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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화순의 나물이야기] 어수리 나물먹고 임금 노릇 한 번 해볼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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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화순의 나물이야기] 어수리 나물먹고 임금 노릇 한 번 해볼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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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3.03.30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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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화순 대한민국전통식품명인 남양주시 하늘농가 대표

어수리는 봄철 으뜸 보약으로 산나물의 왕이다. 맛과 향이 아주 좋아 옛날 임금님 수라상에 올랐다고 한다. 그래서 ‘어(임금어御)수(드릴授)리’라고 불렀다고 전해진다. 어수리는 식물체가 미련하게 생겼고 전체에 털이 많아 유래됐다고 하는데, 우리말에 ‘어수룩하다’라는 말이 있어서 그것과 연결한 것이 아닌가한다. 단종 임금이 어수리를 즐겨 먹었다는 고사에 따라 어수리를 변치 않는 충절의 나물로도 일컫는다. 어수리의 흰 꽃은 대단히 아름다워 꽃을 감상하기 위해 화단에 심기도 한다. 꽃 피기 전부터 꽃이 활짝 핀 상태까지 계속 모습을 바꾸어 만나는 시기마다 다른 꽃모습을 보여준다. 꽃사진 작가라면 한 번은 꼭 찍어보고 싶어 하는 꽃이다.

어수리는 미나리과의 여러해살이풀이다. 우리나라가 원산으로 일본, 중국, 만주 등지에 분포한다. 우리나라 전 지역의 산과 들에서 흔하게 볼 수 있다. 최근에는 강원 영월․태백, 경북 영양, 세종시 등지에서 재배가 확대되고 있다. 하지만 어수리는 아직 대부분 농지에서 재배되기보다는 임야에서 채취되고 있는 실정이다. 물 빠짐이 좋은 비옥한 토양과 반그늘에서 잘 자란다. 번식은 봄에 포기나누기를 하고 9~10월경에 달리는 종자는 받아 이듬해 봄에 화단에 뿌린다. 종자 발아율이 매우 높기 때문에 포기나누기보다는 종자 번식을 많이 한다.

줄기는 곧게 서고 높이가 70∼150cm이며 속이 빈 원기둥 모양이고 세로로 줄이 있다. 거친 털이 있고 굵은 가지가 갈라진다. 잎은 어긋나고 3∼5개의 작은 잎으로 구성된 깃꼴겹잎이며 털이 있다. 옆에 달린 작은 잎은 넓은 달걀 모양 또는 삼각형이고 가장자리에 깊이 패어 들어간 톱니가 있다. 꽃은 7∼8월에 흰색으로 피고 우산처럼 모여 핀다. 열매는 분과(分果)이고 길이 7mm의 편평한 달걀을 거꾸로 세운 모양이다. 뿌리는 마치 산삼처럼 생겼는데 산삼보다 훨씬 크고 길다.

어수리의 어린순은 나물로, 뿌리와 열매는 약용으로 쓰인다. 전초와 열매에는 사포닌과 플라보노이드․움벨리페론․이소베르갑텐․베르갑텐․안겔리신 등 10가지의 쿠마린 성분이 있다. 때문에 건조한 겨울철 날씨에 폐를 윤기 있게 하고 가래를 없애주며, 감기․ 천식․만성기관지염․항암․근육통․신경통․아토피․종기․두통․오한․해열 등에 효능이 있다. 칼슘성분이 풍부해 체내의 염분을 밖으로 배출하므로 심장병․신장병․고혈압․동맥경화 등 예방에 도움을 준다. 식이섬유와 무기질·비타민 함량도 많아 오장의 기운을 고르게 하여 소화촉진 및 만성변비 해소에도 효과가 있고 다이어트에도 좋은 건강식품이다. 동의보감에도 어수리는 피를 맑게 하는 식물로 기록돼 있고 당뇨와 변비·기침 등에도 효능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어린순은 봄에 뜯어 나물무침으로 해먹는다. 맛이 산뜻하고 씹히는 느낌이 좋다. 이밖에도 김치․장아찌로 다양하게 조리되고, 전병․잡채․떡갈비 등 재료로도 널리 쓰인다. 또 그냥 생채로 쌈을 싸먹거나, 곤드레밥 처럼 어수리밥을 해먹기도 하는데 요즘 인기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

어수리 나물을 손질할 때는 부드럽고 싱싱한 잎을 고르고 억센 줄기는 잘라버린다. 흐르는 물에 여러 번 세척하여 흙 등 이물질을 제거해 준다. 손질한 나물은 끊는 물에 소금을 약간 넣고 10초 정도 데쳐주고 바로 건져 찬물에 헹궈 열을 식혀준다. 그리고 적당한 수분감이 느껴질 정도로 물기를 짜주고 먹기 좋게 긴 줄기는 두어 번 썰어준다.

준비된 나물을 볼에 담고 된장, 다진 마늘․썰은 파․참기름․국간장․깨 가루 등을 넣고 조물조물 무쳐주면 봄 향기 그윽한 맛있는 어수리 나물 된장 무침이 완성된다. 식성에 따라 고추장을 넣거나 국간장만을 넣어 무치기도 한다. 따끈한 흰 쌀밥에 고추장양념으로 무친 나물에 계란 후라이 하나 올려서 먹으면 꿀맛이다.

단종은 영월로 유배를 와서 어수리 나물을 가장 즐겨 먹었다고 전해진다. 임금님 수라상에 올리는 나물이 주변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나물이란 점이 맘에 든다. 우리네 서민들이 부르기 쉬운 이름이란 점도 좋다. 올 봄에는 어수리 나물을 먹으며 임금이 한 번 되보고 싶다.

[전국매일신문 칼럼] 고화순 대한민국전통식품명인 남양주시 하늘농가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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