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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필의 돋보기] 국격은 국민 모두가 함께 지켜야 할 자존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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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필의 돋보기] 국격은 국민 모두가 함께 지켜야 할 자존심
  • 최승필 지방부국장
  • 승인 2022.09.25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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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필 지방부국장
최승필 지방부국방

고대 중국 은(殷)나라 때 반경(盤庚)이라는 왕이 있었다.

16대 왕 조정(祖丁)의 아들인 반경은 자신의 형이자 18대 왕 양갑(陽甲)이어 19대 왕위에 오른 후에 은나라 초대 임금이자 성군(聖君)으로 추앙받았던 탕왕(湯王) 때의 도읍인 박() 땅으로 도읍을 옮겨 탕왕의 정치를 시행하려고 했다.

은나라는 원래 상(商)나라였는데 반경의 천도 후에 박을 은이라고 부르면서 은나라로도 불리게 됐다고 한다.

이 같은 천도와 관련한 일을 포함해 반경이 신하들과 백성들에게 발포한 명령이나 공식적인 담화 등이 ‘서경’에 세 편의 ‘반경’에 담겨있다.

당시 반경이 은으로 도읍을 옮기려 할 때 반대의 목소리가 많았다. 이때 반경이 조정 관리들에게 다음과 같이 말했다고 한다.

“너희는 백성들에게 나의 말을 선포하지 않으니, 이는 너희들이 스스로 독을 만드는 것이로다. 재앙과 화란이 일어나려 하는데도 자기 스스로를 해하고 있구나. 이미 사람들이 나쁜 일을 하게끔 만들어 놓고, 그 고통을 받고 난 후에 그제야 너희가 스스로 후회한들 무슨 소용이겠는가”

“저 백성들을 보아라. 충고하는 말을 일일이 돌아보고, 그 말에 혹여 실언이라도 있을까 살핀다. 저들은 말 한마디조차도 두려워하는데, 내가 너희의 생사를 손에 쥐고 있는 상황에 너희는 어찌 두려워하지 않는가. 너희는 어찌하여 나에게 직접 고하지 않고 서로 뜬소문으로 부추겨 백성들에게 두려움에 잠기게 하는가”

“이는 마치 불이 들판에 타오르고 있어서 가까이 갈 수조차 없고 모조리 꺼트리는 것도 할 수 없는 상황과 같다(若火之燎于原 不可嚮邇 其猶可撲滅). 오직 너희들이 스스로 편안하지 못하게 만든 것이니 나에게 허물이 있는 것이 아니다”

반경이 천도를 결정한 것은 당시 도읍인 경(耿)에 홍수를 비롯한 자연재해가 닥쳐 심각한 피해가 발생하자 박으로 옮겨 안정을 도모하는 것이 낫겠다고 여겼기 때문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은나라는 이미 다섯 번의 천도를 겪은 상태에서 권문세족들은 원래 살고 있던 땅이 편했고, 백성들은 옮기는 과정에 뿔뿔이 흩어져 해를 입을까 염려하며 옮기길 꺼려했다.

당시 조정 관리들은 백성들에게 천도에 대한 임금의 뜻을 제대로 전하지도 않고 오히려 그릇된 말로 백성들을 선동해 여론을 부추기고 있었다.

이에 반경이 조정 관리들에게 지적한 말은 사소한 소문에 불과할지라도 돌이킬 수 없는 화를 불러올 수 있으며, 또한 그 피해는 결국 오롯이 백성들이 입게 될 것에 대한 걱정의 의미다.

윤석열 대통령이 5박 7일간 영국과 미국, 캐나다로 이어진 해외 순방을 마치고 24일 오후 귀국했다. 이번 순방은 그 어느 역대 대통령의 외교 순방 때보다 잦은 논란(論難)을 낳았고, 부정적인 여론이 확산됐다.

윤 대통령은 영국의 고(故)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조문을 위해 지난 18~19일 영국 런던을 방문, 웨스트민스터 사원에서 진행된 장례식에 참석하고, 조문록을 작성했다.

그러나 장례식이 있기 전 시신이 안치된 웨스트민스터 홀에 참배하지 않은 것을 놓고 갑론을박(甲論乙駁)이 벌어지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곧바로 미국 뉴욕으로 이동한 뒤 유엔총회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등을 만났다. 이 같은 행보에 대해서도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더불어민주당은 윤 대통령의 이 같은 해외 순방에 대해 “국격이 무너진 일주일 이었다”며 대국민 사과를 요구하고 있다.

윤 대통령이 귀국길에 오른 24일 오후 민주당 안귀령 상근부대변인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같이 평가한 뒤 “윤 대통령은 귀국 즉시 총체적 외교 무능과 외교 참사에 대해 국민께 사과하고, 외교 라인을 경질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또, 윤 대통령은 영국 도착 첫날 ‘조문 외교’를 하겠다더니 교통 통제를 핑계로 조문을 취소했고, 뉴욕에서 열린 유엔총회 연설에서는 11분간 알맹이 없는 ‘자유’의 구호만 외쳤다고 지적했다.
끈질긴 구애 끝에 얻어낸 기시다 총리와의 30분 간담, 회담 불발로 대체된 바이든 대통령과의 48초 환담은 ‘구걸 외교’, ‘굴욕 외교’ 논란을 낳았다고 꼬집기도 했다.

바이든 대통령과의 환담 이후 이동 과정에서 나온 윤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서도 충격적인 비속에는 ‘욕설 외교’ 파문을 불러일으켰고, 변명과 거짓 해명으로 일관하며 국민 분노를 키우고 있다고 주장했다.

안 부대변인은 “윤 대통령은 해외에 나가 국격을 높이기는커녕 국민께 수치만 안기고 왔다”며 “외교에 대한 대통령의 인식 부족, 부적절한 평소 언행, 외교라인의 아마추러리즘이 합쳐진 결과”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이번 대통령의 순방 외교는 국익을 위한 무대’로 오로지 국익을 기준으로 평가받아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박정하 수석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이역만리에서 대한민국을 대표해 치열한 외교전을 펼치고 있는 대통령을 향해 야당은 성과를 말하기도 전에 외교 공식 석상도 아닌 이동 중 대통령의 혼잣말을 침소봉대해서 외교적으로 연결하려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한미 혈맹마저 이간질하려는 것이 야당의 현실”이라며 “외교의 성공 여부는 분명 국익을 기준으로 평가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윤 대통령은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조문외교를 시작으로, 유엔총회 연설에서 대한민국이 국제사회의 자유와 연대에 적극적안 역할을 하는 ‘글로벌 중추국가’로의 도약을 선언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국민의힘은 또, 비록 국가원수인 대통령의 외교성과에 대해서도 야당 입장에서 비판할 수는 있지만 그것도 최소한의 품격과 예의는 지켜야 한다며, ‘외교 참사’라고 비판하는 것은 국익 마저 망치려 하는 ‘자해 행위’라며 역공을 펴기도 했다.
대통령의 외교 순방은 반드시 평가받아야 한다. 하지만 순방 중 국내에서 벌어진 ‘자중지란(自中之亂)’으로 인한 부정적인 여론은 분명 국익을 해칠 뿐 아니라 국격(國格)을 무너뜨린다.

국격은 우리 국민의 자존심(自尊心)이다. 국격은 대통령만의 몫이 아니라 국민 모두가 지켜야 할 몫이다.

[전국매일신문] 최승필 지방부국장
choi_sp@jeonm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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