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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식 칼럼] 비혼식을 아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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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식 칼럼] 비혼식을 아시나요?
  • 김연식 논설실장
  • 승인 2020.10.05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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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식 논설실장

결혼의 계절이 돌아왔다. 청첩장은 여전히 받아보지만 예전처럼 많지는 않다. 특히 올해는 코로나19로 인해 결혼건수가 상상을 초월할 만큼 줄어들고 있다. 매년 최저치를 갈아치우고 있는 결혼식은 올해도 예외 없이 신기록을 작성할 전망이다.

지난해 우리나라 혼인 건수는 23만9159건이다. 1996년 43만 건에 비해 절반 가까이 줄어들었다. 이혼이 11만800건임을 감안하면 결혼가정은 역대 최저치를 넘어 우려할 만큼 줄어들고 있다. 1970년 우리나라 이혼은 1만 건에 불과했으나 2003년에는 무려 17만 건을 넘어섰다.

결혼인구가 매년 감소하고 있는 상황에서 세계 최저의 출산율과 이혼율 증가로 인구절벽은 더욱 심해지고 있다. 단순한 수치를 보더라도 우리나라 젊은이들의 결혼 감소와 출산율 감소는 심각한 사회문제임을 알 수 있다. 신생아수가 줄어들면서 학령인구가 감소되고 초등학교와 중학교 고등학교의 폐교와 통폐합은 물론 대학까지 폐교되는 사례가 속속 발생하고 있다.

1970년만 해도 신생아 수는 100만 명을 넘었으나 2002년 49만3471명을 기록하면서 30년 만에 절반으로 떨어졌다. 그리고 올해는 28만여명을 예상하고 있다. 향후 이들이 성장해서 경제활동을 할 나이가 되면 우리나라는 사회 전반에 걸쳐 심각한 인력난을 겪게 된다. 반면 상대적으로 늘어나는 노인인구에 대한 복지비 지출은 더욱 증가해 이들이 감당해야 할 세금부담도 큰 사회문제이다. 결과적으로 인구감소는 지역은 물론 국가경쟁력 감소로 이어져 국력신장에 심각한 타격을 줄 수밖에 없다.

통계에 의하면 아이 하나를 성인으로 키우기까지 5억 원이 든다고 한다. 특별한 교육을 시키는 것도 아니고 남들처럼 먹이고 입히면서 교육비를 감당하려면 이 정도의 돈이 든다는 것이다. 5억이면 노후자금과 맞바꾸는 셈이다. 물론 5억에는 여러 가지 지출항목이 들어가겠지만 실제는 이보다 많을 수도 있고, 적을 수도 있다.

문제는 정부의 정책이 너무 유아기에 집중돼 있다는 것이다. 실제 돈이 들어가는 고등학교와 대학에 대한 지원은 많지 않다. 기껏해야 무이자로 지원하는 장학금이 전부이다. 물론 의무교육 시기까지는 정부가 일률적으로 지원해야 하는 게 맞다. 하지만 고등학교부터는 조금 달리 생각해야 한다. 직업교육이 필요한 학생은 산업체와 연계해 졸업과 동시 산업전선에 뛰어들도록 해야 한다. 대학에 가지 않아도 차별받지 않고 공정과 정의를 통해 사회생활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을 정부가 만들어야 한다.

전문적인 지식이 필요한 학생은 대학교육을 통해 사회의 일원이 되어야 한다. 대학을 졸업해도 취업을 못하고 졸업장만 취득하는 대학교육은 오히려 교육비 지출만 늘리는 셈이다. 이런 모순을 타파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사회적 시스템을 바꾸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즉,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취업전선에 나가 경력을 쌓은 청년이나,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에 진출하는 청년의 차별을 크게 줄여야 한다는 것이다. 격차를 줄이고 공정한 시스템이 사회의 작동원리로 가동될 때 교육비 감소는 물론 청년 실업률도 해소될 수 있다.

하지만 예나 지금이나 반짝 스타가 되어 수백억 원의 돈을 순식간에 벌어들이는 연예인을 볼 때 20대들의 허탈감은 얼마나 크겠는가? 자본주의 사회에서 기회의 평등이라고 하지만 흥행과 인기영합에 너무 치우치다 보면 오히려 계층과 서열화가 더욱 심해질 수 있다. 이는 기성세대의 잘못된 생각들이 젊은 세대들의 앞길을 망쳐놓고 있는 것이다.

과거 민주화운동의 상징이었던 민주투사들은 청렴과 가난이 상징이었지만 지금은 기성세대와 기득권이 되어 개혁의 대상이 됐다. 일부에서는 강남좌파라는 단어로 포장해 부유층의 삶을 누리고 있다. 말은 소외계층을 위해 산다고 하지만 본인은 물론 자녀들까지 미국유학을 하면서 반미와 미군철수를 주장한다. 참 아이러니한 세상이다.

결혼은 필수가 아닌 선택의 시대가 된지 오래다. 자연스럽게 비혼을 선언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한 결혼 정보회사의 설문조사에 의하면 미혼남녀 1000명 가운데 비혼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사람이 54.7%로 나타났다. 결혼을 안 해도 괜찮다는 젊은이들이 절반을 넘는다는 것은 심각한 사회문제이다.

30~40세대가 비혼문화의 1세대라면 지금은 20~30대가 2세대를 이어받고 있다. 이들에게 비혼문화가 확산되는 것은 피할 수 없다. 일부에서는 비혼식도 열리고 있다. 비혼식은 독신이 가족과 지인을 불러 비혼의사를 전달하는 행사이다. 국내 한 카드회사가 비혼식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250명중 105명이 비혼식을 할 의사가 있다고 밝히거나 긍정적으로 생각했다. 결혼문화가 완전히 바뀌고 있는 것을 반증하는 대목이다.

비혼식을 하는 이유는 절반이 결혼의 압박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이유에서이다. 물론 축의금을 회수하고 싶다고 응답한 사람도 24.8%에 달했다. 기성세대들이 잘 못 만들어 놓은 덫에 젊은이들이 걸려 큰 상처를 받고 있는 것이다. 코로나19가 지난 후 우리사회는 다시 한번 큰 변혁을 겪게 될 것이다. 정부는 포스트 코로나를 대비해 우리나라 사회의 전반적인 문제를 정확하게 진단하고 미리 대비하는 것이 필요하다. 포스트 코로나를 어떻게 풀어 가느냐에 따라 우리나라의 선진화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전국매일신문] 김연식 논설실장
ys_kim@jeonm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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