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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필의 돋보기] ‘민주주의의 꽃’ 지키기 위한 첫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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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필의 돋보기] ‘민주주의의 꽃’ 지키기 위한 첫걸음
  • 최승필 지방부국장
  • 승인 2023.06.04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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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필 지방부국장

고대 그리스의 도시국가인 아테네는 시민들이 국가의 결정이나 집행과정에서 직접 결정하고, 참여하는 ‘직접민주제’로 운영됐다.

그러나 점차 영토가 넓어지고, 인구가 많아져 국민이 직접 참여해 나라를 운영하는 것이 어려워짐에 따라 국민이 직접 대표자를 선출해 그들로 하여금 나라의 살림을 대신 맡도록 했다.

오늘날 대부분의 민주국가에서 실시하고 있는 대의민주제(대의정치, 간접정치)다.

‘대의민주제’는 국민이 선거로 뽑은 사람들이 국민을 대표해 정책문제를 처리하는 제도다.

우리나라에서 민주적인 절차에 의해 보통·평등·직접·비밀선거로 치러진 선거는 1948년 5월 10일 제헌국회의원선거가 그 시초로, 같은 해 6월 26일 대한민국 국회에 의해 선거심사위원회가 조직, 비상설조직으로 운영됐다.

당시 정부수립 후 선거에 관한 사무는 행정기관인 내무부 산하에 설치된 ‘선거위원회’가 관장했으나 1960년 제2 공화국의 중앙선거위원회를 시작으로, 행정부로부터 분리된 헌법기관이 됐다.

독립성과 공정성이 확보되지 않은 선거관리기구를 통해 이승만 정부가 3·15 부정선거 획책했고, 이에 대한 저항으로, 1960년 4·19 혁명이 일어나 제2공화국 헌법에 제75조 제2항이 신설, ‘중앙선거위원회’가 행정부로부터 헌법상 분리·독립된 기구가 됐다.

이어 박정희 정부 당시 제3공화국 제5차 개정헌법에 근거를 두고, 1963년 1월 21일 ‘선거관리위원회’를 창설, 각종 선거법 및 국민투표법에 의거, 선거 및 국민투표 관리기구로서의 역할을 하게 됐다.

1987년 제13대 대통령선거의 직선제 도입과 민주화의 진전 등에 따라 선거운동의 자유가 신장됐고, 공정한 경쟁과 깨끗한 선거의 실현을 위해 선거질서를 벗어나는 선거법 위반행위에 대해 강력한 감시·단속활동이 전개됐다.

또, 당시 내부 규율에 관한 규칙제정권을 신설하고, 1992년에는 차관급인 사무처를 국무위원급으로 격상시키는 등 그에 맞는 기구를 개편했다.

2000년대 초부터는 국민 생활 주변의 선거까지 깨끗하고 공정하게 위탁관리해 오던 선거관리위원회는 2015년 제1회 전국동시조합장선거를 치루는 등 민주주의 발전에 이바지했다.

민주주의의 발전을 위해서는 대의민주주의를 기본으로 하고 있다. 그래서 ‘선거는 민주주의의 꽃’이라고 한다.

대의민주주의 발전을 이끌어야 할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요즘 최대 위기에 빠졌다. 지난해 소쿠리 선거 논란을 불러일으키며 많은 비판을 받은 데 이어 ‘부모찬스’ 채용비리 논란이 연일 터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노태악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은 5월 31일 선관위 자녀 채용 비리에 대한 입장문을 통해 “누구보다도 공정해야 할 선거관리위원회가 최근 미흡한 정보보안 관리와 고위직 간부들의 자녀 특혜 채용과 부정 승진 문제 등으로 큰 실망을 드렸다”며 “참담한 마음과 함께 무한한 책임감을 느낀다”며 사과했다.

이어 “선거를 민주주의의 꽃이라고 한다. 선거관리위원회의 신뢰가 흔들리면 민주주의도 흔들린다. 선거관리위원회에 대한 믿음은 공정과 중립에서 나온다”며 신뢰회복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선관위의 신뢰는 이미 추락한 상태다.

중앙선관위가 채용비리 의혹에 대한 감사원의 직무 감찰을 거부한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국민들이 노 위원장의 ‘신뢰회복 의지’의 진정성에 대해 의심하고 있다.

고위 간부의 자녀 특혜 채용 논란 이후 쇄신안을 발표했지만 형제 특혜 채용 의혹까지 불거지며, 선관위에 대한 국민적 분노가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지난 2일 비공개 회의를 통해 ‘감사원의 삼사 수용 불가’ 입장을 고수했기 때문이다.

‘아빠 찬스’에 이어 ‘형남 찬스’ 논란까지 확대되는 등 광범위하게 부정 특혜 채용이 드러나는 상황에서 선관위의 감사 거부 의도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국민의힘은 지난 3일 이 같은 중앙선관위를 향해 “민주주의 꽃을 피우랬더니 꽃을 꺽어버렸다”며 “헌법상 독립성을 운운한 자격조차 없다”고 비판했다.

김예령 대변인은 “선관위에 부여된 독립성은 중립성과 공정성이 견제될 때 부여되는 신성한 권한”이라며 “지금 선관위는 스스로 중립성과 공정성을 말할 자격이 있나”라며, ‘독립 헌법기관’임을 내세워 감사원 감사를 거부한 것을 강하게 꼬집었다.

이어 “선관위가 이야기 하는 독립성은 노태악 위원장의 사퇴를 어떻게든 미루고 버텨보려는 꼼수이자 핑계에 불과하다”며, 노 위원장의 즉각적인 사퇴를 촉구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선관위가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투명하고 공정한 조사를 통해 이번 논란을 명확히 해명하고, 이를 통해 발생한 문제에 대한 책임을 인정하며, 적극적인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선거는 한 국가의 민주주의 수준을 평가하는 지표다. 그래서 선거는 ‘민주주의의 꽃’이다.

‘민주주의의 꽃’을 지키기 위한 첫걸음은 선관위의 신뢰를 회복하는 일이다.

[전국매일신문] 최승필 지방부국장
choi_sp@jeonm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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