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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논단] 염량세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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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논단] 염량세태
  • 김연식 논설실장
  • 승인 2021.11.12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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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식 논설실장

대통령의 임기가 이제 6개월 남았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으로 출범한 문재인 대통령의 임기는 2017년 5월 시작됐다. 5년 전 대선은 전직 대통령의 탄핵으로 집권당은 추풍낙엽이 됐고 제1야당은 큰 무리 없이 정권을 잡을 수 있었다. 이렇게 탄생한 민주당은 10년 만에 권력을 찾은 탓인지 국민들이 거는 기대를 한 몸에 받았다. ‘적폐청산’이라는 신조어가 전국을 강타했고 이러한 명목으로 전 정권은 물론 사회전반에 걸쳐 정화운동이 시작되는 듯 했다. 사법권을 가진 검찰과 경찰은 물론이고 민간에서도 ‘적폐청산위원회’를 만들어 새 정권에 힘을 보탰다. 전 정권의 대통령을 포함해 청와대 수석, 장 차관, 국정원장, 군 장성, 법관 등 정치 사회 전 분야에 걸쳐 수사를 받거나 구속됐다.

국민들은 적폐청산이라는 명분아래 치러지는 이러한 통치행위에 아무런 이의를 제기할 수 없을 정도였다. 간간히 태극기 부대가 광화문에서 확성기를 틀어놓고 부당성을 외쳤지만 동조세력은 거의 없었다. 그러나 문 대통령 취임 후 4년이 지난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우선 4%대에 머물던 자유한국당(현 국민의 힘)이 여당과 대등한 관계를 형성하거나 앞서고 있다. 정권교체에 대한 국민들의 여론은 50%를 넘고 있다는 여론조사가 곳곳에서 보도되고 있다. 무엇이 이렇게 만들었을까.

여야의 지지도가 반등한 주요 사건은 바로 ‘조국사태’이다. 조국사태를 계기로 집권당의 지지도는 급락했고 대안으로 야당이 자리를 찾기 시작했다. 조국사태는 공정과 정의를 강조해 온 문 대통령의 통치철학에 금이 가기 시작했으며 많은 국민들이 등을 돌렸다. 마땅한 지도자를 찾지 못해 우왕좌왕하던 보수우파 국민들은 마치 문 대통령에 저항하는 것처럼 보이는 검찰총장에게 열광하기 시작했다. 보수우파들의 지지는 물론 일반 국민들의 지지가 의외로 거세지자 법무부장관을 비롯한 여권인사들은 ‘검찰개혁’이라는 명분으로 검찰총장을 압박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보수들의 결집은 예상외로 강했고 그 바람을 막을 수는 없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수위를 차지하자 그동안 관망하던 국회의원들도 줄서기를 시작해 완전한 세력이 됐다. 정치경험이 전무한 검찰총장이 갑자기 기존 정치인을 쓸어버리고 혜성처럼 등장한 이유는 무엇일까. 답은 쉽게 찾을 수 있다. 그가 정치를 잘해서가 아니라 상대편에서 잘못했기 때문에 대안으로 지지를 받고 결국은 제1야당 대선후보까지 된 것이다.

4년 전 자유한국당은 역사에서 사라질 운명에 처했다. 제1야당이라 하지만 탄핵정국에서 실시된 4%대의 지지율은 당이 존립할 이유마저 사라지게 만들었다. 그러나 다시 살아난 이유는 무엇일까? 자유한국당이 당명을 국민의 힘으로 변경하고 정치를 잘해서 살아난 것은 아니다. 집권당인 민주당이 잘못해서 일어난 반사이익이다. 국민들의 갈등과 분열은 고사하고 계속되는 부동산정책의 실패, 내로남불, 이분법적 통치스타일 등이 국민들의 불신을 초래한 것이다.

또한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도 크다는 논리가 정치권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국민의 힘 스스로 잘해서 국민들의 지지를 받는다고 착각해서는 안 된다. 이제 4개월 후면 새로운 대통령이 탄생한다. 민주당과 국민의 힘 두 당의 주자 가운데 아직까지 뚜렷하게 앞서가는 후보는 없다. 100여일 넘게 국민들의 검증을 받고 치열한 전투를 펼치겠지만 정책이 실종되어서는 안 된다. 또한 과거와의 차별은 좋지만 보복성 언행이나 정치행위를 해서도 안 된다. 이제는 통합의 정치를 실현해 선진국으로 가야 한다.

염량세태(炎凉世態)라는 말이 있다. 권력이 있을 때는 많은 사람들이 따르고, 권력이 떨어지면 차가운 신세를 면치 못한다는 의미다. 여야는 대선후보 선출과정에서 지지율이 높은 후보에게 쏠리는 현상이 있었다. 물론 소신을 가지고 정책과 인물을 보고 당당하게 자리를 지킨 사람도 많다. 이제는 후보가 모두 확정됐다. 그동안 각각의 자리에서 정권창출을 위해 노력하던 상대편 후보 진영 사람들을 끌어안아야 한다. 권세가 있을 때는 문전성시(門前成市)를 이루지만, 권세를 잃으면 문 앞에 참새 그물을 칠 정도로 각박하다는 말이 있다. 그만큼 권력은 영원하지도 않고 오래가지도 않는다. ‘있을 때 잘하라’는 말이 있다.

문 대통령에 대한 평가는 앞으로 6개월 후 곳곳에서 나올 것이다. 지금은 현직에 있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몸조심과 입조심을 하지만 퇴임 후에는 상황이 다르다. 권력이 있을 때 내 사람 챙기는 것도 중요하지만 국가의 미래를 위해서는 능력 있고 청렴한 인재를 등용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는 대선후보 캠프에서도 마찬가지다. 선거가 끝나고 논공행상을 거쳐 인재를 등용할 것이 아니라 진정한 통합의 정치를 펼친다면 염량세태가 현실이 되어도 진정한 우군은 바로 국민이 될 수 있다. 대선후보를 비롯한 정치인들은 선거대책위원회에서부터 용기 있는 인재 등용을 기대해 본다.

[전국매일신문] 김연식 논설실장
ys_kim@jeonm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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