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의 마지막 달도 벌써 중반에 접어들었다.
'너무 아쉬운 해였노라' 말하기엔 아직 시간이 남았다.
오광수 시인은 '남은 달력 한 장이/ 작은 바람에도 팔랑거리는 세월인데/ 한 해를 채웠다는 가슴은 내놓을 게 없습니다'라고 말한다.
'내놓을 게 없는 한해'일지 '뿌듯한 내년을 위한 준비를 한 한해'가 될지는 나 자신에게 달렸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20여일의 시간동안 뜻깊은 하루하루를 만들어 보면 어떨까.
12월의 독백
- 오광수作
남은 달력 한 장이
작은 바람에도 팔랑거리는 세월인데
한 해를 채웠다는 가슴은 내놓을 게 없습니다.
욕심을 버리자고 다잡은 마음이었는데
손 하나는 펼치면서 뒤에 감춘 손은
꼭 쥐고 있는 부끄러운 모습입니다.
비우면 채워지는 이치를 이젠 어렴풋이 알련만
한 치 앞도 모르는 숙맥이 되어
또 누굴 원망하며 미워합니다.
돌려보면 아쉬운 필름만이 허공에 돌고
다시 잡으려 손을 내밀어 봐도
기약의 언질도 받지 못한 채 빈손입니다.
그러나 그러나 말입니다.
해마다 이맘때쯤 텅 빈 가슴을 또 드러내어도
내년에는 더 나을 것 같은 마음이 드는데 어쩝니까?
[전국매일신문] 미디어팀/ 이현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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