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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해광의 세상보기] 시민생활 속 정치로 정치문화를 바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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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해광의 세상보기] 시민생활 속 정치로 정치문화를 바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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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2.01.03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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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해광 (사)한국B.B.S 경기도연맹 회장, 전 광주시의회 부의장

2022년 임인년(壬寅年) 새해가 밝았다. 3월 9일 있을 20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유력 대선후보의 양 진영은 새해 벽두부터 사활을 건 선거전을 펼치고 있다. 경쟁이 치열할수록 네거티브도 심해진다. 특히 이번 대선은 진작부터 양측의 네거티브 공방이 이어져 왔다. 그래서인지 오죽하면 ‘역대급 비호감 대선’이라는 별칭마저 붙었을 정도다. 대선 후보 중 누구도 찍고 싶지 않다는 유권자가 아직도 상당수다. 이러다간 국민의 정치 혐오가 대통령 선거 이후까지 지워지지 않을까 걱정이다.

이제는 우리 정치문화도 개혁이 필요하다. 진정으로 국민의 삶 속으로, 일상 속으로 들어가 함께 숨 쉬고, 같이 느끼고 새로운 세상을 함께 만들어 가는 생활 속의 정치로 정치문화가 바뀌어야 한다. 2022년을 우리 정치문화 개혁의 출발점으로 삼았으면 하는 바램이다.

소위 선거는 시민의 축제라고 부른다. 이 말을 실감나게 보여주는 나라가 있다. 바로 스웨덴이다. 스웨덴의 알메달렌 정치축제다. 스웨덴 린네대학 정치학과 최연혁교수가 쓴 책(알메달렌, 축제의 정치를 만나다, 스리체어스, 2018)에는 이 알메달렌 축제를 자세하게 소개하고 있다.

이 축제의 장(場)에는 다양한 정책 이슈가 마치 박람회에 나온 전시 상품처럼 쏟아져 나오기 때문에 정책 박람회라고도 불린다. 1982년부터 시작된 알메달렌 정치축제는 휴가철인 7월 초에 일주일 간 고틀란드섬의 작은 마을인 알메달렌에서 열린다. 스웨덴의 국회의원 등 정치인과 예비정치인, 정부 관계자, 시민 등이 축제의 장에서 서로 만나 소통하며 정책을 소개하는 행사다. 노상(路上)에서 동시 다발적으로 자유롭게 펼쳐지는 다양한 세미나와 토론, 정당 대표들이 출전하는 댄스배틀, 록 페스티벌 분위기의 연설이 일반적인 지역축제와 자연스럽게 결합되어 진행된다. 그야말로 정치가 휴가, 축제, 일상과 결합하는 광경이다.

알메달렌 축제에서는 반바지와 같은 가벼운 차림의 정치인들이 거리에서 시민들과 어우러져 격식 없는 세미나와 토론을 벌이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어린아이부터 노인까지 다양한 세대가 축제에 참여해 먹고, 마시고, 토론하고, 즐기는 정치 축제의 현장이다. 시민들은 이 축제의 장에서 시민들은 정치와 정책을 맛보고 즐긴다. 정치가 시민의 생활 속, 삶의 속에서 함께 섞이고 어우러진다.

축제 기간 동안 매일 저녁에는 정당 대표들이 노상 연설을 한다. 연설은 지루함이 없다. 휴양지의 분위기에 맞게 힘을 빼고 마치 스탠딩 코미디와 비슷한 느낌으로 일상적 이야기를 하듯 자연스러운 톤으로 재미와 웃음을 주는 연설이다. 그러나 결코 가볍지만은 않다. 국내뿐 아니라 국제 이슈까지 균형 있게 다루기 때문에 국민의 정치적 수준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

정치인들이 평상시의 무겁고 진지한 복장을 벗어 던지고 화려한 옷을 입고 춤 실력을 겨루는 댄스경연도 한다. 낮에는 정책으로 경쟁했던 당 대표들이 밤에는 댄스로 맞붙는 행사다. 정치인들도 결국 일반시민과 똑같은 사람이라는 것을 보여 주는 행사다. 정치를 생활의 영역으로 끌어들여 함께 즐기며 소통하는 현장이다.

알메달렌 축제에서 정치인은 인사만 하고 사라지는 유명 인사가 아니다. 축제 전 과정 속에서 시민의 동료, 친구로 함께한다. 전문성을 갖춘 정치인들로 인해 시민들은 정책을 바라보는 시야가 더 넓어지고 깊어진다. 그리고 시민들의 높아진 정치의식과 감각은 선거에서 귀중한 한 표로 행사된다. 스웨덴은 이 정치축제를 통해 수준 높은 유권자가 늘어나고, 그들이 능력 있는 정치인을 뽑게 되고, 훌륭한 정치 문화를 만들어 가는 선순환 구조를 이루어 간다. 행복한 시민과 행복한 나라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나는 현재 지역 정치인으로서 활동 중이다. 2022년을 기점으로 우리나라의 정치문화가 새롭게 바뀌기를 소망한다. 만일 내게 그럴만한 기회가 주어진다면 내가 살고 있는 지역(경기 광주)에서부터 이러한 알메달렌 정치축제를 벤치마킹한 지역축제를 도입해 보고 싶다. 우리의 지방자치는 시작한지 약 30년 가까이 흐르고 있지만 여전히 걸음마단계이다. 중앙으로부터 예산과 사업계획의 독립적이 확보돼야만 진정한 지방분권이 실현되고 진정한 지방자치가 가능하다. 그 길은 아직 멀지만 알메달렌 정치축제와 같은 정치축제를 통해 지역의 정치문화부터 개혁해 간다면 진정한 지방자치가 실현되는 날도 그리 요원하지만은 않으리라 생각된다. 

[전국매일신문 칼럼] 박해광 (사)한국B.B.S 경기도연맹 회장, 전 광주시의회 부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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