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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열의 窓] 최악의 가뭄,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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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열의 窓] 최악의 가뭄,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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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2.06.13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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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열 국립한경대학교 연구교수

최근 한 가수의 콘서트가 사회적 논란이 됐다. 축제 성격의 콘서트인데 물 300t을 행사장에 뿌릴 계획이 알려지면서 사회 일각에서 ‘전국에 최악의 가뭄이 이어지고 있는데 적절한 행동이 아니다’라는 비판이 일어난 것이다. 그러면서 다음 달 개최를 앞둔 ‘물총축제’에도 따가운 눈총이 쏟아지고 있다.

지난겨울 50년 만에 가장 심한 가뭄이 기록된 데 이어 올해 봄마저 역대 최악의 가뭄이 계속되고 있다. 7일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5일부터 이달 4일까지 6개월간 전국의 누적 강수량은 166.8㎜를 기록했다. 평년강수량 344.6㎜의 절반 수준이다. 이는 기상관측망이 전국에 확충된 1973년 이후 같은 기간 강수량으로 최저치이다. 전국 모든 지역의 최근 6개월 누적 강수량이 50%안팎에 머물고 있다.

더욱이 지난 5월에는 제주(18.0㎜)와 강원 영서(10.7㎜)를 제외한 전국 모든 지역에서 10㎜도 채 비가 오지 않았다. 이를 1년 치로 추산하면 사하라사막과 비슷한 수준이라니 심각하다는 말밖에 나오질 않는다. 지난 5일과 6일 전국을 스치듯 비가 지나갔지만 가뭄을 해소하기는 역부족이다.

물 부족에도 모내기는 거의 마쳤다고 하지만 현재 논바닥이 마르는 등 다른 농작물도 시들음 현상을 보이며 생산량이 저하되고 있다. 이 시기 가뭄여파는 감자와 양파, 마늘 등 노지(露地) 밭작물 생육에 치명적이어서 해당 농작물의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미 감자 가격이 두 배로 올랐다. 10일 팜에어·한경 농산물가격지수(KAPI)에 따르면 전날 감자 도매가격은 ㎏당 1544원으로 전주 평균 가격 대비 10.1% 올랐다. 전년 동월 평균 가격과 비교하면 94.9% 폭등했다. 일반적으로 6월 초엔 전남 보성 지역에서, 중순엔 경북 구미와 영주․안동에서 감자를 주로 수확한다. 감자가 잘 크려면 적정 수준 이상의 일조량에 비가 더해져 땅이 촉촉해야 한다. 하지만 올해는 역대급 가뭄으로 작황이 좋지 않아 출하 시기가 평년에 비해 1주일씩 늦춰졌다. 그 결과 공급이 부족하다 보니 가격이 더 뛰는 추세다.

양파 가격의 폭등세도 멈추지 않고 계속 치솟고 있다. 9일 양파 도매가격은 ㎏당 1021원으로 전주 평균 가격 대비 9.2% 올랐다. 전월 평균 가격과 비교해선 85.3% 폭등했다. 전년 동월에 비해서도 82.6% 상승했다. 가격 상승 원인은 극심한 봄 가뭄으로 생육이 부진해 생산량이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5월 하순부터 6월 중순까지 수확하는 중만생종 양파 생산량은 97만~100만t 정도로 추정하고 있다. 평년 대비 최대 19% 줄어든 수치다.

가뭄도 벅찬데 국내외 원자재 가격이 크게 뛴 탓에 비료․농약 가격도 올라 생산비가 크게 뛰었다. 농번기 일손 구하기도 빠듯해지면서 인건비도 예년보다 30% 이상 올랐다. 이런 상황에서 경기 침체우려까지 겹치면서 우리 농가를 더 어렵게 만들 전망이다. 우리나라는 지난 1980년에 냉해에 따른 흉작과 정치 불안마저 겹치면서 30%에 육박하는 고물가 속 마이너스 성장을 경험한 바 있다. 그 때의 악몽이 떠오르면서 지금의 가뭄이 심상치가 않다는 걱정이 우선한다.

크고 작은 가뭄이 거의 매년 되풀이되지만 정부는 농업가뭄대책상황실을 운영, 지역별․작물별 가뭄 상황과 급수대책 추진상황 점검, 관정 개발과 하천바닥 굴착 등 급수대책추진, 양수기 및 재해복구비 지원 등 일시적·단기적 대책에 치중하다 가뭄이 해갈(解渴)되면 언제 그랬냐는 식으로 피해를 쉽게 잊고 있다.

앞으로 가뭄은 지구의 온난화로 더 반복적이고 최악의 상황으로 지속될 것이다. 정부는 가뭄 피해가 되풀이되는 악순환이 이루어지지지 않도록 이번만큼은 농업 현장의 상황을 직시 항구적인 대책을 마련해야겠다. 특히 가뭄에 취약한 밭작물의 안정적 생산을 할 수 있도록 농업용수공급 기반을 완벽하게 구축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이것도 시간이 필요한 법. 지금 당장은 다가오는 장마가 가뭄 해소에 도움이 되기만을 간절히 바라고 있다. 매년 지긋지긋하다는 말이 절로 나왔던 장마가 지금은 몹시도 보고 싶다.

[전국매일신문 칼럼] 문제열 국립한경대학교 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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