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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오장의 향기로운 詩] 정년퇴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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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오장의 향기로운 詩] 정년퇴직
  • 전국매일신문
  • 승인 2021.11.03 07: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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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이오장(현대시인협회 부이사장)
[이미지투데이 제공]
[이미지투데이 제공]

정년퇴직
        -  신현봉 作

아침 햇살에 사위는 별빛처럼
사그라드는 모닥불처럼
나는 사라져 가리라
풀 한 포기 자라지 않는 황량한 산의 능선에
외롭게 버티고 서 있는 사원
햇빛과 바람과 흰 구름이
살아 있는 곳
강변에는 녹색이 아름답게 빛나고
룽따와 타루쵸가 휘날리는
그 곳으로 가리라
비가 오고 바람이 분다고
눈이 온다고
걱정하지 않으리라
서두르지 않으리라
힘들면 쉬었다 가고
때로는 날아서 가리라
사물들의 이야기
강과 별들의 이야기
가슴으로 들으며 가리라

[이미지투데이 제공]
[이미지투데이 제공]

[시인 이오장 시평]

과학자들에 의하면 지구의 수명은 100억년이며 현재의 나이는 50억년이라고 한다. 
태양은 지구의 모체로써 같다고 할 수 있고 달도 마찬가지다. 
수명의 반절을 지나온 지구는 사람으로 보면 중년에 접어들었고 나머지 수명은 왕성하게 일할 나이다. 

그렇다면 지구의 정년은 언제쯤일까. 
사람과 비교하여 10억년이 지나면 정년이라 하겠지만 과연 그 때가 지나 노쇠했다고 쉬라고 할 수 있을까. 

이것을 생각해 보면 지구나 사람이나 일할 나이는 정해진 게 아니다. 
힘이 남았다면 죽는 순간까지 일을 해야 한다. 

그게 생명이다. 
삶이 다하지 않은 상태에서 쉬라고 하는 것은 형벌이다. 
현재 대부분의 나라에서 사람의 일할 수 있는 나이를 정하여 노년을 대비하라는 정책을 두고 있다. 

하지만 그 때가 되어 쉬는 사람은 많지 않다. 
일손을 놓았다고 해서 죽은 목숨이 아니지 않은가. 

신현봉 시인은 정년을 맞이했다. 
남들과 똑같은 수순을 밟아 이제 일손을 놓고 쉬어야 한다. 

그러나 아직은 젊다는 생각에 일을 찾는다. 
인생은 이제부터라는 신념을 버리지 않고 일에 열중한다. 

그렇지만 생업을 위한 일이 아니다. 
삶은 위한 일을 찾는다. 히말라야산맥을 중심으로 부탄, 네팔 등 산악지대의 나라를 찾아 산에 오르고 인간이 살기에는 험악한 산골에서 삶의 진정한 의미를 보았다. 
사위는 별빛처럼, 사그라드는 모닥불처럼, 사라져 갈 존재지만 살아 있는 순간은 아직도 창창하여 녹색이 아름답게 빛나는 산악지대에서 인생이 얼마나 아름다운지를 확인한다. 

룽따(바람의 말)와 타루쵸(불화가 새겨진 오색깃발) 휘날리는 이색지대에서 아무 걱정 없이 힘들면 쉬었다 가고 때론 날아서 가리라고 큰소리친다. 

정년퇴직했다고 체념할 일은 아니다. 
인생 후반부는 당장 오지 않는다. 
이제 부터 진정한 의미의 삶을 찾아 즐기면 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시인의 열정이 부럽고 박수로 동조한다.

[전국매일신문 詩] 시인 이오장(현대시인협회 부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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