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우리 동네 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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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우리 동네 교회
  • 전국매일신문
  • 승인 2021.05.05 0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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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재철 김포시 통진읍 도사리 꽃씨맘씨농장주

동네입구에 걸린 현수막이 설핏 눈에 띄었다. ‘마을회 알림’ 현수막이 한번 걸리면 색이 바래 제 풀에 떨어질 때까지 나부꼈기 때문에 무의식중에라도 현수막에 눈길 한번 주지 않고 지나쳤었는데, 새로운 하얀 현수막이 보인 것이다.

‘열방교회 창립예배, (구)평안교회’ 얼마 전에 우리 집 옆에 교회를 지었는데, 그 교회의 창립 예배를 알리는 현수막이었다. 우리 동네에 ‘평안교회’가 생긴 지가 한 십여 년은 되었을 성 싶다. 서울에서 목사님이 달마가 동쪽으로 간 역방향인 서쪽으로 무한정 왔다.

‘달마가 동쪽으로 간 까닭’은 잘 모르겠지만 ‘목사가 서쪽으로 온 까닭’은 교회를 개척하려는 사명에서였다. 김포읍내를 지나서 김포웨딩홀 앞, 지금은 철거된 육교 위에 올라가서 지역을 정탑해보니 4백여 호의 농가가 옹기종기 모여 있는 곳에 어이된 영문인지 교회의 붉은 십자가가 하나도 보이지 않더란다. 눈이 번쩍! 황금어장을 발견한 것이다. 내 저곳을 갈릴리호수로 생각하고 고기 잡는 어부가 아니라 신앙인을 낚는 목사가 되겠다며 의욕적으로 걸포동(김포천주교 18구역)에 ‘평안교회’ 창립한 것이다.

그 후로 어이된 영문인지 교회 개척한 지 십년이 되어 가도록 신도가 한 명도 안 늘어나다 보니 교회 이름인 ‘평안교회’ 뜻 그대로 교회는 그야말로 평안하기 그지없었다. 대신 그 기간 동안 이 동네에 왜 교회가 없었는지를 깨달은 것이다.

김포에서 제일 큰 ‘제일교회’는 1894년 언더우드 선교사가 전한 복음을 들은 성도들을 중심으로 초가삼간에서 시작된 김포지역 최초의 교회로 130년의 전통을 갖고 있으며 이 동네에서 나갔다.

공소서부터 시작된 것부터 연혁을 따져서 백여 년의 전통을 가진 김포 천주교회가 이곳에서 태동해 나간 것이다. 그러니 4백여 호에 사는 주민들 거의 다가 시몬, 바오로, 막달레나였고 신부님 두 분과 손가락으로 꼽으라면 열 손가락이 부족할 정도의 수녀님을 배출해 냈다.

장로교 쪽으로 보아도 장로님, 권사님, 집사님 투성이였다. 목사님이 육교위에서 4백여 호의 농가를 보고서는 갈릴리호수로 생각하고 신앙인을 낚는 어부가 되어 십여 년을 전도의 그물을 던졌지만 목사에게 그 호수는 갈릴리 호수가 아닌 사해였던 것이었다. 다만 이곳에 왜 교회가 없었었는지를 뒤늦게 깨달은 것이다.

상황이 그러니 교회창립 십여 년 동안 신자가 한 명도 없어서 교회는 이름 그대로 평안하기 그지없었다. 이번에 교회를 새로 지은 참에 열방으로 뻗어 나가자고 ‘열방교회’라고 명을 정했다고 했다.

그 열방교회가 바로 우리 집 옆에 생겼는데 나로서는 걱정이 앞섰다. 교회가 이름 그대로 열방으로 퍼져나가야 하건만, 바로 교회 옆으로 요단강 같은 개울이 활처럼 휘어져 흘러서 막고 있고 위로나마 터져야 할 하늘은 일산대교로 가려 놨다. 뒤로는 일편단심 천주교 신자들이의 가정들이 진을 치고 있으니 ‘열방교회’는 커녕 우물교회가 딱 맞게 생겼다.

그렇지만 나의 아내는 우리 동네 교회가 들어서 부흥되기를 늘 강구하였다. 우리 동네 교회가 들어서 오랫동안 우상숭배로 가난, 질병 등 고통의 역사를 치유해 달라는 염원과 함께 기도를 올리곤 했다. 또 하나님께서 아담과 연합하여 죄로 인하여 영원히 죽을 수밖에 없었던 저희들을 구원하여 주셨듯이 이 나라에 정의와 공정사회가 구현되고, 경제가 부흥하여 새로운 희망을 품고 살아가도록 연신 기도를 해댔다.

더욱이 우리 동네가 신도시가 들어선다며 소문이 무성해 흉흉할 때이다. 열방교회가 어려운 이웃을 돕고, 어른을 잘 공경하는 건강하고 행복한 마을이 건설되어 새로운 희망을 품고 살아가도록 은혜를 내려 주기를 간절히 원하며 아내는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그러던 차 아내가 창문으로 내다보며 교회는 달라도 오늘 입당예배만큼은 참석해야겠다고 한다. 그 말을 들은 내가 한마디를 안 할 수가 없었다. “가긴 어딜 가나? 목사님 열 받아서 방방 뛰는 목사한테 걸려서 뒈지게 혼나지 말고 가만이나 있게나” 했다가 아내에게 혼났다. 우리 동네 열방교회가 그리스도의 빛과 소금의 사명을 다하며 아름다운 교회로 발전하기를 바랄 뿐이다.

[전국매일신문 기고] 유재철 김포시 통진읍 도사리 꽃씨맘씨농장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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