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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상헌의 하제별곡] 공인(公人)의 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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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상헌의 하제별곡] 공인(公人)의 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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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2.04.03 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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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상헌 언어철학자·시민사회신문주간

‘다르다’와 ‘틀리다’는 다른 말이라오. 틀린 게 아니지요.      

공인인 국회의원은 달라야 한다. 엉뚱한 짓 하고선 ‘공인으로서 물의를 빚어 사죄한다. 부덕의 소치다.’는 투의 기자회견 말잔치 하는 연예인들과 같아서야 되겠는가.

그 직책에 맞는 엄정한 언행(言行)이 있어야 한다. 특히 세금으로 일하고, 보수도 받는 공인은 ‘타(他)의 모범’이어야 한다. 연예기획사 대본 따라 앵무새 흉내내는 연예인들과 같으면, 그는 틀린 것이다. 

‘다르다’(異 이·different 디퍼런트)와 ‘틀리다’(誤 오·wrong 롱)의 두 단어를 비교하는 것이다. 사전의 풀이 대신 관련 단어를 보자.

‘다르다’의 비슷한 말은 ‘유별나다’, 반대되는 말은 ‘같다’ 정도다. 서로 같지 않아 별나다는 뜻이다. 유별나다는 한자어 有別이 바탕이다. 차이(差異)나 이성(異性)이란 말 떠올려 보자. 

‘틀리다’의 비슷한 말은 ‘그르다’, 반대되는 말은 ‘바르다’ 정도다. 바르지 못하고 그르거나 어긋나는 것을 이른다. 오해(誤解)나 오류(誤謬)에 들어있는 뜻이다.

설훈 의원이 최근 민주당 의원총회에서 공식 발언을 마친 박지현 비상대책위원장에게 “얼굴을 잘 모르니 마스크를 잠깐 벗고 (박 위원장을) 봤으면 좋겠다”고 소리 질렀다. 박 위원장은 웃음을 터뜨리고는 자리에 앉았다. 보도된 내용이다. 

설왕설래(說往說來)가 좀 있은 후 웃음소리 나온 좌중(座中)에서 ‘저 앞에 나가서’ ‘텔레비전에서 나온 거하고 틀려’ 같은 말이 이어졌다. (젊은 여성의) 외모 관련 오해소지 같은 일부의 지적과 설훈 의원의 해명이 기사에 이어졌다. 글 쓴 이는 저 분위기를 전하고 싶었나 보다.

사소할 수도 있는 ‘텔레비전에서 나온 거하고 틀려’란 농담조 발언, 공석에서의 어떤 (남성) 의원의 행동 중 ‘틀리다’는 그 말이 유별나게 귀에 들어왔다. 박 위원장(의 어떤 점)이 뭔가 바르지 못하고 그르거나 어긋났을까? 얼굴한 번 보자는 것이었다고 했단다. 그런데 왜?

그들은 ‘정의와 불의의 시시비비를 다투는’ 직업인이다. 물론 정치인 말고도 ‘다르다’고 해야 할 대목에 ‘틀리다’라는 적절하지 않은 말을 버릇처럼 하는, 다른 것과 틀린 것을 차이를 구별하지 않거나 모르는 이들이 적지 않다. 

심지어 철학자 중에도 여럿 있다. 서울대 김상환 교수가 대표적이다. 꽤 알려진 공인이다. 사소한 문제겠지만 대중강연에서의 이런 한국어에 대한 몰지각(沒知覺)은 그냥 지나치기 쉽지 않다. ‘다름’이 ‘틀림’이라면 그런 서양철학은 바탕이나 틀이 우리와 다른 것인가.

이렇게 헷갈린다면 ‘다르다’와 ‘틀리다’의 뜻을 아예 바꿔야 할지 모르겠다. ‘자장면, 짜장면 논쟁’도 중요하겠지만, 나라의 언어당국인 국립국어원은 정치가나 철학자의 자문이라도 받아 국민이 바른 한국어를 쓰도록 제 일을 해야 할 것이다. 경고 사이렌이 필요한 시점일까?

‘모래알 한 알에서 우주를 본다’던 영국 시인 윌리엄 블레이크(1757~1827)나 ‘나락 한 알에 담긴 우주’를 가르친 한국 사상가 무위당(無爲堂) 장일순(1928~1994)의 통찰을 생각하자. 그들은 다름과 틀림의 ‘이 작은 차이’를 어떻게 설명할까. 

‘다르게 생각하라’라는 책이 한 때 유행했다. 달라(져)야 한다고들 했다. 한때의 유행이었다. 책도 많이 팔렸던 ‘정의란 무엇인가’의 정의(正義)처럼 곧 잊혀졌다. 아, 이런 개념은 수능 같은 시험의 준비에나 필요한 것이었구나. 마음 하는 일이 생각인 것을 왜 모를까.

[전국매일신문 칼럼] 강상헌 언어철학자·시민사회신문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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