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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상헌의 하제별곡] 다시, 명분(名分)을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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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상헌의 하제별곡] 다시, 명분(名分)을 묻는다
  • 전국매일신문
  • 승인 2022.04.26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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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상헌 언어철학자·시민사회신문주간

소통 내건 ‘당선자 의지’는 뭘 덮으려는 꼼수인가.      

‘용산시대’란다. 대통령 일하는 공간을 청와대에서 국방부청사로 옮긴단다. 대통령의 공간은 나라의 업무를 수행하는 모든 장치가 있는 곳이다. 이삿짐센터가 대충 옮길 살림이 아니다.

돈 많이 들겠다. 당선자 측은 ‘그리 큰돈은 아니다’라고 한다. 그 추계, 액면대로 믿긴 어렵겠다. 국민들 걱정 덜자는 배려인가. 최소 수천억은 들 것이라고들 한다.

대통령은 안전해야 한다. 경호를 위한 오래된 마련, 중요하다. 외국 손님을 맞는 공간으로서의 품격은 가성비 따위로 따지면 안 된다. 나라 대표의 공간이라는 상징성은, 불의(不意)의 역사까지를 포함해, 하루아침에 쌓인 것이 아니다. 

원래 세종로로 간다고 했다. 군인들 요즘 난리다. 또 살림집은 육군 참모총장 공관이라더니 갑자기 외교부 장관 공관으로 간단다. 나라 안보는, 저래도 되나? 공관 빼주고 호텔 식당에서 외교를 하는 나라, 상상할 수 있을까?

시민 불편, 집값 땅값이 어떻고... 분석 분분하다. 언론의 걱정, 가상하다. 그런데 정작 중요한 이슈 하나가 빠졌다. 왜 옮기지?

뭘 얻으려고 저 엄청난 ‘이사’를 하는지에 대해 제대로 묻지 않았다. 당사자 설명이 있긴 했다. 허나 이로정연(理路整然)하지 못했다. 어설펐다. 국민을 참 순진하게 봤다고들 웃었다.

이제껏 ‘당선자의 의지가 (워낙) 확고하다’는 것 말고는 딱 떨어지는 말이 없었다. 제대로 된 분석도 나올 수 없었겠다. 

이유 없는 행동은 개인들 사이에서도 ‘저 따위 짓’이라는 비아냥 못 피한다. ‘당선자의 의지’도 전언(傳言)일 뿐 공식 설명은 아니다. 언론은 묻는 척하다 마는 눈치다. 밀어붙였으니 끝인가? 언론은, 또 당선자측은 ‘국민을 설득했다.’고 간주하기로 결정했는가?  

명분(名分)을 다시 묻는 까닭이다. ‘쓰던 궁전’ 버리고 ‘새 궁전’ 짓는, 전례 없는 대역사(大役事) 아닌가.   

사전은 명분을 ‘사람이나 행위의 명목(名目)과 그에 합당한 본분(本分)이다. 도덕적 정당성을 부여하며, 명목과 본분 사이를 일치시킴으로써 사회질서를 확립하는 규범이 된다.’고 푼다.

‘당선자 의지’는 현실론인가. 국민의 피, 고래심줄 세금을 쓰는 데는 마땅한 이유가 필요하다. 명분론이다. 현실론이 명분론의 입을 막나. ‘사회질서 확립...’은 언감생심(焉敢生心)의 이상론인가? 기정사실, 이미 엎질러진 물 아니냐고?

명분과 이상이 현실의 우격다짐에 망가진다면, 공정(公正)한 세상 아니다. 조폭영화 같다. 명분은 다른 모든 것을 합친 것보다 더 중요할 수 있다. 

하나 더 물어야 한다. 당선자의 그 확고한 의지, 근거나 논리는 무엇인가? 

청와대 터가 나쁘다 해서 당선자와 부인이 극력 피한다는 얘기, 이재오 국민의힘 상임고문이나 여당 인사들에게서 나왔다. 술사 도사 등으로 불리는 어떤 이의 이름도 회자된다. 우려 계속된다. 사실이라면 그 주장의 논리를 밝히고 전문가들의 검증을 받아야 한다. 

동양학의 한 과목인 풍수론이 도움을 주지 못할 까닭이 없다. 나쁜 터를 개선하는 대책인 비보풍수(裨補風水)도 풍수계의 상식이다. 광화문이나 국회의 해태 상(像)이 그 본보기다. 

제대로 논의한 후에도 정 나쁘다 결론나면 버려야지 어떡하겠는가, 우물쭈물 덮지 말라. 국민이 알아들어야 한다. ‘임금님 귀 당나귀 귀!’ 여럿 소곤대면 이내 굉음(轟音) 된다. 

명분 없음은 후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의미다. 당선자 측근 ‘재사(才士)’들이 모를 리 없다. 명분, 구부려서라도 지어내야 한다.

[전국매일신문 칼럼] 강상헌 언어철학자·시민사회신문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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