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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열의 窓] 국민총행복이 절실한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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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열의 窓] 국민총행복이 절실한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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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2.05.07 1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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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열 국립한경대학교 연구교수

도시화, 산업화, 고도성장 과정에서 우리나라의 농업․농촌의 경제는 참담하다. 지난 2년이 넘는 코로나19 팬더믹 상황에서 우리는 힘든 시기를 견디고 또 견디고 있다. 작년 말 요소수 대란은 올해 농사를 대비하는 농민에게는 비료 값 상승 부담을 안겨주었다. 지속적인 기름 값 상승 역시 면세유 혜택이 있다고 해도 농가에겐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 국제 곡물가의 불안정 속에서 작년부터 사료 값은 연달아 상승했고, 동시에 송아지 값은 떨어지면서 축산농가 역시 시련이 따르고 있다. 여기에 이상기후는 우리 농업에 더욱 더 어려움을 가중시켜 주고 있다.

우리나라는 전 세계가 주목하는 선진국으로 우뚝 섰다. 그런데도 왜 농민들은 행복하지 않을까? 우리 사회는 경제가 성장하면 모든 문제가 해결될 터이니 경제성장을 위해서는 다른 것들은 희생해야 한다는 경제성장지상주의가 지배해 왔다. 1인당 국민소득이 3만 5,000달러에 달하는 지금 우리의 삶은 나아지기는커녕 재벌의 경제력집중이 강화되고, 소득불평등과 양극화가 심화되어 있다. 출산율이 1명 이하로 최악의 수준까지 떨어져 우리 사회의 지속성을 위협하고 있다. 지금과 같은 성장 지상주의로는 더 이상의 경제성장조차도 어려운 게 우리의 현실이다. 우리 사회의 패러다임을 경제성장에서 국민총행복으로 전환해야 한다.

유럽신경제재단(NEF)이 행복지수 1위, 국민의 97%가 행복하다고 발표한 나라가 바로 부탄이다. 부탄의 인구는 80만 명 정도이며, 1인당 국민소득이 4,000달러에도 미치지 못하는 세계 102위 국가이다. 국토는 70% 이상이 험준한 산악지대로 국민 대다수는 농업에 종사하고 있으며, 대가족이 자급자족하며 살아간다.

부탄은 GDP(국내총생산;Gross Domestic Product)보다 GNH(국민총행복;Gross National Happiness)를 더 중시하는 나라다. GNH란 부탄에서 1970년대에 만들어낸 행복 개념으로 개인과 사회의 물질적 웰빙과 정신적, 정서적 문화적 필요 사이의 조화로운 균형을 달성하는 다차원적 발전전략을 의미한다. 부탄은 ​GNH 증진을 위해 네 가지 전략을 갖고 있는데 첫째, 지속 가능하고 공평한 사회적·경제적 발전, 둘째, 문화의 보전과 증진, 셋째, 생태계의 보전, 넷째, 굿 거버넌스(good governance)다.

행복한 농어촌. 국민총행복을 높이는 일은 하루아침에 이뤄지지 않는다. 하지만 농업․농촌이 어렵고, 참담하다고 손을 놓고 있을 수만은 없다. 전 세계에서도 가장 행복한 나라로 꼽히는 부탄은 2013년 세계 최초로 자국농업 전체를 유기농으로 전환하겠다고 선언했다. 부탄의 페마 기암초 농림업장관은 “우리나라는 산악 지대가 대부분이라 농약이나 화학제품을 사용하면 물과 식물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환경을 고려해야 한다”며 “농사방식이 거의 다 전통에 기반 해 있기 때문에 유기농에 가깝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살충제와 제초제 판매를 금지하고 있다. 자연과의 조화로운 삶을 지향하며, 동물도 살 권리가 있고 식물과 곤충도 행복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부탄은 인구의 95%가 깨끗한 물과 전기를 누리며, 이산화탄소를 증가시키지 않는 ‘탄소 중립’ 국가이자 식품이 안전한 나라이다. 매우 작은 국가임에도 불구하고 생물 다양성의 보존 분야에서는 세계적 보고(寶庫)이다. 해발 고도 150m에서 7,500m에 이르는 국토 안에 다양한 숲, 산악, 강, 호수, 농업, 생태계 등이 병존하고 있다. 조류 770종과 동물 165종 등 믿을 수 없을 만큼 다양한 동식물이 서식(棲息)하는 낙원이다. 특히 해발 고도 4,000m 이상 산악지대에는 200가지 이상의 약용식물이 서식하고 있으며, 호랑이 등 희귀 동물들의 안식처가 되고 있다. 그들은 물질적 욕망을 자제할 줄 알고, 자연과 더불어 사는 것을 중요시 한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 이젠 우리에게도 ‘경제성장제일주의’ 보다 ‘국민총행복’이 더욱 절실하다. 부탄사례에서 보듯 지속가능하고 조화로운 농업, 서로 존중하고 배려하고 상생하는 농업이 바로 유기농업이다. 유기농업이야말로 국가농업기반을 공고(鞏固)히 하고, 국민건강을 책임지며 ‘국민총행복’을 높이는 가장 근접한 대안이라고 생각한다.

[전국매일신문 칼럼] 문제열 국립한경대학교 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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