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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오장의 향기로운 詩] 빈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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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오장의 향기로운 詩] 빈집
  • 전국매일신문
  • 승인 2023.08.17 15: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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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이오장
[이미지투데이 제공]
[이미지투데이 제공]

빈집
           - 김민정作

매미가 허물 벗듯
벗어날 수 있을까
 
일주일 생을 위해
칠 년을 견뎌온 힘
 
나 또한
그럴수 있을까
바람집 한 채처럼

[이미지투데이 제공]
[이미지투데이 제공]

[시인 이오장 시평]
축제는 인류의 최대 잔치이며 제사의식이다. 
고대로부터 절기별로 행하는 의식과 기쁨을 나누려는 의도로 함께 모여 공동체의 단합을 꾀한 행사다. 

축제를 이용하여 공통된 단합을 이뤘고 그 결과에 따라 의사를 결정하여 삶의 방향을 정했다. 
여기에는 하늘과 땅 자연의 숭배대상을 믿음으로 승화시키는 역할이 포함되어 오랫동안 인류의 정신을 지배하는 의식으로 발전하였다. 

대표적으로 팔관회, 연등회 등의 국가적인 행사를 비롯하여 설날, 추석, 대보름, 백중놀이 등 주로 농경의 고됨과 단결을 위한 의식으로 펼쳐졌다. 

축제는 가장 중요한 행사지만 인간의 가장 큰 허물을 확인할 수 있는 부작용을 낳는다. 
온갖 쓰레기를 남기고 난잡한 행태로 인하여 과연 축제가 필요한지를 돌이켜보게 한다. 
사람에게 가장 필요하지만 가장 큰 허물을 남기는 축제는 사람의 욕망이 어느 곳으로 향해 있는가를 확인하는 자리다. 

김민정 시인은 단시조 한 편으로 삶의 허물이 무엇이고 욕망을 어떻게 삭여야 하는지를 펼친다. 

매미의 축제는 단 칠일이다. 
칠 년을 인내한 결과로 짝을 찾기 위한 축제를 벌인다. 
우화의 껍데기를 벗어내고 오직 후손을 남기기 위한 축제의식을 끝내고 생을 다한다. 
여기에는 욕망이 없으며 한 치 어긋남 없이 자연의 순리에 따른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삶을 이루고 생을 다하는 것은 매미와 같다. 

그게 자연이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보이는 욕망은 죽음에 이르러서도 움켜쥔다. 
삶의 끝을 바라보면서도 새로운 집을 짓고 땅을 넓힌다. 그러나 껍데기를 남길 뿐이다. 
이것을 알지만 실천하지 못하는 욕망은 어떻게 하면 지울까. 

김민정 시인은 매미의 축제에서 그것을 읽었다. 
그리고 만인에게 설파한다. 
빈집을 가지는 게 가장 큰 깨우침이라고.

[전국매일신문 詩] 시인 이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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