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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열의 窓] 젊어진 막걸리, 이제는 세계로 나갈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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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열의 窓] 젊어진 막걸리, 이제는 세계로 나갈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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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2.05.26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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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열 국립한경대학교 연구교수

코로나19로 막걸리 시장에 활기가 돈다. 기존 주요 소비자층은 중장년 세대였으나, ‘홈술' 문화가 확산하면서 MZ세대 중심으로 막걸리가 각광 받고 있다. 통통 튀는 아이디어로 무장한 이색 막걸리가 쏟아지며 MZ세대가 시장의 흐름을 주도하기 시작했다.

막걸리는 2009년 일본에서 잠깐 대박을 쳤다가 곧바로 인기가 시들해졌다. 다양한 제품군이 개발되지 않아 소비자를 유인할 매력이 부족했던 것이다. 그나마 고사 직전이었던 지역 양조장이 살아난 것은 반가운 일이었지만 시장에서 인기 있는 술은 아니었다.

몇 년 전부터 양상이 바뀌었다. 막걸리 시장에 뛰어든 젊은 창업자들이 서울막걸리로 대변되던 천편일률적인 막걸리에서 탈피해 다양하고 고급스러운 막걸리를 내놓으면서이다. 포장지만 봐도 “이게 막걸리야?”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옛날 술' 막걸리가 젊어지며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가양주연구소에 따르면 2020년 막걸리 생산량은 37만9992㎘다. 2011년 45만8198㎘로 정점을 찍은 뒤 지속해서 감소 추세를 보이다가 2019년 소비량 37만500㎘보다 9,492㎘ 늘면서 반전했다. 폭발적이지는 않지만 추세를 돌렸다는 건 주목할 만한 일이다. 코로나19가 막걸리업계에게는 호재로 작용해 주춤했던 막걸리시장에 활력이 생겨나고 있음을 의미한다.

GS25가 막걸리를 구매하는 고객 구성비를 분석한 결과 2030세대의 구성비가 2020년 6월 27.1%에서 2021년 6월 33.0%로 증가했다. 젊은 층 소비자들 사이에서 전통주가 급성장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막걸리업계가 고루한 이미지를 탈피하고 ‘젊은 감성’으로 MZ세대를 겨냥한 다양한 제품과 마케팅을 쏟아내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우체국쇼핑 등에 국한됐던 온라인 판매가 옥션, 네이버쇼핑 등 이커머스로 확대되면서 MZ세대들에게 관심이 집중됐다. 그동안 막걸리는 저가(低價) 이미지가 강했는데 1만 원대 제품들도 많이 알려지면서 프리미엄 막걸리시대가 열려가고 있다.

샴페인 막걸리로 불리는 원조 생막걸리 ‘복순도가’, 한강주조 ‘나루 생 막걸리’, 국순당 ‘죠리퐁당’ 등은 젊은 층에게 특히 인기다. 저도주(低度酒) 트렌드에 무알코올 막걸리도 등장했다. 일화의 ‘발왕산 막걸리 제로’는 국내에서 알코올이 없는 막걸리로 처음이다. 맛과 이색적인 조합으로 호평이 자자하다.

CU는 가수 나훈아의 유행곡 ‘테스형’을 모티브로 만든 ‘테스형 막걸리’를 선보였다. 테스형 막걸리는 경기 포천시 이동면 지역 천연 지하 암반수를 활용해 수작업으로 생산한 밀로 만든 누룩으로 제조했다. 지평주조는 2019년부터 롯데제과 양산빵 브랜드 ‘롯데기린’과 손잡고 막걸리빵을 선보이고, 스파클링 막걸리 ‘지평 이랑이랑’도 출시했다.

국순당은 저도주 프리미엄급 막걸리 ‘1000억 프리바이오 막걸리’를, 한강주조는 대한제분의 밀가루 브랜드 곰표와 콜라보한 ‘표문막걸리’를 내놓았다. 시골 술로 취급받던 막걸리의 기존 이미지를 뒤집자는 의미에서 ‘곰표’를 거꾸로 표기한 ‘표문’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느린마을막걸리’로 유명한 배상면주가는 온라인 주류 판매 플랫폼인 ‘홈술닷컴’을 선보이며 전통주 정기구독 서비스인 ‘월간홈술’을 운영하고 있다. 서울장수는 독특하면서도 젊은 세대의 취향을 저격할 수 있는 ‘달빛유자’를 출시해 막걸리의 선택폭을 확장시켰다.

(주)우리술의 '가평 잣 생막걸리' 는 완전히 발효돼 흔들어도 터지지 않는다. 맛이 부드러워 목 넘김이 편하고 트림이 나지 않는다. 100% 국내 쌀을 주원료로 하며 누룩도 밀가루를 쓰지 않고 쌀누룩만을 사용한다.

막걸리가 젊은 세대들에게 단순한 술이 아닌 우리의 강력한 문화 콘텐츠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한류 열풍에 힘입어 미국, 일본, 베트남 등 해외에서 우리 생(生)막걸리의 인기가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막걸리의 인기가 유행처럼 그치지 않으려면 와인처럼 우리 막걸리도 마시는 법과 조화로운 음식을 함께 배워가면서 친숙함을 느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어렵게 다시 찾아온 기회다. 우리 술 막걸리가 한국을 대표하며 세계화로 이어지기를 바란다.

[전국매일신문 칼럼] 문제열 국립한경대학교 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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