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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혁의 데스크席] 지역 대표성이 반영된 선거구 획정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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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혁의 데스크席] 지역 대표성이 반영된 선거구 획정돼야
  • 최재혁 지방부국장
  • 승인 2022.01.20 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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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혁 지방부국장

임인년 새해 벽두부터 현행 광역의원(도의원) 선거구 유지를 위해 해당지역 기초단체장들이 국회를 찾는 등 분주하다. 전국 14개 군지역 기초단체장들은 기존 광역의원 선거구 유지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공동건의문을 지난 4일과 17일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와 제20대 대통령선거 예비 후보자들과 주요 정당 대표에게 전달했다. 전국을 대상으로 하는 국회의원 선거구 획정도 선거 직전에 조정되는 경우가 많아 늘상의 말썽이 된 것처럼, 불과 몇 개월을 앞둔 이번 지방선거를 두고 선거구 조정과 관련한 논란이 점증되고 있다.

2018년 헌법재판소가 광역의원 선거의 인구 편차 허용 기준을 4대 1에서 3대 1로 강화하는 결정을 내림으로써 이번 지방선거에서 광역의원 수가 1석씩 줄게 된 강원 정선군, 영월군, 평창군, 충북 영동군, 옥천군, 충남 서천군, 금산군, 경북 성주군, 청도군, 울진군, 경남 함안군, 창녕군, 고성군, 거창군을 비롯한 전국 14개 기초자치단체가 현행 도의원 의석 유지를 호소하는 공동 건의문을 냈다. 이 사안은 본보를 통해 여러차레 게재한 바 있는 것이지만 도시권과 농촌지역, 수도권과 지방 간 격차 문제 등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현실에 비춰 재론할 필요성을 느낀다.

이들 14개 기초자치단체들이 각 당의 대선 후보들과 정당 대표들에게 발송한 ‘광역의원 선거구 획정 개선’ 공동건의문은 광역의원 선거구를 단순히 인구 수만이 아닌 비인구적 지표를 통해 획정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공직선거법 제22조 제1항에 따른 광역의원 정수의 조정 범위를 ‘100분의 14’에서 ‘100분의 20’으로 확대해 줄 것과 광역의원 최소 2명을 유지할 수 있는 농어촌지역의 특례조항 신설을 강력히 요청했다. 결국 현행 의석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얘기다.

이번 건의문은 선거인에게 평등하고 공정한 선거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원칙에 입각한 인구 비례성과 열악한 농촌의 현실을 감안한 대표성의 이해가 충돌하는 지점에 서 있는 일이라 할 수있다. 인구 편차에 따른 투표가치 불평등을 최소화하기 위해 선거구 획정 기준을 강화해야 한다는 판단과, 면적이나 지역의 차별적 특성 등 이른바 비인구적 요소를 통해 ‘대표성’의 가치를 지켜달라는 요구가 맞서는 모양새다. 농어촌지역의 특례조항 신설을 요구하고 나선 것은 현재 농촌지역이 안고 있는 문제해결을 위한 대표성의 전제를 투표가치 평등성보다 우위에 둬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여기서 광역의원 수가 줄 경우 지역발전 예산 확보가 어려워지고 중요 사안과 관련 발언권이 약화돼 가뜩이나 도시권과 격차가 벌어지고 있는 농촌지역의 소외가 심화하고 정부의 지방 살리기 정책에도 역행한다는 지적에 일부 공감한다. 많은 고민이 있는 사안이지만 일률적인 선거구 획정보다는 지역 여론을 반영할 수 있는 구조의 선거구 획정이 이뤄지길 바란다. 실제 ‘인구수 기준 선거구 획정’은 국토 및 지역 균형발전, 수도권과 지방 간 격차해소, 인구소멸에 따른 지방 살리기에 역행한다.

정부는 지난해 10월 18일 전국 89개 지자체를 인구소멸 지역으로 지정해 행·재정적 지원을 통해 지역살리기에 나서겠다고 발표했다. 국토 및 지역 균형발전과 소멸위기 지역을 살리기 위해서다. 수도권과 일부 대도시권을 제외하면 전국 대다수 군지역과 일부 시지역은 인구가 계속 줄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인구수 기준 선거구 획정’은 소멸위기지역의 어려운 상황을 배려하지 않는 것은 물론 지역 대표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 부당한 방식이다. 이들 지역의 소멸위기를 부추기는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현재 강원 18개 시군 광역의원 선거구는 41개다. 11개 군부 중 광역의원 선거구가 2개인 곳은 정선군, 영월군, 평창군 등 3곳이다. 헌재의 위헌 판결을 그대로 반영하면 일부 군지역은 인구 편차 하한선을 충족하지 못해 광역의원을 1명씩 밖에 둘 수 없다. 인구수 기준 선거구 획정을 강행한다면 향후 인구가 급감하는 군지역은 광역의원은 물론이고 국회의원 정수도 더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이럴 경우 지역 대표성은 완전히 사라지고 소멸위기 지역의 여론을 대변하는 것은 더 어려워지게 된다.

농어촌 등 소멸위기 지역을 살리기 위해서는 이들 지역은 ‘인구 등가성’과 함께 ‘지역 대표성’을 최대한 반영해 현재처럼 의원 정수를 유지해야 한다. 그래야 소멸위기 지역의 여론수렴이 제대로 이뤄지고 국토 및 지역 균형발전도 가능해진다. 국회 정개특위는 소멸위기 지역 광역의원 정수를 줄이지 않고 유지하는 방안을 전제로 대안과 방법을 논의해야 한다.

지난 2018년 지방선거 때를 떠올리며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국회에서 선거구 획정 논의가 길어지면서 예비후보 등록일을 넘기게 됐고 결국 공직선거법 부칙을 신설해 해결하는 등 혼란을 빚었다. 당시 정세균 의장은 “부끄럽고 참담하다. 국민 뵙기도 그렇고, 지방선거를 준비하는 예비후보자 대할 면목이 없다”고 사과했다. 국민들은 정치개혁은 뒷전이고 제 밥그릇만 챙겼다며 맹비난했다. 이번 지방선거에서는 국회의 ‘무능’으로 인해 지방선거 업무에 차질이 빚어지는 일이 또다시 반복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후보자와 유권자인 도민의 피선거권과 참정권 침해로 돌아가기 때문이다.

[전국매일신문] 최재혁 지방부국장
jhchoi@jeonm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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