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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혁의 데스크席] 네거티브와 비호감 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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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혁의 데스크席] 네거티브와 비호감 선거
  • 최재혁 지방부국장
  • 승인 2022.01.13 1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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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혁 지방부국장

대선 54일여  앞으로 다가왔는데 어찌 된 일인지 부동층이 늘고 있다. 통상 선거 일이 가까워질수록 부동층이 감소하는데 이번 선거는 그렇지 못하다.선거는 후보자의 자질과 능력을 검증하는 둘도 없는 중요한 기회다. 때문에 대선 레이스를 통해 향후 5년간 대한민국을 이끌어갈 대통령의 자질을 꼼꼼하게 검증해야 한다. 하지만 최근 선거판으로 보면 이른바 ‘네거티브’ 대결로 치달으면서 유권자들의 정치혐오만 부추기고 있다. 실제로 지지하는 정당이나 후보가 없는 ‘무당층’이 20%를 훌쩍 넘어서고 있다. 후보자 본인의 도덕성 문제는 물론 최근 가족리스크까지 더해지면서 이번 선거는 사상 최대의 ‘비호감 선거’로 불리고 있다. 배우자에 아들까지 끝없는 의혹과 네거티브 공격이 반복되고 있다.

“지금까지 이런 대선은 없었다” “최선이 아닌 차악을 선택하는 게 낫겠다” 언론이 이구동성으로 하는 말이다. 후보들이 국회의원 한번 해 본 적 없는 데다 모두 고소 고발된 피의자 신분이기에 나온 말일 것이다. 선거 때만 되면 회자되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한 정치인이 지방 도시를 찾아 열변을 토했다. “제가 당선되면 이 세상에서 가장 튼튼하고 아름다운 다리를 놓아드리겠습니다.” 술렁이는 청중 속에서 한 청년이 용감하게 외쳤다. “우리 고장에는 강이 없는데요?” 그러자 그 정치인은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답변했다. “그러면 강도 만들어 드리겠습니다” 당선이 전부인 정치인에게 강을 놓아주겠다는 허언(虛言)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다.

이즈음 대통령 후보들이 내놓는 공약 중 인기 영합의 포퓰리즘 성격이 강한 게 많다. 정치인들은 으레 '현실적'인 공약보다는 '낙관적'인 공약을 내놓기 마련이다. 표심을 얻으려면 사람들의 마음을 얻어야 하는데, 사람들은 '이성'보다는 '감성'에 의해 움직이는 경향이 있다. 선거철이 되면 정치인들은 공약(公約)이 아닌 공약(空約)을 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이런 것이 유권자들에게 먹혀들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는 바로 우리 정치의 후진성이라 할 수 있다.

일단 권력 게임에서 이기고 봐야 하는 정치가 지금 우리 앞에 있다. 여론조사 지지율만 높으면 되는 정치에 모두가 매진하고 있을 뿐이다. 여야 대선후보들은 유권자의 환심을 사려는 선심성 정책만 쏟아낼 뿐 나라의 미래 비전과 정책에 대한 논의는 외면하고 있는 듯하다. 진영 간 대결, 네거티브 공방, 선거대책위원회 자리 싸움 같은 구태 정치만 되풀이하고 있다. 체코의 작가 밀란 쿤데라(Milan Kundera)는 “인간들을 움직이는 것은 이제 더 이상 논리적 사상 체계가 아니라 단지 일련의 이미지와 암시”라고 했다. 이미지와 암시는 대중매체와 결합될때 우리의 의식을 지배하는 강력한 영향력을 가진다. 특히 정치에서 이미지는 설득과 선동의 핵심 영역이다.

최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는 ‘탈모 공약’을 내놓았다. 그는 ‘탈모 치료 건강보험 적용’ 을 공언하며 ‘이재명을 뽑는다고요? 이재명은 심는 겁니다’라는 영상을 온라인에 공개했다. 소셜미디어에 패러디가 올라오는 등 폭발적인 반응을 얻고 있지만 건강보험 재정 안정성을 악화시키는 포퓰리즘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도 ‘전기차 충전요금 공약’을 소개하는 유튜브 영상에 직접 출연, 소화제 광고를 패러디한 연기를 선보였다. 이 ‘59초 쇼츠 공약’ 영상물에는 이준석 대표와 원희룡 정책본부장이 동반출연했다. ‘석열씨의 심쿵약속’ ‘공약위키의 AI 윤석열’ 등 스마트폰 환경을 고려한 대선공약 콘텐츠도 눈에 띈다.

선거에서 투표는 머리로 하는 것이 아니라 가슴으로 하는 것이란 말이 있다. 정치인이 이미지와 퍼포먼스를 통해 감성적으로 관심을 끄는 것은 당연하다. 문재인 대통령이 이벤트 전문가 탁현민을 내치지 않고 곁에 두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정책과 비전없이 피상적인 이미지로 포장만 그럴듯하게 한다면 사상누각에 불과하다. 이번 대선은 어느때보다 유권자의 냉철한 판단이 요구되는 선거다. 포퓰리즘 공약은 당장 매표에는 도움이 될지 모르나 누가 집권하더라도 엄청난 후폭풍에 직면하게 된다. 여야 대선후보의 포퓰리즘 공약은 수조 원이나 수십조 원이 소요되지만 제대로 된 재원 대책은 제시하지 않고 있다. 결국 나랏빚으로 해결하게 된다.

국민 모두를 위로한다며 전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을 강변했던 여당 대선후보가 자신의 주장을 접었다. 60%가 넘는 국민이 반대한다는 여러 여론조사 결과 덕분이다. 이는 퍼주기 공세에 더 이상 휘둘리지 않겠다는 시민의식의 성숙을 방증하는 것이다. 우리 사회에 널리 퍼진 정치권과 정부의 퍼주기 포퓰리즘을 말끔히 몰아내는 것은 오직 국민의 몫임이 이번 일로 분명해졌다.

고(故) 이건희 회장이 ‘정치는 4류’라고 한 지 20여 년이 흘렀건만 변한 게 없다. 오히려 공인(公人)의 책임감도, 사인(私人)의 부끄러움도 상실한 ‘정치 건달들’이 판친다. 그들이 조선 예송논쟁 하듯 아무말 대잔치와 말꼬리 잡기로 허송한 세월이 얼마였던가. 복지정책에서 제도적 접근이 아닌 단순한 선거용 돈 풀기에 국민이 넘어갈 거라고 보면 오산이다. 대선이 임박할수록 포퓰리즘 공약이 넘쳐날 것이다. 하지만 투표에는 별 도움이 안 된다는 걸 후보들이 이제라도 깨달았으면 좋겠다.

지난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남은 것은 네거티브 선거로 인한 상처뿐이었다. 진정한 승리자는 ‘생태탕’이라는 자조 섞인 비판을 언론 역시 기억해야 한다.네거티브 선거의 최대 피해자는 결국 국민이다. 부실한 공약검증은 차기정부의 부실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이러다가 후보들의 비호감도에 따라 20대 대선의 승부가 갈릴 판이다. 국민들도 비호감의 무게를 저울에 달아보고 투표를 해야 할 처지가 됐다. 더 나쁜 후보, 더 싫은 후보의 이미지를 갖고 대통령이 되면 대한민국의 미래는 없다. 두 후보의 자질은 오십보백보이고, 후보와 주변에 대한 검증도 이걸로 충분하다. 후보들은 이제 서둘러 정책선거로 전환해야 하고, 국민들은 후보의 자질보다 정책에 더 귀를 기울여야 한다. 싸움닭보다는 미래를 잘 설계한 사람이 대통령이 돼야 한다.

[전국매일신문] 최재혁 지방부국장
jhchoi@jeonm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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