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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필의 돋보기] 명분 없는 고좌우이언타 정치, 국민 신뢰 못 얻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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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필의 돋보기] 명분 없는 고좌우이언타 정치, 국민 신뢰 못 얻어
  • 최승필 지방부국장
  • 승인 2022.10.23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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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필 지방부국장

중국 전국시대의 철학자이자 정치사상가인 맹자(孟子) 양혜왕편(梁惠王篇)에 나오는 말이다.

어느 날 맹자가 제(齊) 나라 4대 왕인 선왕(宣王)을 찾아가 여러 가지 사안에 대해 질문을 했다고 한다.

“왕의 신하가 그의 처자(妻子)를 친구에게 맡기고, 초(楚) 나라로 놀러갔다 와보니 그 친구는 신하의 처자를 굶주리게 하고, 추위에 떨게 했습니다. 왕께서는 그 사람을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믿고 맡긴 처자를 굶주리게 한 그런 친구라면 당장 절교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이에 제선왕은 “절교하겠소”라고 답했다.

이어 “사사(士師 : 법무부장관)가 그 부하를 제대로 거느리지 못하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당장 그만두게 해야지요”라는 맹자의 질문에 제선왕은 “그만두게 하겠소”라고 답했다.

“그렇다면 사경(四境 : 나라의 사방)이 제대로 다스려지지 않는다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라는 질문에 대해서도 제선왕은 “내 임금 자리를 그만 두어야지요”라고 대답했다고 한다

이처럼 맹자가 여러 가지 사안에 대해 차근차근 물어가는 질문에 아무 생각 없이 느낀대로 대답해 가던 제선왕은 그 질문 모두가 막상 자기 문제라는 점을 깨닫자 그만 말문이 막혀 당황한 나머지 좌우를 두리번거리며 엉뚱한 말을 하며 위기를 모면(謀免) 하려고 했다.

제선왕은 결국 ‘임금을 그만 두어야 한다’는 대답을 하지 않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고야 만 것이다.

이처럼 제선왕과 같은 난처한 입장에서 솔직히 시인해야 할 일을 시인하지 못하고, 엉뚱한 딴 이야기로 얼버무리는 것을 가리켜 ‘고좌우이언타(顧左右而言他)’ 라고 한다.

요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사법리스크가 현실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 때문에 민주당 내부에서도 당마저 위기에 빠져드는 것이 아니냐는 ‘위기론’이 감지되고 있다.

이 대표의의 최측근인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불법대선자금 수수 혐의로 체포된 뒤 22일 전격 구속된 가운데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재판도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검찰이 지난 8일 대선후보 시절 대장동·백현동 개발 의혹과 관련, 허위사실을 공표한 혐의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불구속 기소하면서 민주당도 긴장하기 시작한 것이다.

대선 후보가 당선무효에 해당하는 벌금 100만 원 이상의 형을 확정될 경우 선거법 265조의 2 조항에 따라 선거 보전반환 비용을 추천 정당이 다시 돌려줘야 한다. 지난 대선 때 이 대표와 민주당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보전반환받은 비용은 434억 원에 이른다.

이 대표는 대장동 사업 실무를 담당했던 고(故)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처장을 두고 지난해 12월 22일 방송 인터뷰 등에서 “하위 직원이라 시장 재직 때는 잘 알지 못했다”고 했다.

또, 백현동 사업 관련 국감에서는 “국토부장관이 도시관리계획 변경(용도변경)을 요구하면 지자체장은 반영해야 하고, 안 해주면 직무유기로 문제 삼겠다고 협박했다”고도 했다.

그러나 검찰은 국토부가 백현동 용도 상항을 요청하지 않았고, 오히려 국토부는 ‘부지 용도변경은 지자체가 결정해야 할 영역’이라고 회신 공문을 보낸 사실을 파악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최근 이 대표의 측근인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김용 부원장에게 정치자금을 건넸다고 진술하는 등 불법대선자금의 존재를 털어놓으면서 민주당의 위기감이 증폭되고 있다.

‘대장동의 핵심’으로 여겨졌던 유 전 본부장이 구속 1년 만에 출소한 뒤 하루가 지난 21일 재판 출석 후 취재진을 만나 정치자금이 오간 상황을 이재명 대표가 모를 리가 있겠느냐며 작심 발언을 쏟아낸 것이다.

그는 “지난해 대선 경선 때 김 부원장이 20억 원을 요구해 7억 원, 6억 원 정도 전달했다”고 했고, “이 대표가 알았냐”는 질문에는 “모르는 게 있겠느냐”고 답했다.

또, 이 대표 측이 대선 경선을 열흘 앞두고 “휴대폰을 버리라”고 했고, 이후 자신이 “오해를 받고 중심이 돼 울분이 안 풀린다”며 “예날 동지였는데 내가 중심이 돼 버렸다. 내가 벌 벋을 건 받고, 이 대표 명령으로 한 건 이 대표가 받아야 한다”며 털어놓기도 했다.

그러나 이 대표는 “거듭 분명히 말하지만 나 이재명은 단 1원의 사적 이익도 취하지 않았다”며 “화천대유 일당들이 날 향해 ‘공산당 같은XX’라고 욕하기도 했고, ‘이재명이 알면 안된다’고 하기도 했다. 그런데 정권이 바뀌고 검사들이 바뀌니 관련자들 말이 바뀐다. 아무리 털어도 먼지가 안 나오자 가면을 씌워 ‘대선자금’ 사건이라고 속이려 한다. 정치자금은커녕 사탕 하나 받은 것도 없다”고 주장했다.

정부·여당을 향해서는 “화천대유 대장동 개발과 관련된 특검을 수용하라”고 촉구했다.

특검 대상으로, 부산저축은행 의혹, 김만배 누나의 윤 대통령 부친 자택 구입 경위, 조작수사 및 위증교사 의혹, ‘대장동 몸통이 이재명’이라고 한 윤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문제 등을 언급했다.

그러나 이 대표는 경기지사 시절인 지난해 9월 “특검 수사를 하면서 시간을 끄는 것은 적폐 세력들의 수법”이라고 주장했다.

이 때문에 이 대표의 이 같은 ‘특검’ 주장에 대해 여당으로부터 “의도적인 시간 끌기이자 물타기”라는 비판을 받고 있는 것이다.

국민의힘은 주호영 원내대표는 이 대표 제안 직후 기자회견을 열고 “(이 대표의 불법 정치자금 수수 의혹) 수사가 제대로 진행되고 있으니까 특검 요구를 하면서 특검으로 가져가서 시간 끌기 하려고 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특검은 할수록 정쟁만 심화한다는 걸 우리가 경험으로 알고 있다”며 “자신의 사법 리스크를 피하기 위해 민주당을 동원하고, 국회를 정쟁의 도가니로 몰아넣는 것은 해서는 안 될 일”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민주당 내 ‘소신파’로 꼽히는 김해영 전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이재명 대표님 그만하면 됐습니다. 이제 역사의 무대에서 내려와 주십시오”라고 적었다.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당내 위기감으로 증폭되고 있는 것이다.

분명한 것은 명분 없는 ‘고좌우이언타’의 정치는 자신의 측근뿐 아니라 국민들의 신뢰를 얻을 수 없다는 점이다.

[전국매일신문] 최승필 지방부국장
choi_sp@jeonm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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