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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열의 窓] 맛도 좋고 재배도 쉬운 국산 벼 품종을 아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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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열의 窓] 맛도 좋고 재배도 쉬운 국산 벼 품종을 아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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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2.03.02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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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열 국립한경대학교 연구교수

1960~1970년대. 우리나라의 벼 품종연구는 수량을 늘리는 데 주력했다. 식량부족으로 국민의 굶주림을 해결하는 것이 시급했기 때문이었다. 일본은 1960년대부터 양보다 질, 맛있는 쌀 품종을 연구하며 우리와 전혀 다른 길을 걸었다. 밥 짓는 향, 단맛, 씹는 맛, 광택, 식어도 탄력과 점도, 향을 유지하는 일본쌀의 자부심은 대단하다. 그러다 보니 당시 우리 국민들 사이에서는 정부미는 맛이 없고 일반미가 좋다는 인식이 많았다.

그러나 이런 인식도 이제는 옛말이 됐다. 경기도농업기술원과 농촌진흥청에서 육성한 ‘참드림’, ‘맛드림’등 국산 벼 품종이 최근 일본계 품종을 빠르게 대체하고 있기 때문이다. 재배가 쉽고 병해충 저항성이 탁월하며, 밥맛이 뛰어나 시장반응이 매우 좋다.

경기도의 국산 벼 품종의 재배 면적은 2019년 6,620ha에서 2020년 6,815ha로 확대됐다. 지난해는 44,800여ha까지 늘어나 전체재배면적의 60%정도에 이르렀다. 반면 일본계 벼 품종의 재배 면적은 급격히 줄어드는 추세다.

특히 이천시가 국산 벼 품종 보급에 앞장서고 있다. 이천시는 올해 ‘임금님표 이천쌀’의 원료곡을 모두 국내 육성 품종인 조생종 ‘해들’과 만생종 ‘알찬미’로 대체할 계획으로 재배면적을 적극 확대하고 있다. 두 품종은 일본계 품종을 대체하기 위해 이천시와 농촌진흥청, 농협이 힘을 모아 개발한 것이다. 병해충 저항성이 우수하며 잘 쓰러지지 않아 재배하기 쉽고 수량도 많다는 장점이 있다.

이천시의 해들과 알찬미 총 재배면적은 2019년 545ha에서 2020년 1,020ha로, 지난해는 3,000ha로 전년보다 3배가 늘었다. 밥맛이 뛰어나다는 평가도 잇따른다. 두 품종에 대한 식미 테스트을 진행한 결과 일본계 벼 보다 시장 반응이 좋아 이미 백화점, 마트 등 대형 거래처와 올해 생산될 쌀 판매에 대해 논의가 진행 중이라고 한다.

충북 진천군도 고품질 벼 계약재배 품종을 기존 ‘아끼바레(추청)’에서 ‘알찬미’로 전격 교체했으며, 전남도 역시 ‘전남 쌀 종자주권 독립’을 선포하고 2024년까지 벼 외래 품종 재배면적을 1,000ha이하로 줄이기 위해 외래 품종 대체사업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그동안 국내 벼 품종시장을 잠식했던 일본계를 밀어내고 진정한 우리 쌀의 독립을 이루기 위해 국산 벼 품종 대체작업에 돌입한 것이다.

더 나아가 우리나라는 다수계 품종을 개량해 식량난을 겪고 있는 세네갈 등 아프리카 여러 나라에 해결사로 나서고 있다. 세네갈은 아프리카의 다른 나라와 달리 쌀을 주식으로 하고 있다. 나라를 상징하는 국화(國花)를 ‘벼’로 정할 정도로 쌀농사가 국민의 삶을 좌우하는 중요한 작물이다. 하지만 만성적인 식량난으로 연간 필요한 양의 절반 이상을 수입(연간 80여만 톤)에 의존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통일벼를 아프리카 기후의 토양에 적합한 품종을 연구해 2017년 세네갈형 ‘이스라(ISRIZ)’품종을 탄생시켜 보급하고 있다. 통일벼는 1960년대 국내에서 시험재배를 거쳐 1970년대 초부터 전국에 보급된 벼 품종이다. 먹고 살기 힘든 시절 한국인에게 큰 힘이 됐던 통일벼가 50여 년의 세월을 뛰어넘어 세네갈까지 전해진 것이다.

‘이스라(ISRIZ)’의 재배 결과는 놀라웠다. 기존에 세네갈 현지에서 전국적으로 재배하고 있던 ‘사헬(Sahel)’보다 수확량이 2배나 되고 밥맛도 월등히 좋아 소비자들의 만족도가 높다고 한다. 현지 농가의 ‘이스라(ISRIZ)’ 재배 면적은 2018년 500ha에서 2019년 2,000ha, 지난해는 6,000ha로 대폭 늘어났다.

또 케냐, 가나 등 아프리카 19개 나라에서도 한국 쌀 품종 55개가 확산 중이다. 한국에서 개발한 통일벼가 먼 이국땅인 아프리카에서 제2의 녹색혁명을 일으키고 있는 중이다.

K-pop, K-드라마와 영화처럼 이제는 K-종자와 농업기술이 세계 각국에서 그 가치와 성과를 인정받으며 또 다른 한류로 퍼지고 있다. 앞으로도 기후변화에 대응한 우수한 국산 벼 품종 연구가 활발해져 일본 쌀 소비를 밀어내는 거센 미풍(米風)이 됐으면 한다. K-종자가 세계 식량 위기를 해결하는 씨앗이 되기를 기대한다.

[전국매일신문 칼럼] 문제열 국립한경대학교 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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