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매일신문
지면보기
 표지이미지
지방시대
지면보기
 표지이미지
[고화순의 나물이야기] 가시가 있지만 맛있는 음나무 순나물
상태바
[고화순의 나물이야기] 가시가 있지만 맛있는 음나무 순나물
  • 전국매일신문
  • 승인 2023.04.09 10:1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고화순 대한민국전통식품명인 남양주시 하늘농가 대표

음나무는 가시가 많은 나무다. 가시가 달린 탱자나무, 아카시아나무 보다 크게 자라는 특징이 있다. 음나무는 엄나무, 또는 한자로 해동목(海桐木), 자추목(刺秋木)이라고도 한다. 음나무 꽃말은 경계와 방어의 뜻을 갖고 있다. 그래서 그런지 옛날 음나무의 가시가 귀신을 쫓는다 하여 문 위쪽이나 외양간 등에 음나무 가지를 꽃아 두는 세시풍속이 있었다. ‘아쉬우면 엄나무 말뚝’이 있다는 속담도 있다. 무속에서 축귀(逐鬼)를 할 때 사람 몸에서 잘 나가지 않는 끈질긴 귀신이 있는데, 이러면 마지막 수단이 엄나무 말뚝을 몸에 박겠다고 위협하는 것이다.

음나무는 두릅나무과에 속하는 낙엽활엽교목이다. 우리나라, 일본, 중국, 러시아 등 동북아시아지역에 분포되어 있다. 우리나라는 전국에 고루 자생하고 있다. 표고 100∼1,800m 사이에서 자라나며, 400∼500m부근에 모여 산다. 1990년대 이후부터 농촌 소득화 작목으로 알려지면서 강원도 강릉·양양·평창·삼척, 경상북도 울진·문경·예천·봉화 등지에서 재배하는 농가가 늘고 있다.

나무의 크기는 높이 25m, 지름 1m에 달하는 거목으로 군집성이 없는 수목이다. 어려서는 내음성이 있어서 다른 나무 밑에서도 천연발아가 되어 자라다가 커가면서 햇빛을 요구한다. 토심이 깊고 비옥한 토양이 적지라 할 수 있다. 꽃은 황록색으로 7∼8월에 피며, 열매는 10월에 콩알처럼 검게 핵과(核果)로 익으나 순정종자가 적게 나타난다. 번식은 가을에 익은 열매를 채취하여 잘 골라 종자를 얻어 온상에 매장해 두었다가 이듬해 봄에 뿌린다.

음나무는 기구재·가구재·조각재·건축재·악기재 등 최고급 원자재로 사용되며 벌꿀을 생산 할 수 있는 밀원식물로도 가치가 있다. 한방에서는 수피(樹皮)를 채취하여 약재로 이용한다. 음나무 가지는 닭과 같이 넣어 삼계탕을 끓여 먹으면 기력을 보충하는데 궁합이 좋다. 새로 나오는 순은 너무 크기 전에 채취해 식용한다. 음나무 순의 채취시기는 4월 하순에서 5월 중순까지 약 3주간 정도이다. 순이 식용하기에 적당한 크기인 약 15cm 정도로 자랐을 때 수확한다. 음나무의 새순을 ‘개두릅'이라고 한다. 개두릅은 참두릅보다 진한 향과 살짝 청량감이 도는 쌉싸름한 맛이 있어 선호하는 이들도 많다. 맛과 향이 좋고 영양분도 많아 귀족나물로 불린다.

엄나무 순에는 사포닌 성분함량이 높아 산삼나무로 불릴 정도다. 세포들을 촉진시켜 면역력을 높여 주고 항암작용에 효과가 있다. 피로회복에 좋으며 열량이 낮아 다이어트에도 좋다. 베타카로틴, 비타민B, 무기질, 섬유질 등이 풍부해 체내 독소 및 노폐물 제거에 효과가 있다. 혈압상승과 모세혈관을 강화시켜 고혈압, 동맥경화와 같은 질환예방에 도움을 준다. 염증 질환에도 효능이 있어 관절염·신경통·근육통증에 좋고, 간 기능회복과 해독에 도움 줘 간경화·간염 등 간 기능향상에 효과가 있다.

봄철에 엄나무 새순은 살짝 데쳐서 양념을 넣어 무쳐 먹거나 초고추장을 찍어 먹는다. 장아찌를 만들어 먹기도 하고 부침가루로 전을 만들어 먹으면 정말로 별미중의 별미다. 또 음나무 가지를 썰어서 삶은 다음 그 물로 식혜나 차를 만들어 먹는다. 엄나무 순나물 무침을 할 때는 우선 요리 전에 자른 단면에 갈변한 부분을 약간 잘라내고 꽃받침을 떼어준다. 흐르는 물에 깨끗이 씻어 불순물과 이물질을 제거하여 손질한다.

솥에 물과 약간의 소금을 넣고 끓인다. 팔팔 끓는 물에 밑동을 먼저 담가 20초정도 두고, 다음에 잎 부분을 뒤적여 넣고 1분내 정도로 데쳐준다. 데친 후 바로 찬물로 여러 번 물을 갈아 헹궈 주고, 건져서 물기를 꼭 짠 후 먹기 좋은 크기로 3∼4등분 정도 잘라준다. 그리고 볼에 담아 어간장, 다진 대파, 다진 마늘, 들기름, 식초, 통깨 등을 넣고 조물조물 무쳐주면 맛과 향이 뛰어난 엄나무 순 무침 완성된다.

요리하고 남은 순은 지퍼백에 넣어 냉동했다가 필요할 때 언제든지 꺼내어 무쳐 먹으면 향과 쫄깃한 맛이 그대로 살아난다. 엄나무순은 맛이 쌉쌀하지만 씹으면 단맛이 나고, 먹고 난 후에도 오랜 시간 단맛과 향이 입 안 가득하다. 몸속 깊숙이 봄 내음이 가득 퍼지게 하는 최고의 건강 자연식품이다.

[전국매일신문 칼럼] 고화순 대한민국전통식품명인 남양주시 하늘농가 대표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