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읽는 詩 15] 아름다운 공동체는 '배려' 에서 움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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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읽는 詩 15] 아름다운 공동체는 '배려' 에서 움튼다
  • 서길원 호남취재본부장
  • 승인 2020.07.08 11: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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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두석 시인(1956년생)
전남 담양 출신으로 1980년 '심상'을 통해 등단.

<함께 읽기> 시를 두어 번 읽으면 우리가 사소한 것보다 거대한 것에 얼마나 매달려 살고 있었는지를 깨우쳐 주는 시다.

이 시에서 느티나무는 거대한 존재이며 민들레는 아주 사소한 존재다. 우선 크기만으로도 그렇고 역할로 보아도 그렇다. 느티나무는 여름날 그 너른 품으로 그늘을 만들어줘 나그네에게 시원함을 선사한다. 하지만 땅에 붙어사는 민들레는 아무 도움이 안 되는 참으로 하찮은 풀이다.

그래서 사람들 대부분은 느티나무처럼 큰일을 하는 사람을 우러러보지만 민들레꽃처럼 사소한 일을 하는 사람을 아래로 내려다보는가 보다.

시에서처럼 “나는 얼마나 느티나무를 열망하고” 사는 게 현실이다. 가끔은 “민들레에 소홀하였나 생각”하며 사는 사람도 있겠지만. “꿀벌의 겨울잠 깨우던 꽃이 / 연둣빛 느티나무 잎새 아래 / 어느 새 꽃씨로 변해 날으는 / 민들레의 일생을 조망하며” 느티나무가 민둥민둥 벌거벗은 가지만 내놓을 때 민들레는 이미 잎을 틔우고 꽃을 피울 준비를 한다.

또 느티나무가 겨우 잎을 틔울 때쯤 민들레는 꽃을 피우고 떠난다. 어떻게 보면 둘은 전혀 관계없이 사는 듯 보인다. 그러나 아니다. 민들레는 “느티나무 그늘이 짙어지기 전에 / 재빨리 꽃 피우고 떠나” 느티나무에게 짐이 되지 않으려는 자세다. 그에 맞춰 “민들레 꽃 필 때 / 짙은 그늘 드리우지 않는” 느티나무. 만약 느티나무 잎이 가득 차면 민들레가 꽃을 피우기 힘들기 때문이다. 보잘것없는 민들레가 잎이 터 꽃을 피우고 꽃씨를 날려 보내기까지 그 과정은 아무리 작더라도 숭고하며 힘든 기간이다.

그 기간 동안 느티나무는 내내 마음 졸인다. 즉 자기 잎이 만들어내는 그늘로 인해 민들레의 그 혼신의 종족 번식 과정이 방해가 되지 않을까 해서다. '배려'는 '도와주거나 보살펴 주려고 마음 씀'이라 사전에 적혀 있다. 한 겹 더 안으로 들어가면 배려는 강한 자가 약한 자에게 베푸는 마음이다. 민들레를 위한 느티나무의 배려, 자신의 잎을 더디 나게 하면서까지 민들레가 꽃을 피워 종족 번식에 성공하기를 기원하는 마음, 그게 바로 배려다.

그에 맞춰 민들레 역시 느티나무가 부담 갖지 않도록 잎이 돋아나기 전에 꽃을 피우고 떠난다. 물론 생물학자가 보면 말도 안 되는 소리라 하겠다. 민들레꽃이 피는 시기와 느티나무 잎이 돋아나는 시기가 원래 다른데 무슨 헛소리 하느냐고. 그러나 시인의 눈은 그런 과학적 논리보다 앞선 섬세한 마음의 흐름을 읽기에 한 편의 시가 만들어졌다 하겠다.

혹 길을 가다 느티나무를 보게 되면 그 밑에 돋아난 민들레도 함께 보는 마음가짐이라면 독자 여러분도 시인처럼 다가오는 배려의 소리를 들을지 모른다. 자연이 서로 배려하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 인간들의 세계도 이런 아름다운 공동체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드러낸 좋은 시라 하겠다.

 

[전국매일신문] 서길원 호남취재본부장
sgw3131@jeonm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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