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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필의 돋보기] 더 이상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일 없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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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필의 돋보기] 더 이상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일 없어야
  • 최승필 지방부국장
  • 승인 2022.09.18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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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필 지방부국장

‘전국책(戰國策)’에 나오는 말이다. 전국시대(戰國時代) 초(楚)나라에 장신이라는 충신(忠臣)이 어느 날 임금인 양왕에게 말했다.

“전하께서 총애하시는 주후와 하후, 언릉군과 수근군 네 사람은 모두 음탕하고 방종해 국가의 재정을 낭비하는 주범들입니다. 나라를 위해서 하루속히 그들을 멀리 하시고, 충신의 말을 받아들이며, 정사(政事)에만 전념해 훌륭한 군주(君主)가 되어 주시길 바랍니다”

그러나 양왕이 장신의 말을 듣지 않고 계속 사치와 방탕으로 국정(國政)을 게을리 하자 장신은 자신이 조나라로 가서 시국이 돌아가는 형편을 지켜보게 해 달라고 말했다.

그가 조나라로 간 뒤 수개월이 지나 진나라가 초나라를 침공해 양왕은 성양으로 망명을 하게 됐고, 비로소 양왕은 장신의 말이 옳았음을 깨닫고는 즉각 사람을 조나라에 보내어 장신을 불러오게 했다.

양왕은 돌아온 장신에게 “과인이 애당초 그대의 말을 들었다면 이 지경이 되지 않았으련만, 이제 와서 후회를 해도 소용은 없겠으나 이제라도 좋은 방도가 있으면 알려주시오”라고 요청했다. 이에 장신은 토끼를 발견하고 사냥개를 풀어 놓아도 늦지 않을 것이고, 양이 달아난 뒤 다시 우리를 고쳐도 늦지 않다(見兎而顧犬 未爲晩也 亡羊而補牢 未爲遲也)는 말이 있다고 답했다. 이 말은 일은 ‘일을 실패한 뒤에도 빨리 수습하면 그래도 늦지 않다’는 의미로 사용되고 있으나 ‘일을 그르친 후에는 이미 때가 늦었다’는 부정적인 의미로도 사용된다.

또, 장자(莊子)에 ‘독서망양(讀書亡羊)’이라는 말이 나온다.

장(臧)이라는 사람과 곡(穀)이라는 머슴이 한집에 살면서 양을 돌보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양을 잃어버리게 됐다. 이에 주인은 양을 잃어버린 이유에 대해 물었다.

장은 책을 읽다가 잃었고, 곡은 주사위 놀이에 정신이 팔려 잃었다고 보고했다.

결국 두 사람이 한 일은 서로 달랐지만 양을 잃어버린 것은 같다는 뜻이다.

지난 14일 밤 20대 후반의 여성 역무원이 신당역 여자 화장실을 순찰하던 중 20대 남성이 휘두른 흉기에 피습당해 숨지는 안타까운 사건이 발생했다.

가해자와 피해자는 서울교통공사 입사 동기였다. 전형적인 스토킹 살인사건이다.

가하자는 2019년부터 수백 차례 연락 및 불법 촬영 영상으로 피해자를 협박했고, 이에 피해자는 가해자를 고소했으나 법원은 ‘주거가 일정하고, 증거인멸 및 도주 우려가 없다’는 이유로 영장을 기각했다.

이후에도 가해자는 3개월간 협박성 메시지를 보냈고, 이에 피해자는 지난 1월 가해자를 ‘스토킹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경찰에 재차 고소했다. 그러나 살인사건은 막지 못했다.

지난해 3월 서울 노원구의 한 아파트에서도 엽기적인 살해사건이 발생했다. 평소에 게임을 즐기던 김태현이 온라인 게임에서 알게 된 피해자가 연락을 끊고 만나주지 않은 것에 앙심을 품고 아파트에 침입, 세 모녀를 끔찍하게 살해한 것이다.

당시 온 국민은 큰 충격에 빠졌고, 정치권은 서둘러 스토킹범죄의 처벌 및 그 절차에 관한 특례와 스토킹범죄 피해자에 대한 보호절차를 규정한 ‘스토킹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을 국회에서 통과시켰고, 같은 해 10월 21일부터 시행됐다.

이 법에 따라 스토킹범죄자는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으며, 만약 흉기 등 위험한 물건을 이용해 범죄를 저지를 경우에는 5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0만 원 아히의 벌금형으로 형량이 가중되도록 했다.

스토킹처벌법은 지난 1999년 처음 발의됐으나 지속적으로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고, 이에 스토킹은 경범죄 처벌법인 지속적 괴롭힘으로 분류돼 ‘10만 원 이하 벌금이나 구류 또는 과료’에 그쳐 왔다.

그러다 지난해 3월 김태현에 의한 엽기적인 스토킹 살인사건이 발생하자 스토킹범죄 처벌법이 첫 발의되고 무려 22년 만에 통과된 것이다.

그러나 이번에 또다시 끔찍한 스토킹 범죄가 발생하면서 우리 사회에 큰 충격을 안겨주며,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또, 정치권은 ‘동상이몽(同床異夢)’과 ‘아전인수(我田引水)’식 치열한 공방으로, 민생안전은 뒷전이다.

국민의힘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사법리스크를, 더불어민주당은 김건희 여사의 의혹과 윤석열 대통령의 5박 7일간의 영국·미국·캐나다 순방길에서의 김건희 여사 동행에 대한 ‘갑론을박(甲論乙駁)’을 벌이고 있다.

조은희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16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신당역 스토킹 살인사건과 관련, “스토킹 범죄로 재판을 받던 범죄자가 피해자를 보복살인할 때까지 국가가 어디에 있었느냐고 국민이 묻는다”며, 관련 법 개정과 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국민의 안전을 위해 더 이상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일’이 없어야 한다. 그리고 여야 정치권은 아전인수 식 정치 공방으로, 국민의 안전을 외면하지 말아야 한다.

[전국매일신문] 최승필 지방부국장
choi_sp@jeonm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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