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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혁의 데스크席] '이태원 참사' 깊은 애도와 위로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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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혁의 데스크席] '이태원 참사' 깊은 애도와 위로를
  • 최재혁 지방부국장
  • 승인 2022.11.03 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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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혁 지방부국장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이었다.그러나 일어나고 말았다. 지난달 29일 발생한 이태원 핼러윈 참사, 서울 한복판에서 벌어진 전례를 찾기 힘든 비극 앞에 온 국민이 충격에 빠져 애도의 시간을 보내는 희생자와 그 가족들께 깊은 애도와 위로의 마음을 전한다. 진정한 애도는 국가의 존재이유와 책임을 분명히 하는 데서 시작돼야 한다.

전국 관공서에 일제히 조기가 게양됐고 지상파 방송 예능 프로그램은 결방됐다. 공직자들은 왼쪽 가슴에 검은 리본을 달고 출근했고 경기에 출전하는 야구·농구 선수들도 모자와 유니폼에 검은 리본을 착용하고 뛰었다. 축제 현장에서는 음악소리가 꺼졌고 어린이집과 학원, 유통가에서는 예정된 핼러윈 이벤트를 줄줄이 취소·중단했다. 17개 시도에 설치된 분향소에는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고 SNS에는 추모글이 쏟아진다. 지금은 154명의 목숨을 한꺼번에 잃은 대한민국의 ‘국가 애도 기간’이다.

우리나라의 국가 애도 기간 선포는 두 번째다. 지난 2010년 이명박 정부는 천안함 희생장병의 해군장이 진행된 4월 25일부터 29일까지 5일의 장례기간을 ‘국가 애도 기간’으로 정하고 마지막 날인 29일을 ‘국가 애도의 날’로 선포했다. 이에 앞서 지난 2001년 발생한 미국의 9·11테러 이후 9월 14일에도 김대중 정부가 국가 애도의 날을 지정했었다.

애도(哀悼)란 누군가 죽은 일을 슬퍼함을 뜻한다. 정부는 국가 애도 기간을 선포할 수 있지만 개인의 애도를 의무화하진 않는다. 그럼에도 많은 국민들은 자발적으로 애도를 표하고 예의에 어긋나는 행동은 자중한다. 게다가 어떤 이들은 슬픔을 통해 더 나은 사회와 삶을 고민하기도 한다. 인간에겐 애도를 통해 삶을 재건하는 능력이 있다.

서울 한 복판에서 소중한 생명들이 또 어이없게 사라졌기 때문이다. 우울하다. 분노의 대상이 없어 더 답답해진다. 뉴스보다 더 빠른 SNS 소식에 앙정부, 지방정부라는 분노의 대상이 생성됐다. “어떻게 관리를 어떻게 했길래 무고한 젊은이들이...” 서울 한복판 이태원에서 벌어진 끔찍한 참사로 인한 희생자들과 유가족들의 아픔이 기록되는 문자와 영상이 마음을 헤집는다. 뉴스와 SNS로 전해지는 현장의 영상은 그날의 상처를 불특정 다수에게 각인시키고 있다.

그 어떤 말도 자식을 먼저 보낸 부모에게 위로가 되지 않을 거란 걸 안다. 알면서도 명복을 빌고 위로의 말씀을 건네고 싶다.그래도 허망한 마음은 어쩔 도리가 없다. 이젠 좀 극복되지 않았을까 생각되는 시점에 다시 터진 참극으로 우리 사회가 또 PTSD(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겪어야 할 듯하다. 세월호 유족들은 아직까지도 심리 지원을 받고 있다고 한다.

원인 규명은 반드시 해야 한다. 토끼 머리띠든 뭐든간에. 국가의 책임도 물어야 한다. 그게 형사든, 민사든간에.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을 마련하는 것도 필요하다. 보다 앞서는 것은 지독한 슬픔에 통곡하고 있을 유가족의 마음을 보듬는 일일 터이다. 아비규환의 현장에서 공간을 함께 했던 부상자, 목격자, 구조인력은 2차 대상일 것이고, 뉴스와 SNS를 통해 참사의 현장을 두 눈으로 본 우리 모두의 마음은 3차 대상이다. 함께 슬퍼하고 서로 위로하는 애도의 시간을 가지는 것이 우선이다.

적어도 애도의 기간만큼은 정치인 말을 듣고 싶지 않다. 무슨 옳은 말을 해도 허무하다. 헌법을 들먹여도 허한 죽음 앞에 초라해진다. 안전 당국의 변명은 더더욱 듣고 싶지 않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사고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이태원 참사가 경찰과 소방 인력 배치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다는 식의 발언을 한 것은 경악할 일이다. 냉정하게 ‘어쩔 수 없는 사고’로 인식하는 건 개인적인 차원에선 가능하겠지만 그런 생각이 당국자의 입 밖으로 나온 것은 심각한 문제다.

더욱이 ‘선동적인 정치 공세’를 경계하는 듯한 말을 꺼낸 것은 안전 당국자로서 적절치 못하다. 선동적인 정치 공세가 없었기에 그런 것이 아니라 ‘무한 책임’이 있다고 생각해야 할 안전당국의 책임자인 이 장관이 그런 말을 내비쳐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마음의 상처를 헤집어놓는 댓글 또한 보고 싶지 않다. 희생자들과 유가족들을 향해 도대체 왜 상처 덧내는 글을 갈겨야 하나.

1, 2차 심리적 피해자들에겐 심리적 응급 처치가 먼저다. 대한병원협회와 대한의사협회가 이번 참사로 큰 충격을 받은 유가족과 부상자, 구호 인력 등의 정신건강을 돌보기 위해 적극적인 지원에 나서기로 한 것은 다행이다. 보건복지부도 국가트라우마센터에 심리지원단을 설치해 조기 심리상담에 나섰다고 한다. 3차 심리적 피해자들은 당분간 SNS를 안 보기를 권한다. 자극적인 영상에 다시 상처 받고, 왜곡된 정보로 분노와 울분에 몸부림 칠 필요가 없다. 사회적 상처를 함께 보듬는 연대 의식만이 필요하다.

결국 슬픔과 비탄은 개인 몫으로 남겠지만, 슬품과 비탄을 함께 나누면서 잦아들기를 기대한다. 그리고 또 다시 사는 것이다. 우리는 모두 같은 하늘 아래 같은 애도 기간을 보내겠지만 그 슬픔의 크기는 천차만별일 것이다. 자식을 먼저 보낸 부모의 마음은 감히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무겁다. 또 사랑하는 혈육과 친구를 잃은 사람들, 직간접적으로 사고를 당한 부상자와 목격자들은 고통의 시간을 보내고 있을 것이다. 특히 우리는 세월호 침몰 등을 고통스럽게 겪으며 확인해왔다. 최종 목적지는 모두가 안전한 사회이며 모두가 안전한 사회는 생명과 인권이 존중받는 문화가 굳건히 자리잡은 사회일 터이다. 다시 한번 피해자들에게 깊은 애도를 표한다.

[전국매일신문] 최재혁 지방부국장
jhchoi@jeonm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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