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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진국형 감염병 언제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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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진국형 감염병 언제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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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6.08.24 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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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일회용 주사기 재사용으로 말미암은 것으로 보이는 C형간염 집단감염 사태가 다시 발생했다. 작년 11월 서울 양천구 다나의원과 올해초 강원도 원주시 한양정형외과의원에서 불거진 C형간염 무더기 감염 사태의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재발한 것이다. 질병관리본부와 서울시 등에 따르면 2011년부터 2012년까지 서울 동작구의 서울현대의원(현 JS의원)에서 진료받은 환자들이 무더기로 C형 간염에 걸린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 환자는 이 의원에서 신경차단술, 통증치료, 급성통증 완화 TPI주사(통증유발점주사) 등의 시술을 받으면서 주사제를 혼합해 사용하는 과정에서 감염된 것으로 보건당국은 의심하고 있다. 질병관리본부와 서울시, 서울시 동작구 보건소는 이에 따라 C형간염 유행이 의심되는 기간(2011~2012년)에 문제의 의원을 방문했던 환자 1만1306명의 소재지와 연락처를 파악해 C형 간염이나 기타 혈액 매개감염병(B형 간염, HIV, 매독 등)에 걸리지는 않았는지 25일부터 정밀 역학조사와 검사에 나서기로 했다.
이 기간 의원을 방문한 환자의 거주지는 서울시 7900여명, 경기도 1800여명, 기타 시도 1600여명이다. 보건당국은 이들에게 일일이 개별 문자메시지와 유선 전화로 조사일정을 알리고 반드시 검사를 받도록 협조를 당부할 계획이다. 이에 앞서 보건당국은 일회용 주사기 재사용이 의심된다는 공익신고를 받고 지난 3월말 문제의 의원을 현장 조사해 환자 명부와 진료기록부를 확보하고 건강보험공단 빅데이터로 C형간염 항체양성률을 분석했다. 그 결과, 2012년과 2013년 해당 의원을 찾은 환자의 항체양성률은 각각 17.7%(검사대상자 923명 중 163명 양성), 13.2%(검사대상자 537명중 71명 양성)로 우리나라 평균 C형간염 항체양성률(0.6%)보다 10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C형간염 집단 감염 사태는 작년 말 이후로 이번이 벌써 세 번째다. 작년 11월 서울 양천구 다나의원을 이용한 환자 중 96명이 C형간염에 걸린 것으로 확인됐으며 올해 초에는 강원 원주시 한양정형외과의원에서 435명이 C형간염 항체양성을 보인 바 있다. 집단 감염 사태가 잇따르면서 우리 의료 체계의 고질적인 허점을 질타하는 목소리가 높다. 서울현대의원의 경우 당초 신고대로 일회용 주사기 재사용이 원인일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추정이 나온다. 질병을 치료하는 병원이 감염병 예방의 기본 수칙조차 지키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병원 갔다가 병들어 나오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재현될까 걱정이다. C형 간염은 일상생활에서 사람 간 전파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주사기 공동 사용, 수혈 등 혈액을 매개로 주로 전파된다. 해당 병원도 신경차단술, 통증 치료, 급성통증 완화 주사 등 각종 시술이 진행되면서 감염 관리상의 문제점이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C형 간염은 바이러스에 감염됐을 때 이에 대응하기 위한 신체의 면역 반응으로 인해 간에 염증이 생기는 질환이다. 구토와 근육통, 미열이 발생할 수 있고 피부나 눈이 노랗게 변하는 황달 증상을 보이기도 한다. 치명적인 경우는 사망에 이를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C형 간염은 B형 간염과 달리 백신이 따로 없다. 약물치료가 가능하다고는 하지만 치료 비용이 만만치 않고 약물로 인한 부작용도 있다. 자연적으로 우리 몸에서 제거되는 경우는 매우 드물고 만성 질환으로 진행되는 게 대부분이어서 집단 감염 사태의 심각성을 더한다. 최근 동네 병원이나 의원에선 비타민 주사나 미백 주사 등 질병 치료와는 무관하게 다양한 수액 주사 처방이 빈번하게 이뤄지고 있는 게 현실이다. 그만큼 집단 감염 위험성은 크다. 기초적인 룰조차 무시한 의료 행위에 대해선 즉각적인 면허 취소나 영업정지를 비롯한 강력한 제재를 동원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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