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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인 감독 "모성신화에 대한 타협없는 돌진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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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인 감독 "모성신화에 대한 타협없는 돌진하고 싶었다"
  • 김나현기자
  • 승인 2022.11.06 13: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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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개봉 영화 '같은 속옷을 입는 두 여자'
영화 '같은 속옷을 입는 두 여자' [찬란 제공]
영화 '같은 속옷을 입는 두 여자' [찬란 제공]

오는 10일 개봉을 앞둔 영화 '같은 속옷을 입는 두 여자'는 우리가 흔히 아는 모성애와는 동떨어진 인물을 내세웠다.

싱글맘 수경(양말복 분)은 손빨래 중인 딸 이정(임지호)에게 아무렇지 않게 자신이 입던 속옷을 던지고, 생리통이 심해 진통제를 사다 달라는 딸의 메시지를 본체만체하며 애인과 술잔을 기울인다.

통념을 깨는 엄마의 모습이 불편하게 다가올 즈음, 영화는 수경의 속내들을 조금씩 드러내면서 다른 이야기로 전개된다. 스크린 속 두 사람은 더는 나쁜 엄마, 착하고 불쌍한 딸이 아닌 서로에 대한 애증으로 가득한 모녀다.

김세인 감독은 영화 속 모녀에 대해 "이 모든 것이 오로지 수경만의 책임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수경이 잘못하고 서툴렀던 만큼 이정 또한 그런 부분이 있다. 한 사람이 이상하거나 잘못해서가 아니라 어떤 사회적 맥락 안에서 벌어지는 일이라는 것을 담아내고 싶었다"고 말했다.

깊어질 대로 깊어진 수경과 이정 사이의 감정 골은 급발진 사고 이후 수면 위로 드러나기 시작한다. 수경의 차는 말다툼을 하다 내린 이정을 향해 돌진한다. 수경은 차량에 문제가 있었다고 말하지만 이정은 믿지 않는다.

감독은 급발진 사고는 우리 사회의 뿌리 깊은 '모성 신화'와 닮아있다고 설명했다.

"그때 급발진 사고에 대한 기사들을 많이 읽었어요. 피해 본 분들이 분명히 계시는데 대기업에서는 하자 있는 제품을 내보내지 않을 거란 사회적 믿음이 견고해서 개인이 (제품 불량을) 증명하기가 굉장히 어려운 상황이라고 봤습니다. 모성 신화와도 닿아있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해요. 한국에서는 하나의 큰 모성을 그려놓고 거기서 벗어난 사람들을 개인의 잘못이라며 내치는 모습이 있거든요."

김 감독은 "영화를 통해 다양한 이야기가 마구 논의되는 장을 만들고 싶었다"며 "적당한 타협은 하고 싶지 않았다"고 했다.

"호불호가 갈릴 수도 있고, 다소 거칠 수도 있겠지만 두 여자가 어느 정도 타협하며 가는 게 아니고 물리적·정서적으로 완벽하게 찢어지고 독립하는 모습을 그리고 싶었습니다. 적당히 스며들 수 있게 그리기보다는 앞뒤 없이 그냥 돌진하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어요. 그러기 위해서는 갈 데까지 가야 한다고 생각했죠."

'같은 속옷을 입는 두 여자'는 김 감독의 첫 장편이다. 그는 "단편 작업에서 어린아이의 외로움이란 정서를 주제로 계속 작업을 해왔었는데, 왜 그렇게 그 감정에 몰입하게 됐나를 생각해봤더니 그 끝에 엄마가 있었다"고 고백했다.

"제가 다른 화두를 이야기하기 위해 한 번쯤은 그 정서에 직면해야겠다 싶었죠. 실제로 경험하거나 주변에서 봤던 모녀의 모습은 매체에서 보이는 것과 다르거든요. 한국 사회는 부성보다는 모성에 기대는 게 더 크고, 엄마도 딸에게 더 많은 책임과 정서적 역할을 기대하기도 하고요. 제가 본 모습들을 영화로 구현하고 싶었습니다."

그는 이번 작품에 불완전한 이들이 관계 속에서 성장하는 이야기를 담았다. 상대에 대한 뿌리 깊은 미움에도 좀처럼 갈라서지 못하던 두 사람은 비로소 서로에게서 독립해나간다.

김 감독은 "사람은 어긋나고 실수도 하면서 더 단단해진다고 생각한다"면서 "뭔가 분명하고 옳은 선택만 하는 완벽한 사람들이 아니라 다소 엉성한 사람이 어떤 일을 겪으면서 자기 자신을 찾아가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전국매일신문] 김나현기자
Nahyeon@jeonm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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