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이유
      - 정군수 作

기차가 굉음을 울리며 지나가자
철길 시멘트 침목 아래에서 잠자던 민들레가
태연하게 기지개를 켠다
노오란 얼굴 두 개가 웃는다
그가 지어놓은 집은 끄떡없다 
 
대합실로 빠져나가는 표정 없는 얼굴들
그들은 오늘 하루를 어떻게 살까
새끼들을 위하여
내가 지동설을 무시하고 살아왔듯
그들도 기차 소리 무시하고 산다
 
민들레는 기차의 무게를 몸으로 받는다
철길 밖으로 홀씨를 날려 보내고 싶어
철로와 시멘트 침목 사이에서 봄 한철
사글세로 산다

[시인 이오장 시평]

거슬러 올라가 공자에게 왜 사냐고 묻는다면 뭐라고 대답할까. 
인간의 근본을 깨달아 가르치려고 산다고 할까. 
예수에게 똑같이 묻는다면 사랑을 실천하고 전파하기 위하여 산다고 할까. 

그런 대답은 아닐 것이다. 
자비와 사랑을 몸소 실천하며 보여주는 가르침을 내렸다 해도 왜 사느냐고 묻는다면 누구도 대답 못한다. 

의무적으로 주어진 삶을 다해야 한다. 
현재 지구상에 제일 부자에게 물어도 가장 가난한 사람에게 물어도 대답은 똑같이 모른다고 할 것이다. 

인류의 역사가 시작된 후 사람은 자연이 주는 해택으로 살아왔으나 동료와 이웃이 늘어나고 국가가 형성되어 문명이라는 것을 알 때부터 왜 사느냐의 문제에 직면하여 수 없이 많은 철학자들이 이를 고민했다. 

그러나 아직까지 명확한 대답은 내놓지 못했다. 

‘사람은 살기 위하여 사는 게 아니라 죽기 위하여 사는 것이다’라는 말도 이러한 고민에서 생겨난 말이다. 

원해서 태어난 것이 아니고 원해서 죽는 것도 아닌 사람은 자연의 일부로서 자연과 함께 살다 죽는 것뿐이다. 

하지만 편안한 삶을 위하여 물질이 필요하고 물질을 구하기 위한 투쟁을 한다. 여기에서 삶의 고민은 시작된다. 

정군수 시인은 어느 날 철길에서 민들레의 삶을 보고 사람이 왜 사는지의 고민을 풀었다. 
험악한 환경인 철길에 사는 민들레가 기차가 지날 때마다 고개 숙였다가 아무 일이 아니라는 듯 태연하게 일어나 활짝 웃는 모습에서 순응을 보았고, 대합실을 빠져 나가는 표정 없는 얼굴들에서 고달픈 삶의 불만을 읽었다. 

민들레는 기차의 무게를 몸으로 받아도 웃으며 기지개를 켜고, 편안한 기차에서 내린 사람들은 표정이 없다, 그렇다. 

시인이 보고 깨달은 것은 결국 사람은 만족을 모른다는 것이다. 
결국 사람이 사는 이유는 욕심을 채우기 위해서지만 그건 불행의 시작 일 뿐이며 진정한 삶은 작은 것에 만족할 줄 아는 순응에 있다는 것을 시인은 깨달고 이를 널리 알린다. 

[전국매일신문 詩] 시인 이오장(현대시인협회 부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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