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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혁의 데스크席] 언제까지 코로나에 빠져 절망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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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혁의 데스크席] 언제까지 코로나에 빠져 절망해야 하나
  • 최재혁 지방부국장
  • 승인 2022.03.24 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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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혁 지방부국장

코로나19 확진자가 너무 빨리 늘고 있다. 더 이상 정부가 그 많은 재택치료자를 감당할 수 없다. 그러니 이제부턴 고령층·기저질환자 등을 빼고는 각자 알아서 관리하라. 정부가 지난달 내놓은 새로운 방역지침의 핵심이다. 그동안은 모든 확진자가 정부의 관리 시스템 안에 있었다. 환자의 상태가 어떤지 물어보고, 아프다면 병원으로 옮기고 약 주고 치료해 줬다. 이제는 아니다. 스스로 몸 상태를 살펴야 한다.

정부 주도 방역에서 개인의 책임으로 넘어가는 대전환이다. 선제적으로 확진자를 관리하는 3T, 검사(Test)·추적(Trace)·치료(Treat)가 핵심인 K방역을 사실상 포기한 것이나 다름없다. 정부의 방역·의료체계 전환은 불가피한 측면이 없지 않다. 각자도생으로 가는 이렇게 큰 변화라면 미리 국민과 소통하며 충분히 설명했어야 하지 않았을까. 자가격리 앱이 사라지면 확진자가 격리 중 이동할 경우 감시할 방법도 없다. 그동안 K방역을 지탱해온 것은 국민의 희생과 동참이었는데, 이제는 여기에 국민의 양심이 더해졌다.

돌이켜보면 코로나 고비 고비마다 정부의 준비 부족은 반복돼 왔다. 세계가 미지의 바이러스에 속수무책당했던 코로나 초기에 우리는 판정승을 거뒀다. K방역은 세계인의 부러움을 샀지만 칭찬은 독이 된 듯하다. K방역에 도취된 정부는 중요한 고비마다 한발씩 늦었다. 새로운 방역체계에서 국민은 재택치료가 자칫 재택방치가 되지 않을까 불안하다.

이미 그전에도 전담 공무원과 연락이 안 되거나 도움을 받지 못하는 일이 많았다. 얼마전 격리해제 뒤 숨진 10대 고교생처럼 어떤 이는 허술한 재택치료관리로 생명을 잃기도 했다. 앞으로는 어떤 일이 닥칠 것인가. 청장년층 기저질환자 등은 사각지대에 남겨졌다. 일반 환자의 상태가 급격히 악화됐을 때 처치는 제대로 될 것인가. 솔직히 미덥지 않다.

각자도생(各自圖生). ‘각자가 스스로 제 살 길을 꾀한다’는 뜻으로 쓰인다. 요즘 들어 부쩍 이 말이 자주 들린다. 정부가 지난 3일 코로나19 방역체계를 오미크론 ‘대응’ 단계로 상향해 재택치료 중심으로 전격 전환하면서다. 무증상 또는 경증 확진자는 집에서 격리한 채 비대면 진료를 받고 필요에 따라 투약하는 방식이다. 그런데 재택치료를 받는 확진자들의 불만이 폭발했다.

비대면 진료를 받거나 보건소에 문의를 하기 위해 전화를 하면 몇 시간 기다리는 것은 기본이다. 혼자 사는 확진자는 약을 구하기도 힘들고, 가족과 함께 지내는 경우에는 공간을 분리하기 쉽지 않아 곤란을 겪는다. 이들은 스스로 ‘재택방치’됐다고 하고, ‘각자도생’하고 있다고 한다.

정부가 할 일은 오미크론 확산을 의료체계가 감당할 수준으로 조절하는 것이다. ‘죽을 사람은 죽고 살 사람은 살자’는 태도라면 국가의 존재 자체가 무의미하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은 분명 환란이다.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하루 확진자 수가 연일 40만명대를 웃돌고 있다. 누적 확진자 수도 1000만명을 넘어서고 있으며 누적 사망자 수도 1만명을 넘어섰다. 어느 순간 우리나라는 현재 세계에서 확진자가 가장 많이 발생하는 나라가 됐다.

코로나19가 ‘사실상 감기 수준 아니냐’는 인식과 함께 검사마저 피하는 ‘샤이 오미크론’ 현상도 퍼지고 있다. 많은 전문가는 지금의 확진자 수도 일부일 뿐이라고 한다. 확진되어 봤자 치료도 제대로 못 받고 도리어 여러 제약만 받는 현실 때문에 검사를 아예 안 받는 사람의 수가 상당히 많으리라는 것이다.

지금 추세라면 국내 누적 확진자는 주중 1000만 명을 넘을 것으로 보인다. 위 중증 환자와 사망자의 급증도 예상된다. 그런데도, 정부는 최근 현행 6명인 사적 모임 인원 제한을 8명으로 늘린다고 한다. 자영업과 소상공인을 위해서란다. 지금 하루에도 수십만이 감염되는데 어떻게 외식을 하고 나들이를 할 수 있겠는가?

게다가 오미크론의 변이 바이러스 소식도 들리고 있다. 이미 유럽에서 유행 정점 후 확진 규모가 감소하다가 다시 증가하는 상황이 나타나고 있고, 이는 ‘스텔스 오미크론’이라 불리는 BA.2형의 증가와 관련 있다는 의견이 나왔다.정부는 국내에서 BA.2 점유율은 26.3%(3월 2주 기준)이며, 점차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홍콩에서는 BA.2.2라는 새로운 변이가 발견되었고 이스라엘 보건부도 기존 오미크론(BA.1)과 일명 ‘스텔스 오미크론’으로 불리는 BA.2가 결합한 새로운 변이에 감염된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모두가 각자도생하는 마음가짐으로 하루하루를 살아내야 할 것 같다. 끝을 알 수 없도록 확진자가 확산되고 있는 현 상황에서 쉽사리 정답을 찾기 어려운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장기화하고 있는 코로나19사태의 ‘게임체인저’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먹는 치료제마저 구할 수 없다는 아우성이 곳곳에서 들려오는 어제오늘의 상황이다.

여기에 코로나 유전자증폭(PCR) 검사와 자가격리를 기피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1인가구, 자영업자나 플랫폼 노동자 등 사회적 약자를 중심으로 자가검사키트에서 양성 반응이 나왔으나 이후 단계인 PCR 검사를 받지 않음으로써 확진자 관리에 구멍이 되고 있다. 확진 판정을 받으면 7일간 격리가 의무다. 하지만 격리가 불편하다는 이유로, 혹은 생계가 곤란해지거나 혼자 살고 있어 처방약 수령이 어렵다는 불안감에서 검사를 기피한다고 한다. 전문가들은 오미크론 대유행 이후 전체 감염자 중 33% 정도만 확진자로 분류된다고 본다. 검사를 기피하는 이른바 ‘샤이 오미크론’ 환자를 고려하면 하루 확진자가 20만명이 아니라 60만명 선이라는 얘기다.

그러나 방역당국은 깜깜이 환자들을 줄이려는 대책이 없다. 감염병예방법에서는 자가검사키트에서 양성 반응이 나와도 PCR 검사에서 확진자로 진단되지 않으면 확진으로 보지 않는다. 즉 자가검사에서 양성으로 판정된 뒤 PCR 검사를 받지 않아도 처벌할 수 없는 것이다. 국민 협조를 전제로 한 방역체계에 허점이 드러난 만큼 방역 시스템을 보완해야 한다.

동네 병의원에서 시행하는 자가검사키트(신속항원검사)에서 양성 반응이 나오면 PCR 검사 전이라도 먹는 약 치료제인 팍스로비드 처방을 허용하는 등 방역체계를 손봐야 한다. 홀로 격리 생활을 하더라도 비대면 진료로 처방약을 받을 수 있음을 널리 알려 코로나 검사 기피를 막아야 한다.

또한 새로운 변이 출현과 면역효과 감소로 재감염의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정부가 할 일은 오미크론 확산을 의료체계가 감당할 수준으로 조절하는 것이다. ‘죽을 사람은 죽고 살 사람은 살자’는 태도라면 국가의 존재 자체가 무의미하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은 분명 환란이다. 하지만 각자도생으로 끝나지 않길 바란다.

[전국매일신문] 최재혁 지방부국장
jhchoi@jeonm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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