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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혁의 데스크席] 훈훈한 연말이 됐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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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혁의 데스크席] 훈훈한 연말이 됐으면
  • 최재혁 지방부국장
  • 승인 2021.12.30 14: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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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혁 지방부국장

“자신이 이 세상에 살았음으로 해서  한 사람의 생명일지라도 보다 편안히 숨쉬었음을 깨닫는 것 이것이 성공이다.” 위 구절은 1982년 미국 텍사스주 달라스의 어느 고등학교 졸업식에서 수석의 영예를 안은 여학생의 졸업 연설 중 한 대목이다. 미국의 시인이자 철학자 랠프 왈도 에머슨(1803~1882)의 시 ‘성공이란 무엇인가’의 마지막 구절인데, 이 싯귀가 너무나 마음에 들어 졸업 연설에 인용했던 것이다.  

이 여학생이 마이크로소프프트 창업자 빌 게이츠의 부인 멀린다 게이츠다. 그는 빌 게이츠의 아내로 더 유명하지만 남편과 더불어 세계 최대의 자선단체 ‘빌&메린다게이츠 재단’을 공동 운영하는 자선사업가로 제3세계, 특히 아프리카 아이들의 질병 예방과 치유에 돈과 마음을 쏟는다.  
  
필자는 지난해 뉴욕타임스에 실린 멀린다 게이츠의 인터뷰 기사를 보았다. 그는 자신의 마음 속에 내재된 남을 돕는 봉사 정신을 털어놓으며 “고등학교 때부터 에머슨의 그 싯귀가 내 귓전에 생생히 남아 있고, 그 구절이 내가 정의하는 성공”이라고 말했다. 음미하는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에머슨의 이 싯귀는 어마어마한 담론인 것 같으면서도 남을 돕는 사소한 일들이 세상을 보다 살기 좋게 만들 수 있다는 지혜를 깨닫게 해준다.

매서운 한파가 한 며칠 몰아쳤다. 몸이 추워지면 마음마저 추워질까 염려스럽다. 없는 사람일수록 추위가 더 매섭고 혹독한 법이다. 매년 겨울의 초입이 되면 사람들의 옷깃 위를 장식하는 빨간 열매 모양의 뱃지. 그것은 ‘사랑의 열매’다. 연말에는 언제나 백당나무의 빨간 열매 세 개가 달려있는 가지로 아름다운 마음을 확인하는 시간이다. 이제 겨울만 되면 사람들의 윗도리 옷깃에 달려 나눔을 알리는 상징적 도구가 된 사랑의 열매. 사랑의 열매는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매년 진행하는 대한민국의 소외계층을 위한 성금모금운동의 상징이다.

올해 연말에도 정부와 강원도, 정선군에서는 어김없이 강원도사회복지공동모금회와 ‘희망 2022 나눔 캠페인’ 성금 모금에 나섰다. 특히, 올해는 코로나19 장기화로 더욱 어려움을 겪는 이웃을 위해 ‘나눔, 모두를 위한 사회백신’ 이라는 슬로건 아래 진행하고 있다.우리나라 사람들은 나라나 이웃이 어려울 때는 콩 한쪽이라도 나누어 먹던 착하고 따뜻한 민족이다. 1998년 7월에 시작된 사랑의 열매는 그동안 어렵고 힘든 이웃들에게 힘이 되어 주는데 큰 역할을 한 게 사실이다.

최근 우리 사회 곳곳에서 저마다의 방법으로 나눔을 실천하는 분들이 점점 더 많아지고 있다. 어려움을 겪는 사회 곳곳에 새 살이 돋아날 수 있도록 따뜻한 배려의 손길을 펼치는 모습을 보면 큰 위로가 아닐 수 없다. 독일 언론인 토마스 람게는 ‘행복한 기부’라는 책에서 ‘2-1=3’라는 수식으로 나눔을 표현했다. ‘기부와 자원봉사는 나눌수록 커지며, 주는 자와 받는 자 모두에게 행복을 부르는 성공투자’라는 의미다. 그런 의미에서 나눔과 봉사의 참모습은 일회성의 이벤트가 아니라 진정성과 꾸준함이 있어야 한다. 기업의 사회공헌활동이 ‘혹여 두 얼굴’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닌지 고민하고 되돌아보아야 하는 이유다.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을 요즘 시쳇말로 ‘내로남불’이라 한다. 남은 비난하면서 정작 자신에게는 관대하고 너그러운 사람, 똑같은 사안을 두고 자신과 타인을 다른 시각에서 바라보는 이중 잣대를 가진 사람을 우리는 흔히 이렇게 부른다.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날까, 바로 ‘이기심’ 때문이다. 누구나 사람이면 약간의 이기심은 가지고 있겠지만 지나치면 탐욕이 되고 결국에는 자신은 물론 남도 해치게 된다.

채근담에 ‘좁은 길에서는 다른 사람을 위해 한 걸음 물러나고, 맛있는 음식은 삼등분으로 덜어서 다른 사람과 함께 맛 보아라’는 글귀가 있다. 이는 ‘서로 함께 나누면 서로에게 유익하다’는 뜻으로 ‘기쁨은 함께 나누면 배가 되고, 슬픔은 함께 나누면 반으로 줄어든다’는 옛말과 일맥 상통할 것이다. 남을 배려할 줄 모르고 자기만의 이윤을 추구한다면 모든 사람이 그를 외면하고 등을 돌리게 되는 이치다. 이는 결국 스스로를 불행하게 만든다.

‘나눔’은 개인은 물론 기업도 함께 공유해야 할 소중한 덕목 중 하나일 것이다. 마이크로 소프트의 빌 게이츠는 윈도우 운영체제를 개발한 뒤 그 기술을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 제조 업체에 무료로 공개했다. 그 결과 수많은 하드웨어 제품이 윈도우 운영체제와 소프트웨어를 지원할 수 있게 됐고, 거의 모든 소프트웨어 제품도 윈도우 운영체제를 기반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처럼 마이크로소프트가 세계적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빌 게이츠의 ‘나눔’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연말이다. 이맘때면 거리에서 울려 퍼지는 사랑의 종소리가 강한 울림으로 다가온다. 모두가 따뜻한 세상은 바로 ‘나눔’에서 시작된다. 나눔을 호소하는 사람, 나눔을 실천하는 사람, 모두가 사랑을 전하는 사람들이다. 마음 속 탐욕과 이기심을 내려놓고 ‘내가 이웃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상대를 위해 내가 무엇을 나누어 줄 수 있을까’ 고민하는 따뜻하고 훈훈한 연말이 되었으면 한다.

2021년이 저문다. 코로나바이러스 팬데믹으로 세상은 앞이 보이지 않는다. 권력투쟁은 그칠 줄 모르고, 경제는 위태위태해 보인다. 암울한 현실이다. 그럼에도 한국을 포함한 이 지구촌에는 세상을 조금이라도 숨쉬기 편리한 곳으로 만들기 위해 소리없이 봉사하고 기부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희망이 있다.

[전국매일신문] 최재혁 지방부국장
jhchoi@jeonm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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