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매일신문
지면보기
 표지이미지
지방시대
지면보기
 표지이미지
[고화순의 나물이야기] 추운 겨울이 더 푸르른 전호나물
상태바
[고화순의 나물이야기] 추운 겨울이 더 푸르른 전호나물
  • 전국매일신문
  • 승인 2023.04.20 09:5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고화순 대한민국전통식품명인 남양주시 하늘농가 대표

전호(前胡)는 다른 식물들과 반대로 산다. 대부분의 식물들이 사라지는 10월경에 싹을 내고, 모두가 사라진 추운 한 겨울에 잎을 달고 지낸다. 지독한 한파만 아니면 1~2월에도 눈 속에서 파릇파릇 살아난다. 깊은 산속 추운 곳에서 봄을 가장먼저 알려주는 전령사다. 더욱이 눈 속에서 잠시 채취하기 때문에 아주 강하고 귀한 나물이다. 다른 봄나물과 다르게 진하고 독특한 향이 있다. 참당귀와 미나리를 섞어 놓은 맛이어서 호불호가 있긴 하지만 입맛 없을 때 먹으면 입맛이 돈다.

전호는 쌍떡잎식물 산형화목 미나리과의 여러해살이풀이다. 생약에서는 ‘산아삼’이라고 한다. 영어 이름은 ‘카우 파슬리(cow parsley)'로 허브식물인데 소가 좋아한다는 의미인 듯하다. 일본에서는 야마닌진(山人参)이라는 별명으로 부르기도 한다. 산에서 자라는 인삼이라는 뜻이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일본·캄차카반도·시베리아·유럽 등지에 분포돼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울릉도와 흑산도에서 군락지를 형성하며 곳곳에서 자생하고 있다. 이들 지역의 특산물로 유명하며 이른 봄 관광식품으로 인기를 모으고 있다. 요즘은 전국 각지에서 소득 작목으로 재배 하고 있다. 대체로 씨앗으로 번식하는데 산약초로 발아율이 낮은 편이다. 주로 숲 가장자리와 같이 약간 습기가 있고, 서늘하고 겨울엔 따뜻한 해양성기후에서 잘 자란다.

높이는 1m 내외로 곧게 자라며, 굵은 뿌리에서 줄기가 나와서 가지가 듬성듬성 갈라진다. 뿌리에서 나온 잎과 밑 부분에서 나온 잎은 잎자루가 길고 3개씩 2∼3회 갈라지며 다시 깃꼴로 갈라진다. 갈래조각에 톱니가 있고 뒷면 맥 위에 퍼진 털이 약간 있다. 줄기에서 나온 잎은 어긋나고 뿌리에서 나온 잎과 비슷하지만 점점 작아져서 잎집만으로 된다.

꽃은 5∼6월에 산형꽃차례로 피고 흰색이며 5∼12개의 꽃 이삭가지가 있다. 작은 총포는 5∼12개로 털이 없으며 뒤로 젖혀지고 가장자리에 털이 있다. 꽃잎은 5개인데 바깥 것 1개가 특히 크며 수술은 5개, 암술대는 2개이다. 열매는 녹색이 도는 검은색이며 밋밋하거나 돌기가 약간 있다.

전호나물의 생김새는 당근이나 쑥갓 잎과 비슷하고 줄기는 보라색을 띄나 미나리같이 생겼다. 산나물은 대부분 질기다는 선입견이 있지만 전호나물의 어린잎과 줄기는 매우 부드러워 나물로 먹는다. 뿌리와 줄기, 잎 모두를 약용으로 사용된다.

특히 칼슘과 칼륨․비타민C․무기질 등이 다량 함유하고 있어 기침이 심한 감기나 천식 등에 효능이 있고, 뼈 건강 등에 도움을 준다. 피를 맑게 해주어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춰주기 때문에 혈관 건강에 좋아 성인병 예방에 도움을 준다. 소화작용과 피로회복에도 효과가 있다.

3월 중순부터 채취를 시작하지만 너무 어린순은 약효가 덜하고 3월말부터 4월 초순쯤 채취하는 것이 좋다. 향이 강한 전호는 생채나 애피타이저용 샐러드, 전, 장아찌 등을 만들어 먹으면 정말 맛이 좋다. 삶아서 데치는 것보다 생채로 양념해 먹으면 더욱 진한 향을 맛볼 수 있다. 쌈 채소로도 그만이다. 돼지고기와 곁들여 먹으면 잘 어울리는 나물이다. 그렇지만 나물무침을 주로 많이 해 먹는다.

무침을 할 때는 전호나물을 깨끗이 씻어 끊는 물에 천일염을 넣고 살짝 데쳐 준다. 오래 데치게 되면 전호나물의 식감과 향이 떨어진다. 데친 나물은 곧바로 찬물에 넣어 열기를 식혀 채망에 담아 물기를 빼주고 먹기 좋은 크기로 잘라준다. 그리고 볼에 담아 조선간장, 깨소금, 다진마늘, 들기름을 고루 넣고 잘 섞이도록 조물조물 무쳐 준다. 식성에 따라 된장양념이나 고추장으로 무치기도 한다. 마지막에 통깨를 뿌려준다. 그러면 박하향이 풍겨나는 싱그러운 전나물 무침이 완성된다.

전호나물은 미나리처럼 향이 유달리 진하다. 실제로 울릉도에서는 인삼만큼 효능이 좋다고 믿는 인기 있는 나물이다. 한겨울에는 움츠려 있다가 눈 속이라도 따뜻한 햇살만 나면 언제든지 두 귀를 쫑긋거리며 얼굴을 내미는 정말 귀엽고 기특한 봄 보약이다. 그래서 더 귀한가보다. 이름은 생소하지만 추운 겨울을 이겨낸 그 정성과 향기 가득한 기품이 갸륵해 눈길이 한 번 더 간다.

[전국매일신문 칼럼] 고화순 대한민국전통식품명인 남양주시 하늘농가 대표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