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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식 칼럼] 디커플링 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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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식 칼럼] 디커플링 현상
  • 김연식 논설실장
  • 승인 2020.09.21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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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증시가 재채기를 하면 한국 증시는 감기가 걸린다는 말이 있다. 우리나라 증시가 미국의 영향력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 대부분의 나라에서 동시에 느끼는 것이다.

커플링(coupling)이란 동조화 현상이다. 국내 증시가 미국 뉴욕증시와 비슷한 양상을 보이며 오르거나 내리는 현상을 말한다. 원화와 엔화가 함께 오르거나 내리는 현상처럼 한 나라의 경제가 그 나라와 관련 있는 주변국이나 세계경제와 비슷하게 흘러가는 동조화 현상을 커플링이라고 한다.

이처럼 대한민국의 경제는 미국의 경제와 떼려야 뗄 수 없는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특히 정보통신과 교통수단의 발달로 세계가 1일 생활권으로 좁혀지자 국가 간 경제흐름도 비슷하게 나타난다. 현재 세계경제를 어렵게 만들고 있는 코로나19는 중국에서 발병됐지만 아시아를 넘어 유럽과 아메리카로 급속하게 확산되고 있다. 세계화가 되면서 대부분 국가들도 코로나의 영향을 받고 있는 것이다.

디커플링(Decoupling)은 커플링의 반대로 비동조화 현상이다. 한 지역이나 국가의 경제가 인접한 다른 국가나 보편적으로 흐르는 세계경제와는 다르게 독자적인 움직임을 보이는 현상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보호무역 정책과 일본의 수출규제 등이 대표적이다.

세계 각 국과 경제적 동조를 통해 동반성장하기 보다는 자국의 이익을 우선하는 민족경제 자국경제 우선주의를 내세우고 있다. 경제학적으로는 주가가 하락하면 환율은 상승하고, 반대로 주가가 상승하면 환율은 하락하는 경우가 많지만 이와 반대로 나타나는 현상을 말한다. 한마디로 표현하면 보편적인 흐름과 관계없이 경제적으로 독자적인 움직임이라고 할 수 있다.

미국과 중국은 교류한지 40년이 넘었지만 최근 밀월관계를 청산하고 보호무역을 위한 극단적인 관계로 치닫고 있다. 중국은 일대일로(一帶一路)정책으로, 미국은 반중 경제블록 구축으로 맞대응하며 동맹국 줄 세우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경제학자들은 이를 그레이트 디커플링(great decoupling)이라고 한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으로 국제정치 무대에서도 우리나라처럼 애매한 나라들이 피해를 보고 있는 것이다.

커플링과 디커플링은 국제사회뿐만 아니라 지방자치가 발달된 나라에서도 필요하다. 지역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그 지역만의 특성을 살린 차별적인 정책이 필요하지만 인근지역과 동반성장하는 정책공조도 필요하다.

지역의 경쟁력이 곧 국가의 경쟁력이다. 우리나라는 최근 지역경쟁력 확보를 위해 광역화와 분권화를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 생활권이 같은 행정구역의 통폐합이 필요하지만 우리나라는 아직도 100년 전의 행정구역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 때문에 소지역주의와 정치적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돼 지역발전은 물론 국가발전에도 걸림돌이 되고 있다.

정부 또한 지역의 경쟁력을 살리기 보다는 짜 맞추기식 지원을 통해 개발을 지원하고 있다. 때문에 특색 있고 차별화된 도시 보다는 유사한 형태의 소프트웨어가 속속 등장해 경쟁력을 잃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레일바이크 출렁다리 케이블카 둘레길 등이다. 그 지역에 가야만 볼 수 있는 독특한 문화는 사라지고 전국 어디를 가도 볼 수 있는 비슷한 관광 상품들이 즐비하다. 관광객들이 흥미를 느낄 수 없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커플링이라는 동조화도 아니고 동반성장도 아니다. 자칫 동반몰락을 가져올 수 있는 위험한 발상이다. 인근지역에 대규모 스키장과 리조트를 개발했는데, 정확한 수요예측 없이 20분 거리에 스키장과 콘도를 또 다시 개발한다면 경쟁력 상실은 물론 동반몰락을 가져오지 않을까? 공교롭게도 국내에는 이러한 일들이 수없이 일어났다.

그것도 자치단체가 추진해 수천억 원의 혈세를 낭비하고, 지역은 인구 감소로 존폐위기감마저 돌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시스템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유사한 정책을 입안하고 추진하는 것을 적절히 통제할 수 있는 것은 국가권력이다. 용역이라는 절차를 동원해 책임을 피하려는 정책은 반드시 수정해야 한다.

지방의 경쟁력을 위해서는 공조와 비공조가 동시에 필요하다. 우리나라처럼 지방자치제가 확실한 나라에서는 커플링보다 디커플링이 우선하는 게 현실이다. 지방자치단체 간 협의체를 만들어 정책 공조를 추진하고 있지만 그 힘은 크게 나타나지 못하고 있다.

강원도와 충청도 전라도를 잇는 강호축 개발이 대표적이고, 경기도 안성에서 충북제천 강원도 태백 삼척을 잇는 동서고속도로 건설도 대표적인 정책공조이다. 하지만 정책공조는 건의와 성명서 수준에서 끝나는 것이 많다. 이유는 책임감이 불확실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각 자치단체에서 독자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정책은 속도감도 있고 추진력이 뛰어나다. 자치단체장의 업적으로 평가되고 책임감도 주어지기 때문에 매우 적극적이다. 디커플링이 독자노선을 보이며 보호무역과 민족경제의 성격이 강한 것처럼 지방자치가 정착된 나라에서는 개별 자치단체의 정책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 자치단체장도 꼭 필요한 부분을 제외하고 자신의 색깔을 분명히 하는 게 좋다. 이는 지방의 경쟁력이기 때문이다.

 

[전국매일신문] 김연식 논설실장
ys_kim@jeonm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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