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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오장의 향기로운 詩] 휘파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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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오장의 향기로운 詩] 휘파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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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2.06.08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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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이오장
[이미지투데이 제공]
[이미지투데이 제공]

휘파람
                   - 김미정 作

오늘 몇 개의 타이어
내장을 밟고 지나갔는가
아슬아슬 그 무게
잡자리에서 가위눌리는가 

오늘 몇 송이 향그런 꽃
가슴에 건네어받았는가
풀풀 숨길 수 없는 사람 향기
꿈에서도 눈으로 입술로 벙그는가 

잊어야 할 것도
기억해야 할 것도
가볍고 힘차게
창에 와서 지저귀는 들새처럼 싱싱하게 

호홉의 이랑마다
푸른 푸른 깃털로
물결치는 삶의 휘파람
그렇게 살다. 그렇게 살다가
 

[이미지투데이 제공]
[이미지투데이 제공]

[시인 이오장 시평]
삶은 가볍지 않다. 
가볍다면 바람의 삶이고 온갖 짐승들도 삶은 포기하지 않고 최선을 다한다. 

생명은 스스로가 이어갈 수 없지만 타고난 만큼의 힘이 있기 때문이다. 
자연의 여건에 따라 삶은 틀리지만 그것은 틀렸다기보다는 방향은 같으나 목적은 같다는 의미다. 

그러나 목적은 있으나 목적지가 없는 게 삶이다. 
앞을 볼 수가 없어 항상 불안하고 불안한 만큼 더 힘이 든다. 

사람은 그래서 무서움을 잊는다. 
앞이 보이지 않는다고 두려워한다면 당장 포기해야 하지만 끝까지 가기 위하여 포기하지 않고 두려움을 잊는다. 

그게 삶이다. 
힘들다, 힘들다고 하면 더욱 힘들고 조금만큼이라도 즐겁다고 하면 힘든 것을 모른다.

어떤 사람의 직업이 좋고 나쁘다는 결정은 다른 사람이 하는 게 아니라 자신이 한다. 

남들은 힘들게 보지만 자신은 즐겁게 행하기 때문에 힘든 것을 잊고 살아간다. 

김미정 시인은 인생의 힘든 과정을 많이 겪은 듯하다. 

한 편의 작품으로는 알 수 없지만 이 작품 속에는 그게 보인다. 

몇 개의 타이어가 밟고 지나갔는지를 모를 만큼 힘든 하루가 잠자리에서도 가위눌려 잠 못 이룬다. 
내장을 짓이기고 가는 장애물이 엄청난 고난을 준다. 

그러나 꿈을 꾼다. 
몇 송이의 꽃을 피워내고 풀풀 숨길 수 없는 사람의 향기를 바라며 눈으로 입으로 벙긋거리는 모습을 상상한다. 

얼마나 고된 삶이었으면 고난의 여정에서 꽃을 피우고 사람 냄새를 바라는 꿈이 꿔질까. 
잊어야 할 것도 기억해야 할 것도 가볍고 힘차게 털어내고 운전석에 앉아 들새처럼 싱싱하게 달리게 할까. 

이제부터는 휘파람을 불며 지나가는 사람의 기쁨보다는 그 뒤의 여정을 먼저 생각해야 하지 않을까. 

[전국매일신문 詩] 시인 이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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