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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상헌의 하제별곡] 탄핵(彈劾)의 언어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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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상헌의 하제별곡] 탄핵(彈劾)의 언어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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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4.04.02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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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상헌 언어철학자·시민사회신문주간

‘핵(劾)을 탄(彈)한다’는 탄핵, 본디와 곁가지 뜻

선거와 관련한 뉴스에 ‘탄핵’과 관련한 이슈가 오르내린다. 탄핵은 잘못을 논하는 것이다. 논핵(論劾)이라고도 한다. 

‘핵(劾)을 탄(彈)하다’는 (문법적) 구조다. 책망(責望)이라는 劾을 쏘는(彈) 것이다. 꾸지람 즉 힐책(詰責)의 말과 뜻을 던지거나 쏜다는 얘기다.   

집이나 대궐을 지을 나무에 정밀한 직선(直線)을 표시하기 위해 목수(木手)는 먹물 묻은 가는 실을 튕긴다. 이렇게 줄을 치는(긋는) 작업이 탄묵(彈墨)이다. 

탄묵의 墨(묵·먹물) 글자를 劾(핵·꾸지람)이란 글자로 바꿔 넣으면, 그림 보듯, 탄핵의 뜻이 보일까.

언어 즉 말은 세상에서 쓰일 때, 이른바 T P O(time 시간, place 장소, occasion 상황)에 따라, 본디의 뜻과 다소간 차이가 난다. 정치(적) 용어로서의 탄핵은 본디의 뜻에 (핵을 탄하는) 여러 경우의 상황과 방법 등을 더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러이러한 것을 탄핵이라고 하자.’는, 사회적 약속으로서의 용어인 것이다. 서양학문의 방법론인 조작적정의(操作的定義)라는 개념을 떠올리는 것도 이해에 도움이 되겠다.

우리는 현대사에서 박근혜라는 이를 탄핵하여 대통령 직책에서 끌어 내린 적이 있다. 이때 우리가 경험한 여러 논의와 절차가 ‘용어로서의 탄핵’의 실례(實例)가 되겠다. 

영어로 ‘탄핵하다’는 말은 impeach(임피치)다. 맛난 복숭아(peach·피치)가 그 단어 안에 들어 있어서 헷갈려하는 사람도 있다. ‘나는(im, I’m) 복숭아다’하며 외웠다는 이도 있다. 

과문(寡聞)한 탓인지, 피치나 넥터린(nectarine·천도복숭아)과 탄핵은 관계없는 것으로 안다. 이런 어원(語源)적 정보는 사물(事物)의 실체, 또 그 실체의 속살을 파악(이해)하는 중요한 단서가 된다. 

제 황제(루이 16세)와 미모의 황후(마리 앙투아네트)를 기요틴(길로틴)으로 목 잘라 죽이고 새로운 체제를 지은 프랑스, 그들의 그런 기질이 스며있을 언어에 ‘임피치’의 어원이 있다고 알려진 것은 어떤 우연일까. 

‘금지‘라는 뜻 프랑스어 앙페셰(empêcher)가 ’임피치‘와 관련 있다는 ’설(說)‘을 말하는 것이다. 앙페셰의 고어(古語)에서 임피치가 나왔다고도 한다. 철자(綴字)를 비교하면 일리 있다. 이런 논의에도 불구하고, 현대 프랑스어에서 ‘탄핵’의 단어로는 앙페셰와 다른 말이 쓰인다.

폭탄(爆彈) 탄환(彈丸) 등의 말에도 들어있는 탄핵의 彈은 활(弓 궁)과 ‘하나’라는 뜻 單(단)의 합체다. 單은 갑골문 등(의 그림)에 따르면 새총 비슷한 고대의 무기로 뭔가를 던지는 역할을 했던 것으로 본다. 

활과 새총, 둘을 합치니 (폭탄 같은 것을) 던지거나 쏘아 보낸다는 뜻이 됐다. 폭탄은 왜 던지는가, 적(敵 원수)이나 도적(盜賊)을 벌하자는 것이다. 그래서 彈은 꾸지람한다는 의미로도 쓰인다. 彈劾이 (정치용어로서의) 이런 의미를 갖게 된 바탕이다.

‘죄상(罪狀)을 들어서 책망한다.’는 (본디) 말뜻의 탄핵이 ‘보통의 파면 절차에 의한 파면이 곤란하거나 검찰 기관에 의한 소추(訴追)가 사실상 곤란한 대통령 국무위원 법관 등을 국회에서 소추하여 해임하거나 처벌하는 일, 또는 제도’의 뜻이 된 내역이다.

사람(하늘)을 배신한 왕권과 종교 등 권력에 대한 맹자나 마키아벨리의 ‘열린 생각’도 탄핵과 통하는 것이리라. 본디를 보고 생각하자. ‘사람’을 섬기는 것이 정치다. 그 사람은 당신이다.  

[전국매일신문 칼럼] 강상헌 언어철학자·시민사회신문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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