가치가 없지만 그 돌멩이를 사겠다는 사람들이 몰리게 되면 가격이 상승하고 그 차익을 챙길 수 있다. 주식으로 돈을 벌고 안 벌고는 회사의 가치보다 주식시장의 거대한 수요와 공급 움직임에 편성하느냐 못하느냐로 판가름 난다. 단순히 순간 이득만 보고 주식에 달려드는 것은 도박이라는 얘기다.

여기서 세계 경제 불확실성의 여파와 그 심각성을 다시 한번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 여파는 유럽권과 미국, 중국이 연일 흔들리기 시작하면서 이 충격이 한국증시를 덮치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문제는 이 같은 불확실성이 언제까지 계속될지에 초점이 모인다. 이 긴박한 사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의 수출 부진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국내경제가 안정적으로 돌아가야 각 분야의 실질적인 성장과 복지도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작금의 사정은 한마디로 ‘아니올시다’이다. 흔히 코스피 종합주가지수를 한국경제의 지표라고 일컫고 있다. 그 지표가 연일 무너져내리고 있는 이 시점에서 정부의 효율적인 후속 대안이 무엇인지 재차 묻지 않을 수 없다. 말 그대로 국내 금융시장이 장기침체의 늪에서 허우적거리고 있는 모양새다.

[전국매일신문] 최재혁 지방부국장
jhchoi@jeonm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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