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읽는 詩 11] 누가 훔쳐갔음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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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읽는 詩 11] 누가 훔쳐갔음 좋겠다
  • 서길원 호남취재본부장
  • 승인 2020.05.13 1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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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주 시인(1948년생) : 경기도 가평 출신으로 1982년 [강원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 강원도 오지만 돌며 초등학교 교사로 근무하다 전교생 19명인 횡성군 유현초교에서 정년퇴직
  
<함께 읽기> 이 시인의 동시에는 아이들의 내음이 잔뜩 배어 있다. 대부분 시인들의 작품에는 시인 자신만을 담고 있는 경우가 많은데, 이화주 시인은 자신보다 함께 하는 아이들을 더 담고 있어 어린 영혼처럼 순수한 시인이라는 평을 받고 있다.

이 동시는 신문에 난 기사를 보고 지은 시로 보인다.

"한 대학생 누나 / 너무 배고파 / 메추리알, 우유, 김치, 핫바 / 6650원 어치를 훔쳤다고 한다." 돈으로 계산하면 고작 6650원. 그러나 그만 잡히고 만다. 부모 형제도 없이 찌들게 가난한 살림. 그런 생활 속에서도 공부의 끈을 놓지 않고 어렵사리 대학생이 되었으나 생활은 나아지지 않아 배고픔을 면하려 한 선택이 결국 도둑질에 이른 마음 아픈 시다.

작금 세상엔 겉모습은 번지르한 사람들이 수백억 수천억을 등쳐 먹고 사는, 도둑놈들이 더 큰소리치고 사는 세상에 배고파 훔친 단돈 6,650원.

시인은 이 신문기사를 읽고 시를 쓰면서 '이 여대생이 한 행위에 대한 의견'을 자유토론 시간에 반 아이들에게 물었지 않았을까하는 생각을 해 보면서 아이들의 다양한 의견들이 많이 나왔지 않았을까 나름 생각을 해본다.

"이 여대생의 죄를 묻지 말아야 한다"는 충분히 예상 가능한 의견에서부터 가난한 학생이 공부에 전념할 수 있도록  "정부로 부터 장학금을 많이 지원해 줘야 한다"는 내용이 나왔지 않았을까 싶다.

또  “그렇게 먹을 게 없다면 잠시 학교를 쉬고 알바를 하여 돈을 번 뒤 공부해야 한다”와 “돈 없으면 아예 대학교에 가선 안 된다”는 꼬마 학생들의 뜻밖의 의견도 함께 나왔을 것 같다.

그리고 "도둑질은 범죄고 특히 대학생이라면 그런 사실을 충분히 알 만한 사람이 한 행위니 처벌을 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음직한다.

어린 학생들로부터 이런 저런 의견들이 많이 나왔겠지만, 그녀의 가난을 훔쳐가는 세상이었음 좋겠다. 더불어 슬픔도 아픔도 외로움도 함께 훔쳐가는 세상이면 더욱 좋겠다. 그녀를 따뜻이 보듬어 안을 사람들이 많아지는 세상이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도 구호단체 TV 광고에서 "아직도 굶고 있는 사람이 많습니다"란 멘트와 함께 굶어 뱃가죽이 달라붙은 아이를 볼 때마다 채널을 돌려 버리는 나였음을 자책한다.

극도의 가난이 사람을 깊은 절망에 빠뜨려, 해선 안 될 행동을 하는 사건이 방송과 신문 지상에 넘쳐나고 있다. 불행을 훔쳐가는 의적이 "텔레비전 나왔으면 정말 좋겠네~" 어린이들이 즐겨 부르는 동요의 한 귀절이 생각난다.

 

[전국매일신문] 서길원 호남취재본부장
sgw3131@jeonm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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