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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열의 窓] 농산물 가격 인플레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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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열의 窓] 농산물 가격 인플레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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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2.06.07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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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열 국립한경대학교 연구교수

우크라이나 전쟁과 주요 곡물 생산국의 수출 제한 조치, 이상기후, 가뭄 등의 여파로 국제유가와 원자재, 곡물가격이 오르면서 물가가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다. 고기며 채소, 과일까지 값이 안 오르는 게 없다. 다 오르는데 내 월급만 안 오른다는 푸념이 절로 나온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농산물유통정보(KAMIS)에 따르면 3일 소매점에서 수박 1개는 평균 2만1589원에 팔렸다. 1년 전 1만7759원과 비교해 21.5% 올랐다. 평년(5년 평균) 가격 1만7787원과 견줘도 21.3%가 비싸다. 3~4월 기상이 나빠 생산량이 줄었고 일찍 찾아온 무더위로 수박을 찾는 사람이 늘어난 탓이다. 하우스 난방에 쓰인 기름값이 폭등했고 비료·인건비 등이 오른 것도 가격 상승을 부추겼다.

다른 농산물 가격 역시 비슷하다. 참외 10개 가격도 2만원을 뛰어넘었다. 지난해보다 9.1% 오른 2만226원이었다. 멜론 1개 값은 1만339원으로 1년 사이 22.3%가 뛰었다. 감자(61.0%), 양배추(38.2%), 깻잎(25.9%), 배추(25.7%), 열무(24.4%), 시금치(19.5%), 밀가루(26.0%), 식용유(22.7%), 빵(9.1%) 등도 지난해보다 폭등했다. 미국산 오렌지 10개 가격은 1만4759원으로 전년 대비 41.8% 급등했다. 망고(20.9%), 바나나(8.1%) 등 다른 수입 과일 가격 상승세도 가파르다.

축산물도 마찬가진데 돼지고기 가격이 많이 올랐다. 축산물품질평가원 통계에 따르면 지난 3일 국산 돼지고기 삼겹살 소매가는 100g에 2845원으로, 1년 전보다 13.4% 상승하며 3000원 돌파를 눈앞에 뒀다. 사료값이 오른 데다,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최근 다시 유행하기 시작한 것도 돼지고기 가격 상승에 한몫했다. 닭고기(육계) 1㎏ 소매가도 5968원으로, 6000원에 육박한다. 전년 대비 9.7% 상승했다.

최근 정부가 유류세 30% 인하, 수입 원자재 관세 면제, 돼지고기·식용유 관세 인하, 농축산물 할인쿠폰 지급 등 잇달아 물가 대책을 내놨지만 원유, 수입먹거리, 곡물 등 원자재 가격 급등, 원화가치 하락 앞에선 역부족인 모습이다.

비료값, 인력난, 유류값의 ‘3중고’로 올봄 파종 시기에 농사를 포기한 곳이 속출하고 있다고 한다. 가뭄 피해가 더해지면서 밥상 물가에 미치는 영향은 점점 커지고 있다. 가뜩이나 수급 조절이 어려운 농산물의 특성상 가격조절이 어려운데 올해는 폭등과 폭락 사이 널뛰는 정도가 너무 심하다. 이런 현상은 생산자나 소비자 모두에게 손실을 안겨준다. 급기야 지난 3일 대통령도 “경제위기를 비롯한 태풍의 권역에 우리 마당이 들어와 있다”며 고물가 상황을 경계했다.

문제는 인플레이션(inflation)태풍에 고금리, 고환율까지 겹친 ‘3고(高)’ 위기를 맞은 우리나라 경제가 당장 해소책을 찾을 수가 없다는 것이다. 고물가와 실물경기 둔화로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경기 침체 속 물가 상승)이 높아지면 취약계층은 한계상황에 놓이게 될 것이다.

앞으로가 더 큰 문제다. 세계 인구는 계속 늘고 있는데 지구온난화로 식량 생산량은 감소하고 급속한 도시화로 세계의 경작면적 또한 줄어들고 있다. 먹거리의 공급부족은 가격 폭등을 넘어 지구의 식량위기를 가져올 것이 분명하다. 이미 아프리카 등 일부 국가는 식량 부족 사태가 심화하면서 사회위기로 치닫고 있다.

한번 멈춘 기계는 기름을 치고 빠르게 다시 가동할 수 있지만 농사는 불가능하다는 것은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정부는 현재의 상황을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된다. 획기적이고 근본적인 농산물수급 안정 대책을 세워야 한다.

그러려면 먼저 농산물 생산 자급 기반 확충을 위한 적정규모의 농지확보와 농업생산기반시설의 기계화․스마트화에 투자를 확대해야 한다. 농산물의 수요와 공급 예측 시스템의 완벽한 구축으로 계약재배를 확대하고 부족 농산물에 대한 재배 방안도 마련해야 한다. 주요 식량은 비축물량도 늘려야 한다. 이웃 일본은 우리와 비슷한 농업 구조를 갖고 있지만 농산물 가격은 안정적 수준을 유지한다. 모든 국민이 먹는 것만은 걱정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정부의 최우선 과제다.

[전국매일신문 칼럼] 문제열 국립한경대학교 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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