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읽는 詩 7] “내 나이가 어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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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읽는 詩 7] “내 나이가 어때서”
  • 서길원 호남취재본부장
  • 승인 2020.03.18 1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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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윤후 시인(1962년생, 본명 강헌국) : 서울 출신으로 고려대 국문과 졸업. 1991년 [현대문학]을 통해 등단
 
<함께 읽기>공자가 나이 마흔을 불혹(不惑 : 어떤 일을 하더라도 헷갈려 갈팡질팡하지 않음)이라 한 뒤 이 낱말을 모르는 사람이 없게 되었다.

제목을 보면 ‘불혹(不惑)’과 ‘부록(附錄)’, 한자로는 엄연히 다르지만 발음은 비슷하다. 이렇게 말로 장난함을 '언어유희'라 한다.

그런데 시인은 이런 언어유희를 왜 만들었을까? 바로 '불혹'이 '부록'과 발음이 비슷할 뿐만 아니라 그 의미 또한 비슷하다는 데서 이 시는 출발한다.

즉 ‘나는 / 마흔 살(불혹) 너머로 이어진 세월을 / 본책에 덧붙는 부록 정도로 / 여기는지 모른다’에서 보다시피 불혹 이후의 나이는 부록이라는 뜻이라 하겠다.

가장 빛나는 시기인 20대와 30대를 지나면 왠지 한풀 꺾인 느낌이 듦도 사실이다.

그러니 나이 마흔은 삶에서 중요한 일들이 모두 결정돼 버려 변화의 여지가 없는 상태로, 새로움을 찾기보다는 그 날이 그날처럼 타성에 젖은 삶을 사는 사람이  많다.

그래서 30대까지를 ‘본책’으로 본다면 마흔 이후의 나이는 본 책에 딸려 나오는 ‘부록’일 수도 있겠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럴 때의 ‘부록’은 덤으로 주기에 왠지 별 내용이 없을 것 같고,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의 뜻이기도 하다.

그런데 반전의 기회가 주어진다. 마음이 혹할 일이 있다면 즉 새로운 일에 끌려 그 일을 하고자 하는 마음이 일어날 때 말이다.
이런 일이 있다면 부록이 본책 만큼 가치가 있거나, 오히려 본책보다 더 가치 있게 됨을 넌지시 일러준다.

인생의 부록으로 아내는 전자올겐을, 난 색소폰에 몰입했다.
인생의 부록으로 아내는 전자올겐을, 난 색소폰에 몰입했다.

한때 잡지를 살 때면 "본책보다 부록이 더 필요해서 살 경우가 있었다"는 아내는  “여성 월간지를 살 때도 본책보다 부록이 더 필요해서 산 적이 있었다”며 “특히 장편 소설 현상공모에 장원한 소설 한 편이 통째로 들어 있을 때는 무조건 샀다”고 얘기했다.

소설가 박완서 님은 불혹(40세)의 나이에 [여성동아] 장편 소설 공모전에 〈나목(裸木)〉이 당선되어 등단했듯이 이제 마흔을 마무리 짓는 나이로 보는 사람은 없다. '인생은 예순'부터라는 말이 채 익숙해지기도 전에 '인생은 칠순'부터라는 말이 나도는 세상이니까.

단순히 수명이 길어졌다는 뜻으로 받아들이기보다는 그 나이가 돼도 새로움을 추구하는 마음이, 혹할 일 좀 있다면 실제 나이가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부록이 본 책보다 더 의미 있는 시기에 이미 들어섰거나 들어설 준비가 된 모든 사람에게 이 시는 생각할 거리를 많이 제공한다.

트롯트의 한 귀절인 "사랑하기 딱 좋은 나인데~"가 절로 흥얼거려진다.

[전국매일신문] 서길원 호남취재본부장
sgw@jeonm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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