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매일신문
지면보기
 표지이미지
지방시대
지면보기
 표지이미지
[최승필의 돋보기] 안전사고 대비 대대적인 재정비 나서야
상태바
[최승필의 돋보기] 안전사고 대비 대대적인 재정비 나서야
  • 최승필 지방부국장
  • 승인 2022.10.30 16:2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최승필 지방부국장

서울시 용산구 이태원은 ‘서울 속의 외국’ 또는 ‘서울의 이방인동’이라 불리며, 한국 사회 안에서 가장 이색적이고 독특한 공간으로 자리잡았다.

서울 속의 예외적인 외국 문화지대로서 이태원의 공간 성격은 1990년대 이후에 더욱 다채로워지는 변화를 보였다.

한국전쟁을 거친 뒤 용산에 들어선 미군 기지의 영향을 받으며, 미국적 색채를 강하게 띠던 이태원 지역은 1990년대 미군의 지속적 감축과 함께 그 빈자리를 제3세계 이주노동자들이 매워가며, 다국적·다인종의 외래문화가 집합되는 공간으로 탈바꿈했다..

여기에 한국 내 해외문화 요소를 소비하려는 한국인 수요가 늘어나면서 이태원은 외국인과 한국인 모두가 찾는 서울 중심부의 특별한 영역으로 인식됐다.

이처럼 다국적·다인종 문화가 공존하고 있는 이태원에서 지난 29일 토요일 밤 비극적인 대규모 압사 참사가 발생했다.

이태원에 있는 클럽들이 ‘핼러윈(Halloween) 데이’ 시즌을 맞아 축제 분위기에 휩싸인 가운데 핼러윈 행사가 펼쳐지고 있는 이태원이 좁은 골목에서 10만 명이 넘는 인파가 한꺼번에 몰리면서 참혹한 압사 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21세기에 발생한 최악의 압사 비극이다.

‘핼러윈 데이’는 기원전 500년 전 아일랜드의 켈트족이 죽음과 유령을 찬양하며 벌인 서우인 (Samhain) 축제에서 비롯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켈트족들의 새해 첫날은 겨울이 시작되는 11월 1일로, 그들은 사람이 죽어도 그 영혼은 1년 동안 다른 사람의 몸속에 있다가 내세로 간다고 믿었다고 한다.

이 때문에 한 해의 마지막 날인 10월 31일 죽은 자들은 앞으로 1년 동안 자신이 기거할 상대를 선택한다고 여겨 사람들은 귀신 복장을 하고, 집안을 차갑게 만들어 죽은 자의 영혼이 들어오는 것을 막았다.

이후 로마가 켈트족을 정복한 기독교가 유입되면서 교황 보니파체 4세가 11월 1일을 ‘모든 성인의 날(All Hallow Day)’로 정하면서 그 전날이 ‘모든 성인들의 날 전야(All Hallows Eve)’가 됐으며, 훗날 ‘핼러윈(Halloween)’으로 바뀌어 오늘날에 이르게 됐다고 한다.

또, 영국의 청교도들이 아메리카 대륙으로 이주하면서 미국에서 핼러윈 축제가 자리 잡게 됐고, 지금까지 이어지며 국민적인 축제가 됐다.

핼러윈 데이 밤에는 호박에 눈·코·입을 도려낸 뒤 안에 초를 세운 잭 오 랜턴(Jack o lantern)이라는 등을 만들고, 검은 고양이나 거미 같은 핼러윈 데이를 상징하는 다양한 장식물로 집을 꾸민다.

또, 악마와 괴물, 마녀, 유령 등 사악해 보이는 분장을 한 어린이들이 이웃집들을 돌며, “trick or treat(과자를 안 주면 장난칠 거야)”를 외치며, 사탕과 초콜릿을 얻으러 다닌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지난 2000년대에 원어민 강사가 많은 일부 영어학원에서 핼러윈 파티가 계기된 된 뒤 2010년 이후 핼러윈 파티를 하는 젊은이들이 점차 늘어났다.

이처럼 핼러윈은 젊은이들의 특별하고 이색적인 축제로 자리 잡으면서 핼러윈 데이 시즌을 맞아 유령이나 애니메이션 캐릭터로 변신한 젊은이들이 외국인들이 많이 거주하고 있는 이태원과 신촌 홍대 주변으로 몰리면서 일대 클럽이 밤새도록 축제 분위기에 휩싸인다.

이번 대규모 참사 비극은 이태원세계음식거리 해밀톤호텔 옆 경사진 폭 4m의 좁은 골목길에서 핼러윈을 앞둔 29일 오후 10시 15분께 발생했다.

이 사고로 30일 낮 12시 현재 151명이 사망하고, 82명이 부상한 것으로 파악됐다. 사망자 중 여성이 97명, 남성이 54명으로, 대부분 10대와 20대다. 이란과 중국, 우즈베키스탄 등 외국인 사망자는 19명이다.

부상자 중 중상자가 19명으로 나타나 앞으로 사망자가 더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들린다.

당시 압사 현장 곳곳에서는 “살려달라”는 비명과 시민, 소방관, 경찰 등이 뒤엉켜 아수라장이 됐다.

목격자들은 “밤 10시가 넘어 해밀톤호텔 옆 좁은 비탈진 골목길에 갑자기 인파가 몰렸고, 앞쪽에서 누군가가 넘어진 뒤 뒤를 따르던 사람들도 차례로 넘어져 겹겹이 쌓였다”고 입을 모은다. 안전불감증이 대형 참사를 불러온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30일 이번 압사 참사와 관련, “국정의 최우선 순위를 사고의 수습과 후속 조치에 두겠다”며 “사고의 원인을 철저하게 조사해 향후 동일한 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근본적으로 개선하겠다”고 강조했다.

또, 정부는 11월 5일까지 국가 애도기간으로 정하고, 국정의 최우선 순위를 사고 수습과 후속 조치에 두겠다고 했다.

여야 정치권도 일체의 지역구 활동을 포함한 모든 정치활동을 중단하고, 사고 수습에 적극 협조하기로 했다.

무엇보다 안전사고를 대비한 대대적인 재정비가 필요하다.

[전국매일신문] 최승필 지방부국장
choi_sp@jeonmae.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